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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노후주택의 변신은 무죄, 카페가 된 삶의 공간
  • 정민 기자
  • 등록 2024-04-16 14: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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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공간으로 생각했던 단독주택의 변천사
연남동, 행궁동 같은 핫플레이스를 거닐다 보면 옛 주택을 개조한 카페나 전시장이 눈에 띈다. 본지는 건축학과 이영범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주거시설의 역사를 알아본 후 주택개조 북카페에 방문해 그 매력을 몸소 느껴봤다.


양옥부터 아파트까지, 한국 주거시설의 발자취를 따라서

 

 아파트가 등장하기 전,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한국 단독주택의 전성기로 불렸다. 당시 단독주택은 소득계층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달랐는데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주로 양옥에서 거주했다. 1970년대 무렵 처음 등장한 양옥은 서양의 주거 문화를 차용한 건축 양식이다. 대부분의 양옥은 지붕 대신 옥상이 있는 2층 집의 형태로 주로 집장사에 의해 동일한 형태의 주택 여러 채가 지어졌다. 이러한 집장사 주택은 외관부터 실내까지 전체적으로 화려한 장식을 사용했다는 특징을 가진다. 예컨대 다양한 문양의 벽돌을 쌓아 올린 외관, 옥상과 계단 난간에 곡선형 기둥 양식 등을 쓰는 것이다. 이밖에도 양옥은 화려한 실내 조명을 설치하거나 벽면을 나무 재질로 시공해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양옥의 호황기도 잠시, 아파트의 등장은 1990년대에 주거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아파트는 연탄 난방 및 야외 화장실 생활의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하며 그야말로 꿈의 집이 됐다. 이에 중산층은 하나둘씩 아파트로 향했고 그렇게 단독주택은 빛바랜 추억 속으로 저무는 듯했다.

 

단독주택 문화의 쇠퇴로 증가하는 빈집들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은 시대적 흐름에서 필연적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며 절대적인 주택 수가 부족해지고 부동산 가격이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같은 평수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를 건설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따라서 단독주택은 경제, 생활 편의상의 이유로 설 자리를 잃어갔다. 대부분의 단독주택이 철거된 상황에서 남은 주택들은 빌라에 가까운 공동주택 형태였고 그중 소수는 낙후되고 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방치됐다. 빈집으로 전락한 주택은 저소득층의 둥지로 변모했고 주택가는 서서히 슬럼화됐다.

 

 한국 통계청의 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45만 1,554가구로 이는 106만 8,919가구이던 지난 2015년 대비 7년 만에 약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빈집 수의 증가는 △범죄 악용 △붕괴와 화재 사고 등의 위험 노출 △공간 낭비로 경제적 손실 발생 △주변 지가의 하락 등 많은 문제로 이어지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개인 소유의 빈집을 매입·정비한 후 청년 사회주택이나 공유주택으로 제공하며 빈집 해소에 앞장섰다. 이는 단순 빈집 문제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주거 안정 및 주거비 부담 완화에도 기여했다. 앞선 국가의 지원 외에도 최근 노후주택을 개조해 △카페 △음식점 △전시 공간 등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개인 사업자가 늘어나 슬럼화된 거리가 힙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겉모습은 주택이지만 북카페입니다

 


 기자는 노후주택을 활용해 북카페로 운영하는 서울시 용산구의 한 카페를 찾았다. 골목 깊숙이에 위치한 ‘서사, 당신의 서재’는 1971년에 지어졌다. 입구는 여느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대문이 자리 잡고 있었고 크게 손대지 않은 듯한 외관은 일반 주택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불투명한 유리 장식이 둘러진 현관문을 열자 반지하와 1층 사이 계단이 기자를 반겼다. 1층 계단을 오르면 거실이 등장하는데, 이곳은 북카페답게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과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소파를 배치했다.

 


 또 한 번 계단을 오르면 방으로 가득한 2층을 볼 수 있다. 공사 과정에서 방문을 모두 제거해 각방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걸음을 옮겨 반지하로 내려가면 방 속에 또 하나의 작은 방이 있는 독특한 구조를 만나볼 수 있다. 벽장을 뜯어낸 자리에 조명을 설치하고 소파와 테이블을 배치하니 과거 누추한 반지하 벽장이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안락한 방으로 재탄생했다. 해당 북카페를 운영하는 정보성 씨는 노후주택의 가장 큰 매력으로 개방감을 꼽았다. “아파트와 달리 마당이 있어 내·외부 공간의 분리감이 적다”며 “넓은 창문을 통해 바깥의 풍경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좋다”고 전했다.

 

글·사진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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