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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끝내 철회된 일회용품 사용규제, 방향 잃은 환경정책
  • 임현욱 수습기자
  • 등록 2023-11-23 16: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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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호한 지침으로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돼
작년 11월, 정부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이와 함께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둬 갑작스러운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계도기간을 거치면서 법의 실효성과 허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법이 철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본지는 화제가 된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환경정책의 기대와 상반되는 현장 반응

 

 지난 2019년 정부는 ‘제16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친환경 로드맵’을 통해 일회용품 규제 강화 의지를 밝혔다. 이를 구체화해 2020년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며 앞으로 △집단급식소 △식품접객업소 △식품제조·가공업 △33㎡(약 10평) 이상의 카페 매장내에서는 다회용 컵, 재사용 빨대만 사용 가능해졌다. 또한 포장 시 쇼핑백과 일회용 봉투는 사용 불가능하며 100% 종이 재질의 봉투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어길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잠정 중단됐다가 작년부터 1년간의 계도기간을 설정했다. 본 법률의 시행으로 일회용품 쓰레기 감소와 친환경 제품 산업의 촉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모호한 지침, 시민의 불참여 등 현장의 불편이 속출하며 비판받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혼란만 늘린 정부의 개선안

 

 불명확한 법률은 오히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혼란을 초래했다. △업종 △규모 △용도 △목적 등 세부 기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복잡한 규정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일회용품 규제 정책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드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편의점의 경우 대다수가 식품접객업 영업 허가를 받아 즉석 조리 식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위 법률의 적용을 받으면 앞으로는 편의점을 오가는 손님들을 매장 내 섭취와 단순 구매로 구분해 일회용품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대안이 없다는 사실 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혼란을 느끼는 데 한몫했다. 실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될 경우 이를 대체할 제품이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일회용품인 플라스틱 빨대를 알루미늄, 종이 빨대 등으로 대체할 시 △높은 단가 △어려운 세척 △적은 수량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종이 빨대로 대체할 경우 “종이컵 사용은 왜 규제하냐”는 현장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그 외에도 일회용 컵, 포장 용기 등 다른 일회용품의 적절한 대안이 없다는 점 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영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수차례 번복 끝에 백지화된 환경정책

 

 결국 정부는 지난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 분야에서 종이컵 사용금지 정책을 철회했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환경부는 계도기간 동안 일회용품 규제 이행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규제가 철회됨에 따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환경부 보도자료를 통해 임상준 차관은 “정부는 앞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보다 더 합리적으로 설계된 일회용품 정책과 그 정책들을 현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앞으로의 정책에 있어 신중할 것을 밝혔다. 이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도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시점에서 일회용품 규제는 필요 기반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아 소상공인의 애로가 컸다”며 규제 철회에 찬성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정부가 사실상 플라스틱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일회용품 규제 강화 정책이 발표된 지 2년이 넘었다. 그러나 2년 동안 정부는 업계와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채 정책을 강행했다. 대안 없이 강행한 정책이 성과를 달성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부는 이를 선례로 삼아 신중한 결정을 통해 올바른 정책을 만들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임현욱 수습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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