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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시사회] 인생의 로드맵 혹은 그저 물음표
  • 김민제 기자
  • 등록 2023-11-08 12: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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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장이 전하는 한마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토해낸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지난 25일 국내 박스오피스로 관객을 만났다. 본지는 개봉 전부터 화제였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관람한 후 각자의 감상과 해석을 나눴다.


●평점

지성: 3.5/5 이유 모를 눈물이 흐르는 작품


수민: 4/5 보면 볼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사골 같은 작품


선우: 3.5/5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할 거장의 큰 뜻


민제: 3.5/5 배경지식 없이는 난해함이 가득할 수밖에


한 줄 평

지성: 함정이라 해도 나아갈 것인가?


수민: 거장의 궤적을 그린 한 편의 판타지


선우: 고문이길 포기한 하야오의 정적이고 진솔한 회고


민제: 영화의 불친절함이 가진 양면성


Q.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지성: 탑에서 나오기 전 마히토가 키리코에게 고마웠다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전 마히토가 청소년임에도 매우 성숙하며 덤덤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에서는 딱 그 나이대의 소년같이 느껴지더라고요.


수민: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문 앞에서 마히토와 히미가 나눈 대화가 인상 깊었어요. 저에겐 그 대화가 이 작품의 주제성을 관통하고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작품 속 세계는 끊임없이 돌고 도는 느낌을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해졌던 것 같아요.


선우: 저는 앵무새 대왕이 마히토와 히미의 뒤를 몰래 따라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큰 덩치로 조그만 기둥 뒤에 서서 숨겨질 거라고 생각하는 게 가벼운 웃음을 주더라고요. 특히 저는 개인적으로 앵무새가 가장 해석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라 더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민제: 저는 마히토의 아버지가 아들을 공장에 데려가 비행기 부품을 보여주며 ‘멋있지?’라고 묻는 장면을 꼽고 싶어요. 시대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마히토의 아버지는 전쟁 때문에 아내를 잃게 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사용되는 물품을 ‘멋있다’고 표현하는 게 참 짜증 나면서도 씁쓸했달까요.


Q.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있다. 작품을 보고 난 후 제목이 어떤 의미라고 생각되는가?


지성: 제목을 곱씹다 보니 자연스레 주인공 마히토에게 저를 대입했던 것 같아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네가 마히토라면 어떤 선택을 할래?’라고 묻는 느낌처럼 다가왔어요.


수민: 이 작품에서는 진짜 미야자키 하야오의 삶을 엿볼 수 있잖아요. 실제로 감독의 부친도 비행기 부품을 제작하는 일을 했고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요. 그래서 본인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떤 삶을 꿈꿨는지 덤덤히 회고하며 관객들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음을 던지는 것 같았어요.


선우: 전 제목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이해하려 한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극 중 큰할아버지가 수십 년간 돌을 지켜왔고, 그 자리를 마히토에게 넘겨주려 했지만 결국 마히토는 현실 세계로 복귀하는 것을 택했잖아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돌로, 큰할아버지를 하야오 감독으로 본다면 작품이 마치 그의 뒤를 이을 젊은 세대에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고 느껴졌어요.


민제: 극 중 마히토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선물해 준 책,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실제로 감독이 요시노 겐자부로 작가의 원작 도서를 매우 좋아했다고 해요. 이런 점을 놓고 봤을 때 저는 이 영화가 어떤 해결책이나 삶의 방향성을 제공해 준다기보다는 자기 삶에 대한 얘기를 솔직하게 터놓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Q. 다채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 작품,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누구인가?


