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문화더하기] 전자기기와 헤어질 결심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12-07 11:08:40
기사수정
  • 디지털 라이프에서 로그아웃할 때는 바로 지금
요즘 길거리에서 전자기기만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친구와의 만남에서도 대화는 커녕 각자의 휴대폰만 주시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처럼 스마트폰 좀비, 일명 ‘스몸비’ 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최근 전자기기와 잠시 떨어져서 지내보자는 취지의 ‘디지털 디톡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직접 디지털 디톡스를 체험해보고 기술 사회의 명과 암에 대해 분석해봤다.

전자기기 의존도, 이젠 넋 놓고 지켜보면 안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민 5,03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10·20대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비율은 올해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더불어 잠재적 위험군 역시 60%에 육박한 수치로 기록되며 한국 사회 전자기기 사용 실태에 적색불이 켜졌다. 


 위와 같은 상황 속 유행하기 시작한 디지털 디톡스는 전자기기 이용에 대한 피로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과도한 소셜미디어 의존이 우울과 불안을 초래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뇌를 쉬게 함으로써 심신의 안정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는 지난 여름 방영된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작곡가 코드 쿤스트는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임을 인정하며 10시간 동안 개봉이 불가한 상자에 전자기기를 넣고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금단 현상에 따른 괴로움을 호소하면서도 생산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하나둘씩 디지털 디톡스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대인들은 디지털 디톡스 진행 중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전자기기 사용으로 인한 피로를 축적하고 있다. 평소처럼 일하다가도 집중을 못하거나 산만하다는 둥 장시간 업무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야 한다. 처음부터 전자기기를 멀리하거나 없애기보다 사소한 것부터 점진적으로 중독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필요한 알람만 사용하기 △연락에 우선순위 정하기 △ 지루함을 느끼더라도 스크린 꺼놓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전 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테크 프리(Tech-Free) 시간이나 노테크존 (No Tech Zone)을 지정해 특정 시간에만 전자기기를 사용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중독에 가까운 디지털 과의존을 개인의 의지로 끊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최근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소셜미디어를 멀리하고자 하는 10대들의 정기 모임 ‘러다이트 클럽’이 신생됐다. 러다이트 클럽은 19세기 영국에서 발발한 기계 파괴 운동의 이름에서 착안한 것으로 함께 디지털 디톡스를 진행하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을 두고 있다. 회원의 대부분은 폴더폰을 사용하며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전화기를 꺼내지 않는다. 대신 매주 공원에서 만나 소설을 읽거나 수채화를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영국에도 이와 비슷한 디지털 디톡스 단체 ‘타임 투 로그오프’가 있다. 이들은 매년 6월 넷째 주 일요일을 ‘언플러깅 데이’로 정해 24시간 동안 전자기기와 소셜미디어를 멀리하는 캠페인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디지털 디톡스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기자 역시 전자기기와 소셜미디어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 중 한 명이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일일 평균 약 8시간 30분 정도로 하루 중 3분의 1을 스마트폰 사용에 할애하고 있었다. 오래 고착화된 생활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긴 어려웠다. 기자는 아침을 알리던 알람 소리를 바꾸는 것부터 디톡스를 시작했다. 평소 식탁을 가득 메우던 배달 음식을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대체했다. 그 후 부모님이 요청한 집안일과 과제를 순차적으로 하고 나니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흘렀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는 소셜미디어를 끊으면 소통의 통로가 모조리 막힐 것이라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과 달리 스마트폰은 그저 장벽에 불과한 것이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니 함께 웃고 대화를 나누는 가족의 얼굴이 명징해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과 또 다른 시작을 여는 연초의 과도기에 선 지금, 전자기기와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눈을 맞추고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눠보는 건 어떨까. 스마트폰의 열기로부터 멀어 질수록 사람의 온기가 가까워지는 놀라운 체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홍지성 기자Ιwltjd0423@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