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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유행어 독점한 20대, 인터넷 물들었지만 에타에서는 ‘조심’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3-12-07 11: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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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명 중 8명에겐 문화지만 또 6명은 해악으로 여기는 아이러니
‘개그 콘서트’가 3년여 만에 돌아왔다. 20% 안팎의 시청률을 구가하던 과거의 개콘은 유행어의 산실이었지만, 부활 이후의 전망은 달라 보인다. 유행어 탄생의 주체가 더 이상 연예인이나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러한 유행어의 출처를 기반으로 그 사용 양상과 인식 경향을 분석했다.

유행어 산실의 현주소, 디시인사이드 


 유행어와 인터넷 용어 사이의 간극이 좁아지며 유행어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써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20대의 대부분(95%)이 인터넷 용어를 사용하며, 지난 2019년 두잇서베이가 3,862명의 2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조사에서는 거의 절반(44%)이 신조어를 인터넷으로 접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본지는 20대 대학생 남녀 20명에게 가장 많은 유행어가 만들어지는 창구가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무려 13명이 ‘디시인사이드’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라고 답했고 일부는 해당 커뮤니티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유튜브나 SNS를 통해 접하게 되는 밈의 출처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얘기했다. 질문 방향을 틀어 유행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을 묻자 20명 전원이 ‘인터넷’이라고 답했다. 


눈물 마르지 않는 수원캠 자유게시판 ㅠㅠ


 이에 본지는 20대 대학생이 가장 많이 쓰는 인터넷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 가장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는 ‘수원캠 자유게시판’ 을 모집단으로 지난달 29일 오전 0시부터 30일 오전 9시까지, 학생들이 어떤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지 실시간으로 조사했다. 학생들은 △ ‘ㅠㅠ’ 132번 △‘ㅋㅋ’ 72번 △‘ㅇㅇ’ 14번순의 높은 빈도로 사용했으며 ‘ㅠㅠ’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덧붙여 올 한해 ‘ㅠㅠ’가 사용된 게시글은 총 5,763개였고, 지난 한 달 동안 게시된 전체 1만 4,129개의 글 가운데 374개(2.65%)가 ‘ㅠㅠ’와 함께 작성됐다. 이는 나머지 집계를 전부 합해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다. 


 ‘ㅠㅠ’는 초성체로, 두 번째로 많이 보였던 ‘ㅋㅋ’와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이모티콘이자 오랜 시간이 지나 일상에 정착된 보통어에 가깝다. 더불어 조사 당시 집계된 나머지 용어들도 전부 초성체였던 것을 미뤄봤을 때, 학생들이 주로 보통어로 이뤄진 대화를 하고 있던 것이다. 


디시인사이드는 인터넷, 에브리타임은 대학교


 지난 2021년 20대연구소의 커뮤니티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20대 의 디시 사용률은 29.6%인데 비해 에타 사용률은 44.3%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지가 직접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디시는 20대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유행어의 발원지로 평가받는 반면, 에타에서는 유행어를 찾기 어려웠다. 


 에타의 구성원은 학번이나 교내 웹 메일을 통한 인증방식을 거친 △재학생 △휴학생 △졸업생이 전부다. 이들이 대학이라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총학생회와의 연계 △학내 언론과의 정보 공유 △학생들 간 상호소통 등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에타다. 이처럼 대학 커뮤니티 및 관련 온라인 서비스를 독점한 에타는 ‘인터넷’보다 ‘대학교’ 커뮤니티에 가깝게 설계됐기에 학생들이 인터넷 용어 사용에 대해 조심성이 필요한 오프라인, 다시 말해 ‘현실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 것이다. 


의식 한편 자리한 “유행어는 수준 낮은 언어”


 그러나 에타와 같은 정보 공유 및 학생들 간의 질의응답을 주 콘텐츠로 삼지 않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어원을 찾을 수 없는 신조어들이 우후 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 용어는 커뮤니티를 넘어 대중매체에까지 영향을 줘 언어 양극화의 심화를 초래했다. 특정 타겟층이 없는 지상파 예능 자막에서도 ‘알잘딱깔센’, ‘맵찔이’와 같은 신조어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20년 국립국어원에서 진행한 언어 의식 조사에서는 국민 대부분(81%)이 신조어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같은 조사에서 전 연령의 61%가 세대 차이의 가속화를 느꼈다고 답했다. 43%의 사람들은 언어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같은 해 한국리서치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국민의 71%가 이러한 신조어 사용을 ‘한글 파괴’라고 여겼다. 


 또한 두잇서베이에서 신조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 역시 65%로 압도적이었다. 국민들은 유행어·신조어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유희성 대비 크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로 분류된 에타에서 유행어가 쓰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학생들을 비롯한 국민 대부분이 언어 오남용을 ‘해악’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 한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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