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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업계의 암적 존재가 된 암표 거래, 근절시킬 수 있을까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03-04 1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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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 팬심 이용한 돈벌이 수단 아냐, 더욱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
콘서트 티켓 예매 시작 1분 내에 전 석이 매진되는 현재, 암표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유명 가수들은 암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문제를 근절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암표 거래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본지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암표 거래 문제를 완전히 뿌리뽑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암표 거래 방지 대책들이 효과가 있을지 알아봤다.


암표 구매, 직접 시도해 봤습니다


 최근 인터넷에는 정가 16만 원인 콘서트 티켓을 300만 원에 판매하는 등 입장권에 웃돈을 얹은 ‘암표’를 판매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적게는 몇만 원, 많게는 몇 배를 얹어 판매하는 ‘암표상’들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기자는 암표 거래의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중고 거래 플랫폼인 ‘○○장터’와 각종 SNS를 통해 암표 구매를 시도해 봤다. 실제 판매자와 연락이 된 후 평균 20분 안에 구입 직전까지 거래가 진행되며 암표 구매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한 플랫폼에선 판매자와의 연락도 필요 없이 배송지를 입력하고 금액만 지불하면 거래가 성사되는 등 암표 거래가 소비자에게 뛰어난 접근성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암표란 무엇일까. 암표는 일반적으로 법을 위반해 몰래 사고파는 각종 탑승권, 입장권 따위의 표를 일컫는다. 일반적인 양도 등 웃돈을 받지 않는 경우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웃돈을 받고 △입장권 △승차권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경우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의해 2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암표는 좌표를 지정하고 자동으로 동작을 시행해 빠르게 좌석을 선점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이하 매크로)을 통해 표를 예매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양심 있는 팬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럼 왜 이토록 넘쳐나는 암표 거래 글들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본지는 암표 거래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이하 협회)의 윤동환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회장은 온라인 암표 거래를 잡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경범죄 처벌법이 50년 전에 만들어진 후 단 한 번도 개정이 안 됐고 나루터, 흥행장 등에서 적용이 되는 법이기 때문”이라며 “온라인으로 암표를 거래하는 현재, 이는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동시에 윤 회장은 “경범죄 처벌법 개정이 암표를 막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2년 만에 신고 12배…폭증하고 있는 암표 거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암표 거래 신고가 지난 2020년 359건에서 지난 2022년엔 4,244건으로 대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암표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현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한 협회에서 작년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공연 티켓 예매 경험이 있는 전국 남녀 5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23.4%가 공식 예매처 외 티켓 구매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현 실태를 보여줬다. 그 외에도 암표 구매 시 사기 피해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암표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의 26.1%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하며 암표 구매 시 많은 위험이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피해자들은 △‘중복 양도로 공연을 관람할 수 없었다’ △‘돈을 입금했지만 표를 받지 못했다’ △‘공연 취소 등에 대한 환불을 받을 수 없었다’ 등의 사기 피해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암표를 단순히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티켓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본 협회가 공연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화생활에 있어 평균 달에 30만 원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공식 예매처 외 티켓 구매를 통해 30만 원을 소비하게 되면 더 이상 문화 생활에 지출하지 않게 된다”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피해는 누적돼 큰 손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25%는 암표 거래 지출 증가 시 ‘해당 가수의 공연 관람 횟수가 줄어든다’고 답해 개인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개정안 내놨지만, 실효성은 없어…


 이에 정부는 공식 예매처 외 티켓 구매 대응을 위해 오는 22일(금)부터 개정된 공연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암표를 판매하다 적발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뮤지컬 분야 현장간담회에서 “암표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시켜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개정된 공연법에 대해 윤 회장은 “개정되는 법안은 매크로를 이용해 대량의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 암표를 판매했을 경우에 적용되는 법”이라며 “법 적용을 위해선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한 것을 증명 △한두 장이 아닌 대량의 티켓을 구매한 것을 적발 △구매한 사람이 판매했을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매한 사람과 판매한 사람이 다른 요즘 암표상의 기업화 구조에는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매크로 사용 여부를 적발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컴퓨터 △핸드폰 △방문한 PC방 등을 압수수색 해야 하지만 수사기관이 암표를 잡기 위해 그렇게 할 리는 만무하기에 실효성이 전혀 없는 법안”이라고 전했다. “이는 공연법 개정이기 때문에 공연 외에 △팬미팅 △스포츠 △E스포츠 등에는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개정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또한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시기엔 공연 자체가 없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작년부터 암표 거래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음에도 암표 규제에 대한 추진 속도가 이렇게 느리다는 것이 한탄스럽다”며 정부의 늦은 대응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암표 규제, 해외는 어떨까


 이처럼 정부는 최근 공연법을 개정하며 암표 규제에 힘쓰겠다 밝혔지만 실효성 없는 법안과 늦은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경우 지난 2019년 6월부터 특정흥행입장권 불법전매금지법을 시행했다. 법안에 따르면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흥행 이벤트 입장권을 주최 측 동의 없이 정가보다 비싸게 되팔거나 되팔 목적으로 사는 것을 모두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약 1,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한 암표 거래 방지를 위해 선착순 방식의 예매가 아닌 무작위 추첨을 통한 예매 방식 등의 방지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만은 비교적 최근인 작년 5월에 ‘문화창의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해 암표 거래를 근절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장권을 액면가 또는 정가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재판매할 시 모두 암표로 간주해 티켓 액면가나 정가의 10배에서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허위 정보나 컴퓨터 조작 등의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하다 적발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한화 약 1억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등 강한 대처에 나섰다. 그 외에도 프랑스, 캐나다 등 많은 나라에서 티켓 교환 또는 환불을 금지하며 암표 거래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아이디를 옮기는 등의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는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어 암표 거래 근절은 난항을 겪고 있다.


어긋난 팬심, 가수들은 그런 마음 필요 없어


 법적 규제 외에도 가수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암표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암표 거래를 적발해 신고하는 경우 신고자에게 공연 티켓을 증정하는 이른바 ‘암행어사 전형’과 불법 거래 의심 예매를 강제로 취소시키는 등의 대책이 있다. 또한 최근 가수 장범준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암표 거래가 이뤄지자 예매를 모두 취소시키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NFT(대체불가토큰) 티켓을 도입했다. 이는 예매자 본인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양도 또는 거래를 했을 때 기록이 남기 때문에 암표 거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예매처 △기획사 △가수들에게서 방법을 찾는 것은 어떠한 방식이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언제든 편법은 만들어지게 될 것이고 사각지대는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수들의 암표 방지 대책이 어느 정도 거래를 감소시킬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을 것이라 전했다.


 윤 회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기획사나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티켓 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제는 가격을 암표상이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암표 거래가 활개 치는 현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이로 인해 표 현장 수령 등 불필요한 과정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암표상이 수요에 따라 마음대로 가격을 형성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법과 제도로 암표 거래를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암표 거래가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암표를 소비하지 않는 것임을 강조했다.


글·사진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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