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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진정한 배리어 프리를 향해
  • 김민제 기자
  • 등록 2023-11-23 16: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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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기고 함께 만드는 우리의 예술
배리어 프리의 적용으로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는 문화예술계의 장벽, 이제 정말 모두의 예술을 이룩한 것일까? 본지는 현재 문화예술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배리어 프리와 여전히 변화가 필요한 지점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배리어 프리는 장벽을 뜻하는 ‘배리어(Barrier)’와 벗어남을 뜻하는 ‘프리(Free)’의 합성어로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의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의 움직임을 일컫는다. 최초의 배리어 프리 움직임은 건축 분야에서 시작돼 점차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갔다. 현재 배리어 프리는 그 의미가 더욱 확대돼 어린이와 노약자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약자가 장벽을 허물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다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은 다름 아닌 국내 문화예술시장이었다. 배리어 프리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시절,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TV 화면해설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의 전부였다. 더군다나 지체 장애인의 경우, 극장 문턱을 넘는 것부터 곤욕이라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장애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커졌고 무대 해설과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공연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더불어 장애인 관객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관객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관람 환경이 조성되면서 비로소 예술은 ‘비장애인만의 전유물’이라는 오명을 탈피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계를 바꾼 움직임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숙제


 대표적으로 국립극장은 지난 2020년부터 ‘동행,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 사업을 시작해 꾸준히 무대 해설과 수어 통역을 동반한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인 국립극장이 이러한 움직임에 앞장선 것은 상징적이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차별 없는 예술 향유를 적극 지지한다는 점을 표명함과 동시에 과거 장애가 있는 관객의 불편을 인식하고 개선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업계는 배리어 프리에 대한 방안으로 배리어 프리 영화제를 개최했다. 지난 2013년에 첫발을 내디딘 배리어 프리 영화제는 소리와 음악 정보 자막이 추가된 영화의 상영만이 아니라 장애인 관객을 위한 셔틀도 함께 제공했다. 이 밖에도 ‘가치봄 영화’라는 이름으로 화면해설이 추가된 버전을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전 국민의 문화 관람권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창작자 및 스태프로서 직접 예술에 참여하는 장애예술인들은 여전히 높은 장벽 앞에 멈춰 서 있다. 지난 2021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실시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 중 62.2%가 예술을 전업으로 삼고 있음에도 연간 평균 소득이 809만 원, 창작활동 수입은 218만 원 정도로 턱없이 낮은 수준임이 밝혀졌다. 더불어 응답자의 92.4%가 ‘문화예술활동 기회가 충분하 지 않다’고 답했다. 설 무대가 없는 장애예술인들의 경제적인 타격은 불가피한 것이다.


진정한 ‘함께’를 위한 방향성


 여태껏 관객 중심의 배리어 프리에 비중을 뒀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장애예술인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모두를 위한 사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을 제시했다. 이 정책은 △국가 문화예술 기금(NEA) △국립 장애인 예술 센터(NADC) △VSA(Very special Arts) 세 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그중에서도 VSA는 젊은 예술가 프로그램을 통해 만 16~25세에 해당하는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공모 받아 상금을 지급하고 전문적인 개발 활동 지원 등 활발한 지지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또한, 호주에서는 크게 리더십 고양과 보조금 지급의 두 방식을 통해 장애예술인을 지원한다. 우선 호주의 리더십 프로그램은 문화예술 분야의 장애인 리더 수를 증가시키고 그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부터 이어져 온 보조금 지원은 장애예술인 프로젝트 수행과 기술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유치해 2년 동안 약 3,000만 원을 지원해왔다. 특히 호주는 장애인 예술 활동 지원을 넘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하는 것까지 성취했다는 점에서 많은 국가가 지향해야 할 배리어 프리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해외의 움직임을 토대로 최근 국내에서도 장애예술인 지원 필요성이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 구매 제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창작물 중 3%는 장애예술인의 창작물이 되도록 법제화했다는 점을 들어 위 사례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예술인 전시, 보조금 지원 정책 추진 등이 이뤄지고 있다.


김민제 기자 Ι k.minj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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