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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조] “사라진 한글 간판을 찾습니다”
  • 정민 기자
  • 등록 2024-03-04 10: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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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한글간판 만들기’, 행궁동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변화
본교 수원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행궁동은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자리한 역사와 문화의 마을이다. 한때 CNN 외신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도 했지만 최근 도넘은 외국어 간판으로 인해 ‘왕이 사랑한 도시’라는 명성에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에 본지는 본교 수원캠퍼스 주변 인기 장소를 직접 방문해 외국어 간판 사용 실태를 조사해봤다.


외국어가 침범한 우리 고유의 도시 행궁동

 


 본지는 행궁동의 외국어 간판 사용 실태를 알아보고자 수원시립미술관부터 장안문 사이 골목들, 행리단길을 위주로 외국어 간판을 사용하는 매장의 수를 직접 측정해봤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어 간판을 사용하는 매장은 대략 90곳 이상이었고 그중 영어만 표기된 곳은 약 83곳, 일어만 표기된 곳은 약 6곳으로 행궁동 상가 대다수가 외국어 간판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면밀히 들여다본 행궁동 내 외국어 사용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간판부터 메뉴판까지 온통 영어로 표기한 한옥 개조 식당이 있는가 하면 순우리말을 영어로 표기한 간판도 있었다. 또한 영어 간판을 사용하는 매장 중에서도 필기체를 사용해 알파벳을 알아도 읽기 어려운 경우가 잦았다. 일본어 간판을 내건 매장의 경우 외관만 보면 일본으로 착각할 만큼 한글 표기가 전혀 없는 곳이 허다했다. 간판뿐 아니라 ‘영업중’이라는 표시 및 메뉴가 그려진 포스터에조차도 전부 일본어로 적혀 있어 일본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조례 제정해 한글 문화 보존하는 종로구


 행궁동과 비교해볼 수 있는 타 지역 사례로는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과 인사동이 있다. 북촌한옥마을과 인사동은 모두 경복궁 인근에 위치해 행궁동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 중 하나다. 다만 종로구는 행궁동과 달리 지난 2017년, 한글 사랑 조례를 제정해 △경복궁 △북촌한옥마을 △인사동길 등의 특정 구역에서 무조건 한글 표기를 한 간판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TARBUCKS △CU △GS25와 같은 대형 해외 프랜차이즈 매장 또한 전면 한글 표기를 원칙으로 한다. 종로구는 매해 한글 간판을 대상으로 ‘좋은 간판 공모전’을 진행하며 지난 2021년 ‘종로와 한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책자 ‘한글 가온 종로’ 책자를 발간해 한글문화 보전에 힘쓰고 있다.


규제보다 인식 개선이 먼저, 아름다운 한글 간판


 이처럼 한글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작년 8월 수원시청 홈페이지 제안토론에 ‘화성행궁 주변 외국어 간판 제한’이라는 제안이 게시됐다. 해당 제안은 ‘행궁동 상가들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화성행궁은 수원의 자랑인 만큼 더욱 멋지게 가꿔 나갈 수원시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록 해당 제안은 미채택 됐지만 수원시는 작년부터 행궁동 내 외국어 간판 규제를 위해 ‘아름다운 한글간판 만들기’ 간판 개선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한글간판 만들기’ 사업은 한글 간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외국어 간판이 밀집된 행궁동, 고등동을 대상으로 ‘한글 표기가 없는 외국어 간판’을 한글 표기 간판으로 교체하는 사업자에게 최대 2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작년 하반기 시범 실시 과정에서 시급성과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접수 건수 없이 종료됐고, 올해는 이러한 부진 사유를 고려해 상반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수원시청은 한글간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동네 한글간판 사진 공모전’ 계획도 함께 발표해 한글 보존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수원시청 도시디자인단 이옥란 주무관은 “해당 사업을 통해 행궁동과 고등동이 더욱더 역사적 가치와 현재의 트렌드가 함께 공존하는 도시로 발돋움하기 바란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글 간판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많은 사람이 한글의 매력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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