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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한국 축구 유망주 육성, 그 해답은 어디에
  • 김민제 기자
  • 등록 2023-12-07 11: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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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리그 U22 규정,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지난달 13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유망주 육성을 위해 존재하는 U22 규정은 허울뿐인 걸까. 이에 본지는 해당 규정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봤다.

오직 K리그에만 존재하는 U22 규정


 국내 프로 축구 리그인 K리그에서는 리그 내 유망주 육성을 위해 22세 이하 선수의 의무 출전 규정(이하 U22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22세 이하의 선수를 선발 명단과 교체 명단에 각각 한 명 이상 포함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또한 선수의 수와 교체 카드 수를 이용해 베네핏과 핸디캡을 적용한다. 만약 18명까지 등록할 수 있는 경기 출전 선수 명단에 22세 이하 선수가 2명 이상 포함되지 않는다면 22세 이상의 선수로 대체할 수 없고 공석으로 남겨 16명까지만 등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2세 이하 선수가 △1명도 선발 출전하지 않은 경우 - 교체 카드 2장 △1명만 선발 출전하고 다른 22세 이하 선수가 교체 출전하지 않은 경우 - 교체 카드 3장 △22세 이하 선수가 2명 이상 경기에 출전할 경우 - 교체 카드 5장을 부여한다.


 이러한 U22 규정은 오직 K리그에만 있는 그야말로 한국 축구의 전유물이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 축구 리그는 왜 유망주를 육성하는 일이 강제 규정 하에 진행돼야 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은 리그 내. 전체적인 인식에 초점을 둔다. K리그는 유망주들을 키워 비싼 이적료에 매각하는 순환 구조가 타 국가 프로 축구 리그에 비해 매우 약한 편이다. 이런 순환 구조는 유망주 육성이 구단에게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높이고 구단의 운영진을 비롯한 지도자도 이에 동참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12개로 이뤄진 1부 리그의 팀 중 최대 3팀까지 강등될 수 있는 K리그의 경우, 많은 구단과 지도자가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당장 눈앞의 잔류에 목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망주 육성이 선순환을 불러오지 못하는 것이다.


감독과 선수, 피할 수 없는 고충


 해당 특성으로 인해 U22 규정이 존치해야 할 만큼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당장 경기에 걸린 승점을 얻어야 하는 팀들은 불가피하게 22세 이하 선수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를 변용하기 시작했다. 극단적으로는 지난 2021년, 수원 FC와 서울 FC의 경기에서 김도균 감독이 1분 48초 만에 2명의 22세 이하 선수를 교체하는 일이 있었고 이에 U22 규정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가 일었다. 하지만 순전히 감독만을 비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승리를 위해 최선의 라인업을 내보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해당 규정으로 인해 최선의 선수 배치를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선수만큼 뛰어난 22세 이하 선수를 보유한 팀이 아니라면 전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규정이 되레 기회의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으로 같은 포지션의 선수와 경쟁해 기회를 얻는 것이 프로 스포츠의 당연한 수순임에도 규정으로 인해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가 생긴다는 것이다. 더불어 U22 규정으로 인해 구단들도 의식적으로 나이 기준에 맞는 선수를 우선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허울뿐인 규정에서 벗어나야만


 많은 축구계 관계자들은 해당 규정이 가진 문제점에서 벗어나 계 속해서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안은 각 구단의 B팀 운영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B팀을 운영하는 것은 유망주를 비롯한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출전 시간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팀과 감독의 입장에서도 유망주를 육성한다는 명목 아래 차선의 경기력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다. 또한 1군 팀과 비슷한 전술적 콘셉트 아래서 B팀을 운영한다면 B팀 의 선수들을 1군 경기에 콜업(Call-UP)1)해 출전시키는 것도 훨씬 용이해 진다.


 제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인식의 변화라는 시각도 존 재한다. 항상 국내 축구의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본을 비롯해 타 국가의 축구계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유망주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런 유망주에 대한 인식은 지속적인 선순환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국내 리그에서 많은 유망주가 기회를 얻고 성장하기 위해선 더욱 장기적인 목표를 전망해야 한다. △구단 △감독 △선수 △팬 모두가 넓은 시각으로 국내 리그를 바라볼 때, 제도가 가져오는 변화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김민제 기자 Ι k.minje@kyonggi.ac.kr


1) 2부 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1부 리그로 승격되는 일로 프로 스포츠에서 쓰이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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