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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진 세상] 마땅히 사랑받지 못한 동물, 유기동물을 위해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04-16 14: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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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유기동물 약 11만 마리 발생⋯이제는 끊어내야 할 악의 고리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의 약 25%가 반려동물을 기를 정도로 높은 반려동물 양육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많은 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유기동물 구조 및 입양을 진행하고 있는 '행복한 멍냥이' 유기묘 보호소에 찾아가 봉사활동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려동물과 유기동물, 두 글자 차이로 바뀌는 운명


 지난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20~64세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세대수와 세대원 수를 고려하면 약 602만 가구, 즉 1,306만 명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늘고 있는 동시에 유기동물도 증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인 ‘포인핸드’에 따르면 작년 길을 잃거나 버려진 동물이 11만 2,179마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약 300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29%는 자연사, 21%는 안락사로 10마리 중 5마리의 유기동물이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동물보호소에 들어온 동물들의 임시 보호 기간을 10일로 정하고 있어 해당 기간을 넘긴 유기동물은 안락사 대상이 된다. 그 외에 기존 주인에게 반환된 경우는 12%, 입양의 경우 26%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유기동물들만이 기존 또는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이토록 많은 유기동물이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22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기동물 발생 이유 1위로 ‘보호자의 책임의식 부족’(59.1%)이 꼽혔다. 그다음으론 ‘동물유기에 대한 낮은 처벌’(12.7%), ‘쉬운 반려동물의 매매’(10.7%)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본지는 유기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자 경기도 광주에서 보호소 유기동물 구조 및 입양을 진행하고 있는 ‘행복한 멍냥이’의 진영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진 대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유기동물 발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사람들의 책임 의식”이라며 “단순히 ‘외로워서’라는 생각으론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기르기 위해선 “내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기동물이 늘어나게 되면 먼저 피해를 입는 건 사람들”이며 “중성화되지 않은 유기동물로 인한 마구잡이식 번식을 차치하고도 교통사고 또는 물림·할큄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라 전했다.


유기동물 발생, 막기 위한 노력은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동물의 보호와 유실 및 유기 방지 등을 위해 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 22년 동물등록을 완료한 반려견은 약 300만 마리로,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의 반려견 추정치가 약 540만 마리인 것에 비하면 등록 현황은 저조한 실정이다. 


 이 외에도 정부는 동물 복지 강화를 위한 법적 추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했다. 동물복지법을 마련해 동물을 기르는 양육자의 돌봄의무를 강화하고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있도록 출생부터 죽음까지 생애주기 관점에서 동물의 △건강 △영양 △안전 및 습성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작년 4월부터 동물 학대 처벌 강화를 통해 반려동물 양육 시 최소한의 사육 공간이나 먹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며 동물을 다시 양육하기 위해선 사육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외에도 동물수입업·판매업·장묘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 사육 포기 동물 지자체 인수 등이 시행됐고 오는 27일(토)부터 맹견 사육 허가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 신설 등의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진 대표는 동물복지법 시행에 대해 법을 신설 또는 개정하기 전에 앞서 존재하는 법 시행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확실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 세태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진 대표는 “동물등록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동물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없다”며 “단순히 형식상으로 내세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법에 의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동물 복지, 해외는 어떨까


 이처럼 정부는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정하며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기존의 법안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1933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독일의 경우 2002년 동물권을 헌법에 명시하며 동물보호가 국가의 목적규명으로 포함된 상태다. 이에 △1년에 한 번씩 동물세 납부 △안락사 금지 △까다로운 입양 절차 등 동물 복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동물보호법을 ‘반려동물법’이라 명시하며 동물을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9년 24시간 이내 최소 1회 이상 반려견 산책을 시키지 않은 견주에게 한화로 약 3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하거나 12주가 되기 전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법안이 통과되며 동물 복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을 드러냈다. 


 그 외에도 독일, 호주를 포함한 △프랑스 △캐나다 △미국 일부 주 등에서 반려동물을 펫숍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 복지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나날이 커져가는 중이다.


보호소,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는 유기동물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7일 경기도 광주시 소재의 ‘행복한 멍냥이’ 유기묘 보호소에 방문해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먼저 동물병원 위에 위치한 보호소로 가기 위해선 사료, 배변패드 등 동물 관련 물품들이 쌓여 있는 계단을 올라야 했다. 철창을 열고 들어간 20평 남짓해 보이는 보호소 곳곳에는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다수의 고양이들은 창가 쪽에 자리 잡은 채로 기자를 경계했다. 다만 처음 온 기자를 보고도 주위를 빙빙 돌며 머리를 비벼대는 고양이도 몇몇 존재했다.


 고양이와의 짧은 인사를 마친 후 기자는 보호소 곳곳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보호소엔 고양이의 흔적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낡고 헤진 고양이 용품은 물론이고 구석마다 위치한 고양이 화장실엔 배설물의 흔적이 가득했다. 바닥 또한 △고양이 모래 △사료 △털들이 한데 엉켜 굴러다니고 있었다.


 처음 봉사를 온 기자는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른 케이지를 청소할 땐 위생 장갑을 새로 착용하기’, ‘화장실마다 다른 배변 삽 사용하기’ 등 위생과 관련된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짧은 교육을 마치고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기자는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봉사의 주된 활동은 고양이의 배설물과 모래가 합쳐진 모습이 ‘감자’ 같다고 해 ‘감자 캐기’라고 불리는 화장실 청소와 케이지 청소가 주를 이뤘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봉사 후엔 보호소 안의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동안 △보호자의 사망으로 보호소로 오게 된 고양이 △교통사고를 당해 신경이 마비된 고양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양이 등 보호소에 들어온 고양이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진 대표는 광주시의 경우 평균적으로 하루에 3마리 꼴인 1년에 900~1,000마리의 유기동물이 보호소로 인계된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수치는 신고받은 유기동물만 해당 된다”며 “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면 2,000마리 이상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땅히 사랑받을 만한 동물들

 진 대표는 “매년 정말 많은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들어오게 된다”며 “많은 분께서 아직도 보호소가 정말 보호를 해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는다 해도 단가는 한정돼 있어 지속적으로 동물들을 돌볼 수 없다”며 “보호소는 보호기간이 지나면 안락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에 마구잡이식 유기동물 신고는 지양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몇 길거리 동물같은 경우 돌보는 사람이 있지만 보호소에 들어오게 되면 안락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진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동물을 기르고자 한다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당부했다. 진 대표는 “입양을 할 때도 단지 자신의 상황이 괜찮다고 해서 또는 동물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입양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로 권하지 않는다”며 “처음 키우실 때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나중에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고 안락사되는 동물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반려동물이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동물들이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없는 것일까.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며 동물 복지에 힘을 쏟겠다 밝힌 지금, 단순히 자신을 위해 동물을 키운다는 생각을 과감히 버려야 할 때다. 이는 반려동물을 기르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가져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글·사진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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