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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악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03-18 14: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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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6일,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사인은 질식사. 후두부엔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고 전화선이 목을 조이고 있었다. 발견자는 그의 아내, 그리고 절친한 친구인 노노구치 오사무다. 이야기는 히다카의 집을 찾아간 노노구치 오사무의 수기로 시작된다. 히다카와 일상적인 담소를 나누던 노노구치는 그의 입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이는 바로 그동안 신경에 거슬렸던 옆집 고양이를 독이 든 경단을 먹여 죽였다는 것. 그 후 출판사 관련 일정이 있어 집으로 향한 노노구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무언가 불안한 히다카의 목소리에 노노구치는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 그의 요청을 수락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집에 도착하게 된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그는 집을 둘러보던 중 컴퓨터 화면만 반짝이는 컴컴한 작업실에서 쓰러진 히다카를 발견한다.


 ‘악의’는 추리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살인의 동기란 무엇일까? 그것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악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은 여타 추리 소설과 다르게 초반부에 범인이 밝혀지며 ‘누가 범인인가’보다 ‘왜 범행을 저질렀나’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말입니다. 한 인물이 어떤 인간인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써서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뜻일 텐데, 그건 단순한 설명문으로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아주 작은 몸짓이나 몇 마디 말 같은 것을 통해 독자 스스로 그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도록 쓰는 것이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것이라던데요?”

『악의』 中



 이 작품은 노노구치 오사무와 가가 교이치로 형사의 수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비교적 생소한 전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을 묘사’한 등장인물의 수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초반에 범인이 밝혀짐에도 두 등장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수려한 필력은 최종부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의 내면에 자리했지만 조금은 생소한 의미의 ‘악의’를 독자에게 꺼내 보인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 자신을 싫어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이는 △그저 타인에 대한 열등감일 수도 있겠고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작가가 보이고자 한, 본인조차도 모르는 그저 그 상태의 ‘악의’일 수도 있다. 이처럼 시점이 계속해서 바뀌며 급박하게 전개되는 이 소설은 본인도 모르게 얽히고설킨 인간의 마음, 그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어둠의 이면을 여실히 드러내며 마침표를 찍는다. 이 책을 읽으며 깊이 내재된 인간 본성에 대해 다시금 고찰해 보길 바란다. 한때 당신이 느꼈던 악의에는 이유가 존재했는가.


박상준 기자 |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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