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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무례하긴, 순애야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4-04-16 14: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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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cientist △Fix You △Viva La Vida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긴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 그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 신입생이었던 보컬 ‘크리스 마틴’과 기타리스트 ‘조니 버클랜드’는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처음 조우했다. 마치 거울에 비춘 듯 비슷한 음악 취향을 갖고 있던 둘은 급속도로 친해져 밴드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이후 베이시스트 ‘가이 베리먼’과 드러머 ‘윌 챔피언’이 팀에 합류하면서 이들은 영국 밴드 역사에 길이 남을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렇게 콜드플레이는 데뷔 2년 만에 첫 정규 앨범 ‘Parachutes’를 발매했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영국 록 음악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느릿하고 잔잔한 사운드 그리고 어딘가 암울한 느낌까지. 그러나 천천히 트랙 리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노란빛이 청자를 반긴다. 클래식한 통기타와 투박한 드럼 사운드는 사무치게 그리운 누군가의 온기를, 포근한 목소리로 읊는 애틋한 가사 위로 내려앉은 베이스의 깊은 울림은 저무는 노을을 바라볼 때의 벅차오름을 연상케 한다.


 크리스 마틴은 이 노래가 헌신적인 사랑에 대해 다룬 것이라 밝혔다. 그래서인지 기자는 가사를 곱씹을 때마다 매번 똑같은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할아버지다. 맞벌이를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 상주하셨던 부모님과 옷 가게를 운영하시느라 매일 새벽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던 할머니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자는 늘 외로웠다. 할아버지는 그런 기자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원체 과묵한 성정을 타고나신 탓에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듣기 어려웠지만 기자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순애보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Your skin Oh yeah your skin and bones Turn into something beautiful And you know For you, I’d bleed myself dry For you, I’d bleed myself dry

 (너의 모든 것은 다 아름답게 변하지. 알잖아, 널 위해 내 전부를 다 바칠 거란 걸)”

『Yellow』 中


 지난 2022년 10월, 기자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할아버지는 하늘의 별이 됐다. 또한 지난 날동안 여러 차례 찾아온 4월에 셀 수없 이 많은 이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4·16 세월호 참사를, 4·3 제주 사건을 기억한다. 기자 역시 가끔은 숨쉬기 힘들 만큼 가슴 한 편이 먹먹하게 아려온다. 그러나 이것은 결단코 슬픔으로 인한 미어짐이 아닐 것이다. 상실의 아픔은 우리가 사랑한 억겁의 시간을 뚫고 자라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다짐한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주저앉는 한이 있더라도 비탄에 잠식되지는 않겠다고. 당신이 내게 선물한 샛노란 사랑의 기억으로 내일도, 모레도 굳건히 살아내겠다고 말이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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