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책] 그리운 이에게, 잘 지내고 있나요?
  • 정민 기자
  • 등록 2024-03-04 10:30:00
기사수정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영화로 유명한 ‘러브레터’는 1999년 개봉한 이와이 지 감독의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겨울 영화다. “お元気ですか(오겡끼데스까)”라는 명대사를 남긴 작품으로 예능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웃음을 자아냈지만, 영화를 본다면 이 대사를 들었을 때 그저 웃고 지나가긴 어려울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가 2년 전 세상을 떠난 연인 후지이 이츠키의 흔적을 찾아 실수로 그와 동명이인이자 그의 중학생 시절 동창이었던 후지이 이츠키에게 편지를 보내며 시작된다. 지난 사랑을 떠나보내지 못한 히로코는 이츠키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점차 자신이 사랑했던 그에 대한 마음을 놓아주게 된다. 히로코는 세상을 떠난 그에게 편지를 보내며 ‘혹시 그가 살아있는 건 아닐까’하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 주고받은 편지가 죽은 그가 아닌 오타루의 이츠키에게서 온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히로코를 좋아하는 시게루 아키바는 그녀가 전 연인 이츠키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길 바란다. 이츠키를 잊기 위해 아키바와 함께 그가 조난 당한 산을 찾았음에도 오르기를 주저하는 그녀를 보면 히로코는 그때까지도 이츠키를 놓아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날 저녁 식사자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츠키를 추억하던 중, 그에게 청혼했던 일을 떠올리며 그는 곁에 없지만 그와의 추억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이후 그녀는 이츠키가 생을 마감한 산을 마주하며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お元気ですか 私は元気です。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요.”

『러브레터』 中


 미련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있는 마음’을 뜻한다. 한때 소중히 여겼던 무언가를 놓아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슬픔 때문일 수도 있고 인생의 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놓는 것이 그를 버리는 것이라고 착각해 죄책감이 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마음의 짐은 더욱 무거워지기에 그렇다.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은 놓기를 주저하게 만들지만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남는 것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그에 대한 아픈 감정이나 미련을 놓는다고 해서 추억까지 사라지겠는가. “이 편지에 담긴 추억은 당신 거예요”라며 이츠키에게 받았던 그들의 학창시절이 담긴 편지들을 돌려주는 모습을 보면 히로코 또한 연인에 대한 미련을 놓고 편안함에 이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만큼이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놓아주는 것이다. 미련에 못 이겨 붙잡고 있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있다면 놓아보는 건 어떨까. 히로코가 이츠키를 놓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 것처럼 당신에게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