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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로 다른 남북한의 소말리아 탈출기
  • 임현욱 기자
  • 등록 2024-03-18 14: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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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해외여행은 좋은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간혹 여권 분실 및 외국인과의 실랑이 등 곤란한 일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한국 대사관을 찾는 일이다.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내전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가 된 소말리아 주재 한국 대사관의 탈출기를 다뤘다. 남북한이 UN 가입을 위해 서로 앞다투며 외교 경쟁을 하던 당시, 내전이 발발하며 위험에 처한 양측 대사관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들은 힘을 합쳐 이탈리아 대사관을 통해 소말리아를 빠져나가기 위한 탈출을 감행한다.


 짜여진 소설 같은 이 영화는 1991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극적인 연출을 위한 각색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실화와 비슷하게 전개된다. 이에 영화는 내전 발발로 혼란에 빠진 양측 대사관이 살길을 모색하다 마주치게 되는 전반부의 극적인 긴장감, 후반부에는 액션을 위해 남한 대사관에서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하는 자동차 추격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같이 편 먹고 뭔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오?”

『모가디슈』 中

 

 영화 전개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은 체제 경쟁이 심화됐던 그 시기 남북한이 서로를 믿고 탈출할 수 있냐는 점이다. 전반부에서 서로 대치하고, 심지어는 몸싸움까지 벌인 양측이 후반부에서는 남북 구분 없이 차에 탑승해 함께 탈출하려 노력한다. 이는 남측을 경계하던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의 태도 변화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영화는 당시 한국 외교의 처참한 실태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영화 속 가고자 했던 이탈리아 대사관은 큰 규모와 함께 자체 경비병력으로 가장 안전한 곳이었던 반면, 한국 대사관은 경비는커녕 허름한 주택 수준이 전부였다. 이에 반군에게는 중국인으로 불리는 등 낮은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북한은 우리에게 있어 상당히 복잡한 관계를 가진 곳이다. 영화는 시간이 흐르며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던 양측이 공동의 목적인 탈출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개인 간의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녁 식사마저 의심하던 북한 대사가 탈출에 성공한 후 비행기 안에서는 남한 대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이내 공항에 도착하자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며 각자의 차량에 올라타는 결말은 생사를 가르는 협력이 있었음에도 남북 간 관계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남북은 화해와 긴장을 반복해왔다. 어느 관계가 옳은지 객관적으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가치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는 당사자인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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