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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삐걱거릴수록 더 매력 있는 버추얼 기술
  • 신지빈 수습기자
  • 등록 2024-04-03 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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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깝고도 먼 버추얼의 세계, 그것이 알고 싶다
메타버스 산업이 축소되는 가운데, 국내 IT 기업 개발자들은 버추얼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작은 틈새시장에서 시작해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버추얼 신드롬에 발맞춰 본지는 버추얼 시장의 현황을 알아봤다.

버추얼, 그게 뭔데?


 버추얼은 ‘가상의’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개발한 3D 이미지 혹은 아바타 캐릭터를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는 작업 전반을 일컫는다. 초창기 버추얼 기술은 인공지능을 주축으로 운용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딥페이크(Deep Fake)’다. 딥페이크는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얼굴에 2D 기반 이미지를 덧대는 기술로 우리가 잘 아는 CG 처리기법과 매우 흡사하다. 저렴한 비용에 버추얼 기술을 경험할 수 있어 각광받았던 딥페이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전부 잡아내지 못해 해상도라는 벽 앞에서 좌절됐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를 보완하고자 표정과 사소한 움직임까지 3D로 구현하는 ‘디지털 더블(Digital Double)’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막대한 이용비가 걸림돌이 돼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상용화는 어려웠다. 이후 개발자들이 가격과 기술력의 합의점을 모색한 결과, 기존 게임 캐릭터 개발에 이용되던 ‘게임 엔진(Game Engine)’ 방식과 부착된 센서를 통해 인물의 움직임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모션 캡처’ 기술이 채택됐다. 해당 기술들은 현재 버추얼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이며 캐릭터의 입체감과 매끄러운 움직임을 구사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가상 유튜버도 유튜버고 가상 아이돌도 아이돌이다

 

 버추얼 산업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데는 버튜버의 영향이 크다. 버튜버란 버추얼 유튜버의 약자로 유튜브에서 캐릭터 모델을 활용해 방송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를 의미한다. 일본은 이러한 버튜버 신드롬에 재빨리 편승한 국가다. 오늘날 버튜버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2013년, 사상 최초로 버튜버 MCN ‘UUUM’을 설립해 지난 2018년 48억 7,300만 엔 (한화 약 500억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하며 버튜버 시장의 성장세를 증명해 보였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니지산지 △홀로라이브 △애니칼라와 같은 대형 버튜버 에이전시를 설립했다. 더불어 세계 각지에 서버를 둬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등 비즈니스 규모를 키워나가는 중 이다. 


 K-POP의 나라, 대한민국은 가상 기술과 음악 산업을 접목해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지난 2020년 디지털 싱글 ‘Black Mamba’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걸그룹 에스파(aespa)는 아이돌 최초로 버추얼 아티스트와 가상 공간을 활용한 세계관을 선보여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로부터 1년 뒤, 모든 멤버가 버추얼 캐릭터로 구성된 한국 최초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 데뷔했고 이들의 1집 ‘RE:WIND’는 실제 음반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달 9일,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 (PLAVE)’는 한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비비, 르세라핌 등의 쟁쟁한 음원 강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 버추얼 아이돌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출처: 플레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현재 업계의 선봉장이 된 플레이브는 △라이브 △오프라인 콘서트 △팝업 스토어 등 기존 가요계를 뒤쫓아 가상 공간이라는 벽을 허무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해석하고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버추 얼 아이돌의 존재 양식과 형태도 점차 다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대중의 심장을 저격하려면 


 그렇다면 버추얼 문화를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반응은 어떨까. 플레이브를 통해 버추얼 문화를 처음 접했다는 A양은 “여전히 많은 위화감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사람과 유사한 외형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평소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서브 컬처를 자주 접해온 B양은 버추얼 문화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비주류 캐릭터 산업에 낯선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혼란을 겪을 것 같다”고 전했다. 덧붙여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처럼 실사와 거리가 먼 캐릭터를 활용한다면 대중들이 느끼는 어색함이 감소해 버추얼 문화를 받아들이는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버추얼은 타 방송인, 아이돌과는 차별화된 공간에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 시장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는 가운데, 단지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배척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으로 보인다. 대중이 조금만 열린 시각으로 버추얼을 받아들인다면 머잖아 대중문화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열쇠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지빈 수습기자 Ι 202440245@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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