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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대학언론] "우리의 역할은 줄지 않았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 인터뷰
  • 정민 기자
  • 등록 2024-04-16 14: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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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언론의 위기 속 무엇보다 중요한 기자들의 마음가짐
전국 대학 내 학생 언론인을 지지하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바로 지난 2020년도 구성된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다. 본지 1100호 발행을 맞아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김규민 의장과 인터뷰를 진행해 대학언론이 직면한 상황 및 발전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Q. 본인 소개와 더불어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이하 대언넷) 김규민 의장입니다. 대언넷 의장으로는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2년 차에 접어들고 있으며 현재 대구대신문의 편집국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대언넷은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학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대언넷은 지난 2020년도 5월 대전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전현직 대학언론인으로 구성됩니다. 대학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실현에 기여하고 학생 언론인의 뒷받침이 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Q. 대학언론인 사회에서 대언넷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 및 진행하는 사업 등 주요 활동을 알고 싶습니다

 

 지난 1월 고려대학교에서 진행한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가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전국 각지의 △신문사 △영자신문사 △방송국 기자님들이 오셨습니다. 저희 대언넷은 이런 콘퍼런스 개최를 통해 대학언론인들을 연결하고 있어요.

 

 언론인 교육을 위한 아카데미도 개최하고 있으나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사업은 대학언론인 상담센터입니다. 사실 많은 대학언론인이 대학언론을 운영하고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쉽게 털어놓을 기회가 적어요. 실제로 제게도 △편집권 침해 △인사 문제 △개인적 고민 등에 대한 연락이 많이 옵니다. 저희 위원 중에서도 현직 학보사 편집국장이 많아 여러분의 고민을 들어주기 수월하죠. 이렇게 대학언론인 상담센터를 내실화해서 대학언론인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현재 대학언론이 겪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이 질문은 대언넷 의장보다도 대구대신문 편집국장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바라본다면 대학언론의 어려움은 당연한 현상이겠죠. △신문의 열독률 △구독률 △매체 이용률은 참혹하게 낮고, 기성 언론도 광고 사업 등 신문 외 다른 수익 요소를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기성 언론의 어려움이 대학언론까지 도달한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또 다른 대학언론의 어려움으로는 대학본부의 탄압이 있습니다. 대학본부의 입장에서는 학보사에 △장학금 △원고료 △사무실 등을 지원하는데 정작 자신들을 비판하니까 당혹스러워할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언론탄압 및 역할 무력화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이나 원내 교섭단체급 야당도 국고보조금 등과 같은 국가 예산을 지원받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부 당국을 비판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그들의 활동을 제한한다면 어느 국민이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요? 대학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요. 

 

 학내 구성원의 무관심 또한 대학언론의 위기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우들이 언론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학우들이 원하는 이슈를 취재하되 소위 ‘사이버 렉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며 언론 스스로도 자정장치를 마련해 선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대학언론인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우선 100번 우리의 잘못이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어찌 됐든 신문을 읽고 선택하는 것은 학생 독자들이고 그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은 신문을 만드는 주체인 기자들의 책임이 크니까요. 외부 요인으로 흔들지언정 우리 기자들이 똑바로, 열심히 했다면 학생들이 많이 선택해 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민의식이나 엘리트 의식을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여러 대학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글솜씨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기자들의 의도가 뻔히 보입니다. 그렇기에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렵죠. 칼럼은 기자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해주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되묻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글을 쓸 때 뛰어난 어휘력과 문장력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자꾸 아름답게 포장한 기자 칼럼이 생산됩니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보자마자 바로 이해되는 글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글을 보기가 싫은 겁니다. 독자들에게 와닿는 글을 쓰기 위해선 쉽고 직설적인 글을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학업과 학보사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학생 기자의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처음 편집국장을 하며 대학알리에 관련 글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편집국장 본인도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편집국을 이끄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적인 어려움 △사내 불화에 대한 중재 △기자 교육과 퇴국으로 인한 인력난 문제 등으로 힘들어하죠. 아마 전국에 있는 편집국장님들이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지치는 상황인데 밑에 기자들이야 오죽하랴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죠. 때문에 학생 기자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답변을 드리기보다는 그저 저희 단체를 통해 응원하며 지지하고 싶어요. 저도 편집국장을 겸임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에 명확한 답은 없어요.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Q. 학내 언론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언론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원론적인 대답일 수 있지만 기자들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보사 기자의 타이틀을 걸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짓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 우리만큼은 깨어있으며 청렴하고 정의롭게 활동해야 한다는 마음이 중요한 거죠. 대학본부나 간사 같은 학교의 어른들이 언론을 지배하려 들더라도 우리의 마음가짐이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 대학언론의 자유를 향해야 한다는 겁니다. 비단 국장뿐 아니라 밑에 있는 일선 기자들까지 하나의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어야 계속해서 학교에 요구할 수 있고 이것이 향후 큰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대신문의 경우에도 각종 지원이 축소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쓰는 기사의 양은 줄지 않았고 써야 하는 내용은 한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기자들은 민주주의의 바다 속 소금의 역할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다의 역할은 줄지 않았잖아요.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Q. 종이신문의 기능 및 역할이 축소됨에 따라 인터넷 신문 및 SNS 홍보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희 신문사는 종이 신문이 축소되며 모든 게 온라인화됐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장단점이 있어요. 종이 신문이 있으면 기자들이 신문 레이아웃을 편집하고 신문 본연의 업무를 충실하게 할 수 있죠. 하지만 분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면에 들어갈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지만 온라인 신문은 그런 제약이 전혀 없습니다. 학교가 제시하는 원고료 예산의 한도 내에서는 다 실을 수 있어요. 또한 활동 시기에 제약이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방중에도 기사를 쓸 수 있고 취재와 동시에 보도할 수 있어요. 지면 발행의 경우 시의성에 맞지 않아 못 쓰는 기사들이 많잖아요. 시의성과 화제성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신문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대학언론의 생존 및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생 기자도 정치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자치기구의 일원으로 활동하기에 캠퍼스 내 일반 학생들을 찾아가서 “저희 신문을 읽어보셨나요?” 혹은 “왜 대학신문에 관심이 없으실까요?” 물어보며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총장 △고위 공직자 △총학생회를 향해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잘 하지 않죠. 저는 실제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많이 물어보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면 저희를 아는 독자들은 물론 심지어 항의하는 독자들도 많습니다. “기자님들 똑똑하신 건 알겠는데 독자들이 알아듣기 쉽게 글을 쓰셔야죠. 글을 제대로 쓰세요”라며 일침을 놓는 독자를 만난 경험도 있어요. 이렇게 서스럼없이 독자들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학내 구성원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지만 돌아보면 우리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을 거예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신입생을 만나보면 예전에 비해 신문에 관심 없는 친구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공동체 의식도, 대학언론에 대한 인식도 점차 낮아지는 상황임에도 언론의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하고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학생기자들을 응원합니다. 비록 지금은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며, 여러분의 미래에 좋은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에 있는 대학언론인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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