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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2월부터 이어온 전공의 파업, 타협점은 없는가
  • 이정빈 기자
  • 등록 2024-03-18 15: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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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목숨 앗아가는 강 대 강의 갈등, 직업적 윤리는 어디에
전공의 파업이 3주 차에 들어서며 필수 의료의 공백이 극심해지고 있다. 정부와 의사협회의 싸움에서 전국적으로 국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이를 비상사태로 인지하고 의협을 향한 경고와 국민 지원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본지는 현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과 한국의사협회의 입장을 알아보고 파업이 지속됨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알아봤다.

* 본 기사는 3월 14일에 작성됐음을 알립니다.


2월 1일

 정부는 2024년 업무 계획을 통해 의료 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본 정책의 4대 개혁은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보상 체계로 구성된다. 본 정책 중 의료인력 확충 항목에 의대 정원 확대 내용을 포함했는데, 이는 내년까지 2,000명을 확충해 안정적 의사 인력을 수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정책에서는 △의과 대학 현장 수용 역량 △지역의료 인프라 △인력 재배치 방안 등을 고려해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2월 19일

 이에 전공의들은 20일 새벽 6시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섰다. 


2월 20일

 전공의의 파업에 따라 빅5 대형 대학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 외에도 부산과 광주 등 지방 거점 대학병원들이 비상 체제 운영에 들어갔다. 


3월 4일

 전공의들은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옆에서 전공의 파업과 관련해 궐기대회를 열었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정부의 강압적 정책 추진에 반응한 의료계를 가해자로 만들었다”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반발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5일

 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의협 주장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에 세계의사협회 루자인 알코드마니 회장은 “한국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 인권 침해에 해당하며 대한민국에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며 “한국 의협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의 윤리적·직업적 의무는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3월 10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긴급 총회를 개최해 정부 대응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15일까지 각 대학 교수와 임상 진료 교수의 의사를 물어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월 13일

 이날 오후 2시 국회 간담회가 개최됐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가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직업 윤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박 차관은 “대화의 전제로서 증원을 1년 연기한다든지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3월 14일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등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참여한 긴급총회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은 “총회에서 사직 결의 등은 논의하지 않았다”며 “자발적으로 사직하거나 사직을 하려는 교수의 현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본 총회에서 전공의 면허정지와 의대생 유급 사태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논의됐지만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정부 정책 지적에서 보이는 허술함


 지난달 13일 의협이 제출한 입장문에는 본 의료개혁에 대한 불만 사항이 담겨있었다. 의료사고 시 의사를 보호하는 정책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의 형사처벌과 수억 원의 배상료 감당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비수도권 의과대학 증원 정책이 필수 의료 서비스 부족 지역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진료비를 높임으로써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원했다. 마지막으로 공공의료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필수의료공백을 채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날 의협은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을 지적했다. 하지만 해당 지적에서 허술함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의협은 의사 수는 적지만 증가율이 높기에 결국 시장은 초과잉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OECD 평균 5.9회인 반면 한국은 15.7회로 밝혀져 의협은 이를 의료공백이 존재하지 않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의사수가 증가하면 의료비도 함께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일련의 주장이 제기됐지만 해당 주장들은 허술함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출생률이 낮아지는 한국의 현 상태에서 같은 수의 의사가 배출된다고 가정했을 때 의사의 비율은 증가하지만 실질적 숫자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진료 횟수가 높은 것은 과잉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의료의 질에 대한 논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 시군구 중 32개 병원의 경우 응급의료기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필수 의료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비는 행위별 수가제와 비급여 진료가 늘어날 때 함께 증가한다. 이는 의사 수의 증가와는 무관하다. 반면 현재 의협은 계속해서 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상태이다.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공격적인 정부의 태도


 의료법 제59조 2항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면 그 의료인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를 근거로 지난 1일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공시송달했다. “병원에 복귀하지 않으면 징계조치를 하겠다”며 “3일까지 복귀한다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탈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오히려 현장을 떠나는 전공의들이 늘어났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현장을 점검해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예고할 것이다”라며 “현장을 확인해 부재가 확인되면 내일 통보할 예정”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전공의 수련 기간을 충족하지 못하게 돼 전문의 자격증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진다”며 “행정처분 이력과 사유 때문에 향후 각종 취업에 불이익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주요 100개 병원을 점검한 결과 지난 11일 기준 이탈한 전공의는 1만 2,001명인 전공의의 약 93%라고 밝혔다. 정부는 예비비 1,200억을 편성해 전국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비했으며 복지부는 같은 날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을 상급병원 20곳에 긴급 투입했다. 이에 향후 상황에 따라 공보의를 추가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속될 의료 공백을 대비해야 할 때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12일 오후 6시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연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총 1,234건이라 전했다. 이 중 △수술 지연 332건 △진료취소 83건 △진료거절 44건 △입원지연 21건 △의료이용불편상담 598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집단 파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식도암 4기 진단을 받은 A씨는 항암치료를 거절당했고 70대 암환자 B씨는 전공의 이탈을 이유로 10일 이상 치료 연기 통보를 받아 대기하던 중 췌장까지 암이 전이됐다. 치료 기간 연장만이 문제가 아니다. 작년 10월 담도암 진단을 받았던 70대 남성 C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전공의 이탈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20일 전공의 이탈을 이유로 퇴원 압박을 받아 강제 퇴원했고, 다음 날인 21일 새벽 4시 사망했다.


 또한 대전에서 80대 심정지환자 D씨는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등의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에 응급실 이송 지연을 겪다가 50여 분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6일부터 26일까지 대전 구급대 지연 이송 사례는 23건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필수 의료 공백이 계속됨에 따라 제때 치료받지 못해 증상이 심해지거나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울산시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응하고자 진료보조 간호사(이하 PA 간호사)를 투입했다. PA 간호사란 의사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는 진료지원 전담인력으로 △중증환자 치료지원 △병동환자 관리 △응급실 및 중환자 관리 △수술부위 봉합 등 81개의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울산대병원은 현재 전문의 256명과 함께 전공의의 공백을 채우고 있는 PA 간호사가 116명이다. 이에 70명을 양성해 추가로 투입할 경우 △수술환자 수용 능력 증대 △병동 야간 응급상황 대체 능력 △중환자실 응급상황 대처 강화 등 비상진료 대응능력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울산시는 추가 투입하는 PA 간호사 70명에 대해 이달부터 오는 5월까지 매월 400만 원 기준으로 총 8억 4,000만원을 지원할 전망이다. 


이정빈 기자 Ι 20231079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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