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심층보도] 무단침입에 몸살 앓는 기숙사, 근절 위한 자정노력 중요
  • 김태규 기자
  • 등록 2023-11-08 12:43:15
기사수정
  • 경비원 상주 등 갖가지 노력에도 교묘한 무단침입 막기 어려워
최근 대학 기숙사 내 외부인 무단침입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며 학생들의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본교 기숙사 역시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구조로 로비가 개방돼 있어 무단침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본지는 본교 기숙사 운영관리팀과의 인터뷰 및 기숙사생을 대상으로 패널 조사를 진행해 자세한 상황을 알아봤다.

'기숙사 내 무단출입 목격한 적 있는가' 175명 '있다'고 응답


 지난 2021년 서울의 모 대학 여학생 기숙사에서 출입 카드키를 복사해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실제 범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기숙사로 무단침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반복돼 많은 대학이 이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본교 생활관 경기드림타워(이하 기숙사)는 턴게이트 출입통제시스템을 이용해 카드키를 찍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방식을 통해 각 생활관으로 출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가기관에서 사용되는 RFID1) 카드의 보안 취약점이 다수 지적됐고, 본교 기숙사에서도 해당 방식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무단침입으로 학생 안전이 위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기숙사 1층에서 패널 조사를 진행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총 423명이 해당 조사에 참여했고 이 중 175명(41.4%)이 '무단침입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카드키 대여 등을 통한 무단침입은 구별이 힘들기에 실제로는 더 많은 인원이 무단침입을 시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사생 A씨는 "점심시간에 갈 곳이 마땅치 않던 친구가 기숙사에 거주하는 친구의 방에 출입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며 "실제로 목격한 적은 없지만 무단으로 출입하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듣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기숙사에 근무하는 경비원 B씨도 "게이트 근처에서 카드키를 넘겨줘 두 번 찍고 들어가는 사례가 종종 있어 몇 차례 적발했다"며 "무단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벌점 및 징계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들락날락


 본교 기숙사 생활수칙 제5조 4항 및 제9조 1항과 2항에 따라 카드키는 타인에게 양도 혹은 대여할 수 없으며 외부인은 생활관 내로 출입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행위를 한 자와 이를 방조한 자에게 벌점 15점이 부여된다. 실제로 올해 1학기와 방학 중을 통틀어 총 36명이 위와 같은 행위로 적발됐고, 지난달 26일 기준 이번 학기에는 9명이 적발돼 이들에게 벌점 15점 부여 및 다음 학기 입사 불가 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이러한 징계에도 편법을 이용해 게이트를 통과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카드키를 복제하는 방법 이외에도 △기숙사생 카드키 대여 △꼬리물기 게이트 통과 △게이트 아래 빈 곳으로 통과 등의 방식으로 무단침입을 시도하는 사례도 잦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숙사 운영관리팀 나태성 팀장은 "무단침입으로 의심되는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있지만 이로 인한 불편 및 피해 신고가 따로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시스템상 중대한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추가 피해 사례가 없어 아직까지 별도의 조치는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나 팀장은 "카드 복제 등의 보안 취약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기숙사에 무단으로 침입하기 위해 카드키까지 복제하는 것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현재 카드키는 본교 기숙사 생활지원센터 측에서 호수마다 고유한 코드로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분실 신고가 접수되면 본래 사용하던 카드키는 모두 정지되고 해당 학생은 수수료 5,000원을 지불한 후 재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생들 사이에서 '카드키를 분실해도 분실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 팀장은 "분실된 카드키는 모두 이용 정지되기 때문에 게이트나 방으로 출입할 때 사용할 수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출입 방식 변경 및 보안시스템 보완 필요성 있어


 현재 본교 기숙사는 무단침입을 방지하고 사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남자동과 여자동 중 한 동 앞에 24시간 경비원이 상주하며 반대편 게이트는 CCTV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보안시스템만으로는 사생들의 출입을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근로장학생이 양 게이트에서 상주하는 낮 시간과 달리 밤에는 경비원 한 명만 상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나 팀장은 "인건비 문제로 양쪽 게이트에 경비원을 모두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타 대학의 경우 다양한 출입 방법을 사용한다. 덕성여자대학교는 지문인식, 서울대학교는 손등 혈관 인식 등을 통해 무단침입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단침입 방지를 위한 출입 방식의 변경 계획을 묻는 질문에 기숙사 측은 "아직까지는 타 대학의 사례를 비교해 조사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사생자치회 구성을 가정하며 "사생자치회를 통해 현재의 방식이 아닌 다른 출입 방식의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검토해 보겠다"며 추후 카드키 방식 변경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태규 기자 Ι taekue@kyonggi.ac.kr



1) 카드를 긁지 않고 가까이 대기만 해도 작동되는 무선 주파수 식별 장치 기술로 편리한 만큼 물리적으로 쉽고 빠르게 복제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