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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도파민 폭발하는 연애 프로 연대기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4-04-16 14: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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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 리얼리티 급증, 해가 될까 해(害)가 될까
누구보다 남의 연애에 진심인 한국인 맞춤형 콘텐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가는 오늘도 최소한의 대본으로 최대한의 설렘을 선사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본지는 연애 프로의 역사와 흥행 요인을 돌아보고 프로그램 시청자를 만나 연애 예능의 발전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그 때 그 시절, 우리의 오작교는


 국내 연애 리얼리티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에 처음 방영된 MBC <사랑의 스튜디오>는 미혼남녀 8명이 자기소개와 장기 자랑으로 각자의 매력을 어필한 국내 최초 연애 예능이다. 어필이 끝난 출연자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사랑의 작대기’로 지목하고 이것이 쌍방일 경우, 최종 커플로 맺어지게 된다. 당대 TV 맞선의 간판으로 불리던 해당 프로그램은 최대 2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비연예인 연애 예능의 초석을 다졌다. 사랑의 스튜디오 종영 이후 1년 뒤,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한 코너로 편성된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연예인 간의 러브라인 형성에 주력했다. 위 프로그램은 단순히 두 연예인을 엮는 것뿐만 아니라 댄스 신고식, 커플 게임과 같은 코너도 알차게 준비해 재미와 설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연예인 연애 리얼리티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고 <짝>과 함께 연 애 예능계를 주름잡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성행을 이끌었다.


네가 연애 프로 안 좋아했잖아? 그럼 이렇게 다양하게 준비 안 했어


 2000년대 이후 맥이 끊겼던 연애 리얼리티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 시작에는 <하트시그널>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반인 남녀 6명이 ‘시그널 하우스’에 입주해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비춘다.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구성에 추리 장르를 접목한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하트시그널>은 회차가 끝날 때마다 출연자들이 마음에 든다고 지목한 사람을 패널이 추리하며 긴장감 있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여기에 △로맨틱한 음악 △수려한 외모의 출연자 △부드러운 영상미가 가미되니 시청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연애프로그램역사에한획을그은<환승연애>가 등장해 연애 예능의 판도는 또 한 번 뒤집혔다. <환승연애>는 ‘헤어진 연인’을 소재로 해 각 커플의 이별 서사와 과거 연애담을 점진적으로 공개하며 아련함을 부각한 연출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해 시즌3 공개 40일 만에 시청자 100 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나는 솔로>는 연애보다 리얼리티에 가까운 연출을 택했다. 이에 결혼 상대를 찾는 출연자의 재치 있는 입담이 포인트다. 10·20대만 연애 리얼리티를 즐길 거라는 편견을 버리고 30대 시청자를 공략한 <나는 솔로>는 타깃 시청률 6.9%로 동시간대 전체 1위에 오르는 위력을 선보였다. 이러한 연애 프로그램은 리뷰 콘텐츠와 코멘터리를 통해 나날이 시청자 유입을 늘려가는 중이다. 또한 작년 7월, <환승연애>의 포맷이 일본으로 수출돼 <러브 트랜짓>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리메이크되면서 연애 예능이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로 뻗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설렘 사라진 연애 예능,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처럼 연애 예능이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오르며 OTT 서비스 플랫폼들은 앞다퉈 독점 시리즈를 런칭했고 지난 2022년, 약 30개의 연애 예능이 동시에 방영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시장의 포화로 인한 아이템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연애 리얼리티 시장은 자극적인 콘텐츠의 화수분이 됐다. 수위 높은 스킨십과 몸매 노출을 강조한 <솔로지옥> 이후 출연자들 간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노골적으로 방영한 <에덴>, <썸핑>같이 도 넘 은 선정 소구가 지속되자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연애 프로가 인플루언서의 등용문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다수의 연애 예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섭외를 진행하기에 이미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에게 출연 제의가 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연애 프로를 즐겨 봤다는 대학생 A양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연애 리얼리티의 수가 급증하면서 연애와 사랑에 대한 피로도가 상승했다”며 “연애 ‘리얼리티’답게 진실한 사랑의 모습을 비췄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매일 새로운 연애 예능이 피고 지며 21세기의 사랑법도 트렌디해졌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랑은 곡해되고 변주될수록 힘을 잃는 법이다. 연애 프로가 방송계를 지배한 지금, 한국 대중들의 로맨스 코드를 제대로 읽어낸다면 연애 리얼리티 시장은 레드오션의 정체기를 뚫고 또 한 번 블루오션을 향해 돛을 펼 수 있으리라.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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