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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가] 세한대, 유학생 불법 입학에 커지는 논란
  • 김태규 기자
  • 등록 2024-03-04 10: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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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력업체와 협력해 ‘전복 양식장’ 불법 취업시켜
최근 세한대학교에서 인력중개업체 측과 짜고 동티모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 입학, 열악한 노동 환경에 방치시킨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이처럼 대학가 내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해서 발생 중이다. 이에 본지는 세한대를 비롯한 대학가 전반의 유학생 관리 문제를 자세히 알아봤다.

불법에 불법으로 쌓은 탑, 학생들 제보에 무너져


 전라남도 영암과 충청남도 당진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세한대학교(이하 세한대)는 작년 9월 동티모르 유학생 20여 명을 학부로 입학시켰다. 보편적으로 국내 지침에 의해 유학생은 먼저 학교 측으로부터 표준입학허가서를 발급받고, 이를 근거로 한국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자국 대사관에서 유학비자(D-2)를 받아야 한다. 특히 법무부 지침에 따라 표준입학허가서 발급을 위해서는 해당 학생이 학기 등록금을 완납해야 한다. 하지만 세한대는 이들의 등록금을 인력중개업체(이하 업체) 측으로부터 일부만 대납받은 상태에서 서류를 위조해 발급해준 정황이 발견됐다. 해당 과정에서 동티모르 유학생들은 업체에 이끌려 인근에 위치한 전복 양식장에 취업해 강도 높은 노동을 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티모르 유학생들은 “학비와 업체 측에 지불할 입국알선료 조달을 위해 국내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노동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기성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유학생이 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였으며 근로기준법상1) 강제노동을 막기 위한 조항에도 위배된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지속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이어가던 동티모르 유학생 일부가 ‘주한 동티모르 대사관’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고, 대사관 측은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가 시작되자 언론들의 취재와 함께 세한대 및 업체 측이 벌인 만행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후 세한대 측은 유학생들이 추가로 납부할 예정이었던 등록금을 받지 못하게 됐고, 업체 측은 학생들이 일을 그만두면서 대납한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서로 책임을 미루며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이르렀으며, 해당 과정에서 불법적 행태들이 추가로 드러났다.


유학생 유치에 열 올리는 대학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 등의 현실적 문제로 인해 많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직접 외국에 방문해 유학생 유치에 나서는가 하면, 미디어를 통한 홍보로 ‘유학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0년 대 초반 8만 3,842명이었던 유학생 수는 20년 새 16만 6,892명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여전히 이들을 ‘돈’으로만 보며 인권 문제에는 소홀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끊임없이 유학생의 인권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비자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국내 대학에 입학한 이후 실제 취업을 위해 대학을 이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오랜 기간 대학으로 돌아오지 않고 경제 사정 등의 사유로 불법체류자(이하 불체자)가 되는 경우 대학은 향후 유학생 모집에 차질을 겪게 된다. 정부는 유학생에 대한 원활한 관리를 위해 2011년부터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유형별 평가를 통해 대학에 인증을 부여하는 형식이다. 이 중 학위과정의 경우 불체자 비율이 8~10% 이상일 경우, 어학연수과정은 불체자 비율이 25~30% 이상이면 대학은 비자 발급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학들은 이탈하는 유학생들을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관계자들, ‘대학 개별의 일탈적 행동만으로 보기 어려워’


 이는 세한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022년 5월, 전주기전대학교의 한국어문화교육원 사무실 내 화이트 보드에는 학교를 이탈했다가 붙잡혀 출국당한 학생들의 사진과 하단에 ‘OUT’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학 직원과 경비용역 업체가 직접 이탈한 학생들을 잡으러 다녔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반발이 거세졌다. 지난 2022년 11월, 한신대학교에서도 통장 잔고 유지 기준을 채우지 못한 학생들을 강제로 출국시키는 등 비슷한 양상의 사건들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인권침해 행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모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학생을 위한 교육적 목적이었다” 등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수도권 대학의 어학당 관계자는 “대학들의 이런 행동이 매우 극단적이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비자 제한을 받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읊으며 참담한 현실을 드러냈다.


김태규 기자 Ι taekue@kyonggi.ac.kr



1) 근로기준법 제21조 (전차금 상계의 금지)에서는 근로계약 체결 시에 추후 받을 예정인 임금을 통해 돈을 갚는다는 조건으로 자금을 빌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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