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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이어지는 경제불황 속 영업전략으로 떠오른 슈링크플레이션
  • 임현욱 수습기자
  • 등록 2023-12-07 11: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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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 향한 잇따른 기만행위에 단속 나선 정부
최근 기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크기와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편법으로 보고 ‘생필품값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단속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본지는 슈링크플레이션의 배경과 그 이면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관습처럼 눌러앉은 슈링크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은 지난 2015년 등장한 신조어다. 그러나 ‘기존보다 양을 줄여 판매한다’는 기업의 전략은 예전부터 존재해 ‘질소 과자’, ‘과대 포장’ 등이 과거 기업들의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을 비판하는 단어로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는 식품뿐만 아니라 휴지의 길이가 짧아지고 세제의 양이 줄어드는 등 일반 제품으로 확장됐다. 심지어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식당 등 식품접객업으로까지 확대돼 사회 전체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잇따른 슈링크플레이션 행태로 시민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정부는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보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정직한 판매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들이 수차례의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진행하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동시에 조사에 미포함 품목을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해 이달 초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민과 정부의 비난으로 사면초가에 처한 기업들

 

 기업들의 연이은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에 시민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 제품의 양을 줄였으나 법적 표기 외에는 큰 변화가 없어 소비자가 알 수 없도록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비난 요소다. 소비자 단체들은 “기업의 꼼수 전략이 시장 불신과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낳고 이는 결국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잇따른 경제불황으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자 정부는 이에 대한 압박에 나섰고 이를 피해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식이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 중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성대학교 김상봉(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계속 시장에 개입할수록 당장은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나중에 한꺼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가격 인상 제재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 개입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기업은 이런 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움직임과 관련해 무작정 제재하는 것이 아닌 ‘용량 변경 고지 의무화’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시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슈링크플레이션, 해결 방안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이미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여러 해결 방안을 시행 중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대형마트 ‘까르푸’는 작년 9월부터 26개의 브랜드 제품에 한해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을 줄인 경우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스티커를 판매대에 부착하고 있다. 독일의 대형마트 ‘네토’도 지난달부터 같은 방법을 시행 중이다. 브라질의 경우 관련 법률이 마련돼 제품 제조업체는 양을 줄인 경우 6개월 동안 ‘새로운 무게(NOVO PESO)’라는 표기를 해야 한다.

 

 그에 반해 한국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및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한 ‘단위가격표시제’만이 소비자가 변화한 용량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변동 가격을 직접 찾아야 하며 인지도가 낮아 소비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이에 추가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법적 근거로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고물가와 경제불황이 지속되며 슈링크플레이션은 사회에서 매우 당연한 듯이 자리 잡았다. 경제가 어려워도 슈링크플레이션은 엄연한 소비자를 향한 속임수다. 따라서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을 억제하고 건강한 생산과 소비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임현욱 수습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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