지성: 아무래도 히미라는 캐릭터가 가장 기억에 남죠. 누구보다 아들이 그리웠을 텐데 새어머니를 구하러 가는 아들의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고 새어머니와 마히토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는 장면을 보면서 마히토를 향한 모성애가 정말 강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수민: 포스터 속 왜가리가 떠올라요. 마히토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계속 떨쳐내지 못할 때, 왜가리가 마히토를 탑 속 세계로 끌어들이잖아요. 그 안에서 분명히 마히토는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경험했고요. 이런 점을 봤을 때 왜가리가 마히토를 성장하도록 이끌어 준 부단히 상징적인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선우: 저는 아무래도 큰할아버지가 제일 인상 깊었다고 생각해요. 큰할아버지가 돌을 지켜온 것이 마치 긴 세월 동안 지브리를 지켜온 감독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이젠 정말 노장이 됐음에도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작품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감독이 떠올라 안타까웠어요.


민제: 마히토의 아버지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집약해 놓은 사람처럼 느껴졌을 정도로 전쟁에 무감각하고 자신의 이득만을 중요시하죠. 또 돈이면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태도도 마찬가지고요.


Q. OST에 요네즈 켄시가 참여하며 화제가 됐는데, 이 작품의 전체적인 음악 활용은 어땠는가?


지성: 저는 마히토가 탑으로 들어간 후로 배경 음악이 현저히 줄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정적을 통해 이 세계에 더 집중하고 싶었구나’라고 추측했습니다. 또 갑작스럽게 엔딩 화면으로 바뀌고 OST가 흘러나와서 그 곡이 더욱 뇌리에 박히는 것 같았어요.


수민: 파란 화면에 요네즈 켄시의 ‘지구본’이 흘러나오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일단 곡이 정말 좋았고 가사도 제겐 큰 울림을 주더라고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음악이 덜 쓰인 건 전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더 현실감을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선우: 영화가 전체적으로 적막한 느낌을 받았어요. ‘지브리 작품 중 이렇게까지 음악이 안 들어가는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음악을 많이 사용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되다가 마지막에 ‘지구본’이 흘러나올 때 놀라기도 했고 반전처럼 느껴져 인상 깊기도 했어요.


민제: 저는 초반에 영화 화면이 되게 어둡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에 더해 계속해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피아노만을 이용한 음악들이 흘러나와서 좀 색다르다고 느껴졌던 것 같아요.


Q. 상당히 독특한 전개와 엔딩, 어떻게 보았나?


지성: 탑에서 나온 후의 뒷얘기가 전혀 없고 갑작스럽게 엔딩을 맞아서 좀 당황스럽긴 했어요. 그 이후의 얘기가 더 있을 거라고 예상해서 더욱 궁금증이 커졌던 것 같아요.


수민: 지브리 특유의 열린 결말이 이 작품에서도 보였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즐겁게 놀다가 갑자기 헤어졌을 때처럼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 들었죠.


선우: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친절함을 배제한 채 전개됐던 것처럼 엔딩도 비슷했다고 생각해요. 엔딩까지 계속해서 감독의 뜻을 엿볼 수 있었던 거죠. 여운보단 궁금증을 남기며 끝난 것 같아요.


민제: 저도 엔딩이 좀 급하게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히려 초반부에 더 시간을 많이 쓴 느낌이기도 했고요. 이런 열린 결말이 저에겐 꽤 신선해서 꽉 닫힌 결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줬어요.


Q.해당 작품에 대한 평이 양극단으로 나뉜다. 최고의걸작 vs 너무 난해한 작품,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지성: 그래도 좋은 작품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네요. 사실 전 지브리의 작품들에 엄청난 흥미도 없고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영화를 관람했거든요. 그럼에도 계속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수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작품 속에 있는 메시지성이 좋았거든요. 한 번 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그런 요소를 해독하려고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또 살아있는 거장의 7년이 녹아든 대작이라고 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죠.


선우: 전작들에서 찾을 수 있었던 티끌 같은 친절함조차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욱 난해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을 사랑하는 저도 꽤 불친절한 작품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전작들을 생각한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점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민제: 저는 누군가 ‘지브리의 작품들과 이 감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가?’하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해석이 필요한 요소가 너무 많고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죠.


김민제 기자 Ι k.minje@kyonggi.ac.kr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홍지성 기자 Ι wltjd0423@kyonggi.ac.kr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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