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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포기하지 말고 담대한 도전을 해야 한다
  • 편집국
  • 등록 2017-05-10 13: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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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수라고 하면 사 람들은 부모 잘 만난 부잣 집 아들로, ‘금수저’로 안 다. 실제 내 주변에는 금수 저로 태어나 외국유학을 다녀와서 교수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가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으로 성공한 분들도 많다. 나 역시 그렇다. 지금부터 내가 살 아온 이야기를 젊은 대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나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5살 때 가세가 기울어서 서울 강북구 정릉 아리랑 고개의 판자촌으로 이사를 왔다. 벌써 50년 전의 일이다. 앞날을 꿈꾸거나 청춘의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 도 어려운 처지였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흥은 행(현 신한은행)에 취직했다. 하루는 대학 다니는 친구 들이 은행에 찾아와 미팅 나간다면서 나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런 친구들이 부럽기도, 현실이 슬프기도 했다. 나는 그길로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 학입학시험 공부를 해 야간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을 마치더라도 은행에서 내 신분은 입행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고졸자였다. 승진의 한계가 보였다.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하려해도 야간대학 졸업의 학력 으로 명문대 출신들과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나는 절망하고 고민했다. 이렇게 호구지책에 연연하다 가 죽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틈틈이 영국문화원에 들려서 자료 수집을 하면서 유학시험을 준비했다.

 

 1977년 2월 나는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영국에 도 착한 첫 해에는 런던의 허름한 카페에서 하루 5-6시간 씩 화장실과 바닥청소, 접시닦이를 했다. 간혹 손님들 이 남기고 간 소시지의 끝부분을 잘라내서 먹고 남은 맥주를 모아서 혼자 홀짝거리면서 마시면서 꿈을 키웠 다. 나는 주경야독으로 돈을 모아서 1979년 스코틀랜 드 애버딘(Aberdeen)대학에서 전략학 석사를, 런던정 경대학(LSE)에서 1983년 6월에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 았다. 박사공부를 할 때에는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과 사업가들의 관광안내 통역서비스를 하면서 공부했다. 당시 내가 쓴 졸업논문은 LSE의 최우수논문으로 선정 돼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에서 출간, 전 세계 도서관에 배치됐다.

 

 1983년 8월 박사학위를 마치자 마자 한국의 국방대학원의 교수가 됐다. 당시 31세였다.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이 응징에 나서는 이른바 1 차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 나는 당시 TV 보도프로그 램에 출연해 생방송으로 급변하는 중동상황에 대한 설 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국제정세를 쉽고 명쾌 하게 해설하는 스타가 돼 있었다. 1993년 김영삼 정부 가 출범하면서 국가안전기획부 안보통일보좌관에 발 탁됐다. 1995년 말부터 차관급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의 사무차장을 지내다가 1998년 9월 경기대학교 통일 안보대학원(현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지내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통일부장관에, 2011년 주 캐나다대사, 2012년 국가정보원 제1 차장 등의 공직을 수행하고 학교로 돌아왔다.

 

 나는 모든 것들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고비 고비 마다 일어난 행운들은 하늘의 도움이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25 살이었던 1977년 8월 런던으로 유학가면서 나 는 다음과 같이 일기에 적었다.

 

  ‘새로운 삶을 위해서 나는 도전하고 있다... 내겐 이미 슬픔이나 고민을 말할 여유가 없다. 자랑스러운 순간까지 오직 전진만이 있을 뿐이 다. 나는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반드시 이루고 말 것이다’

 

 돌이켜보자면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이었다. 나는 주저함이나 두려움 없이 개척하고 적응해왔다. 나는 오는 8월 말 정년에 이르면 학교를 떠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교수직에서 벗어나는 것이지 나의 공부와 가르침의 끝이 아니다. 현직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행운유수(行雲流水)처럼 살 수 있는 시간이 주 어진다고 믿는다. 나는 또 익숙하지 않은 길을 새롭게 갈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은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부르 며 시작할 용기를 쉽게 내지 못한다고 한다. 하 지만 성공할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나 역시 상고를 졸업하고, 야간 대학을 졸업한 흙수저였다. 하지만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 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내가 갈 길을 마음속으 로 늘 그려봤으며 그 일을 시작하면 그 무엇도 나를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젊은 대학생들도 조금 더 담대하게 자신의 미래 를 준비하고 도전을 하길 바란다.

 

 

남주홍교수

정치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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