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회메인] 산 사람은 잘못 없고 판 사람만 처벌받는 미성년자 주류 판매
  • 임현욱 수습기자
  • 등록 2023-11-08 12:49:15
기사수정
  • 상인 피해만 늘어나는 허술한 식품위생법
한국은 현재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술, 담배 판매를 엄금하고 있다. 1997년부터 정부는 청소년 보호법 제정을 통해 청소년 사이의 주류 및 흡연 문화를 근절코자 했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주류를 몰래 구매할 경우 상인만 처벌하는 현행법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월매랑 삼겹이랑’ 이희정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성년자 주류 판매의 자세한 상황을 알아봤다.

 

미성년자 주류 판매, 처벌은 상인만?

 

 최근 미성년자의 식품위생법 악용 사례가 증가하면서 미성년자 주류 판매 실태가 주목받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44조는 식품접객업자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위반 시 △1차 영업정지 2개월 △2차 영업정지 3개월 △3차 영업허가 취소 및 영업소 폐쇄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적발횟수는 25만 6,405건이 넘으며 영업정지 일자를 연수로 환산했을 때 700년을 넘어섰다.

 

 이처럼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는 상인과 다르게 또 다른 당사자인 미성년자는 법망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미성년자가 주류를 구매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신분증 위조다. 형법 제225조에 따르면 신분증(공문서)을 △위조 △변조 △도용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는 대부분 훈방 조치에서 끝나 상인만 처벌받으며 마무리되는 처지다. 이에 지난 2019년 주류 판매의 원인이 미성년자의 신분증 위·변조일 경우 행정처분이 면제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실제 적용률은 3%에 그쳐 유명무실한 면책 조항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근절 및 개선보다 처벌에만 급급한 현행법

 

 미성년자 주류 판매의 허점은 상인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본지는 허술한 현행법에 대한 상인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월매랑 삼겹이랑’ 이희정 사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사장은 “종업원에게 매일 교육해도 한번 실수로 판매하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가게에서 미성년자의 주류 판매는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장 책임”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행정처분 면제 관련 질문에 “입증하기도 어렵고 기관에서는 이의신청·구제방안 등 내용을 전혀 알려주지 않고 단순히 영업정지 명령만 내렸다. 알았으면 해결하려 노력했을 것”이라 말했다. 이후 미성년자의 협박·갈취 사례에 대해 “미성년자들이 이를 통해 협박한다면 결국 영업정지·과징금보단 금액이 적으니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은 “속이면서 들어온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팔지 않으려던 사람이 속인 사람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것은 억울한 상황이다”라며 법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상인들만의 입장이 아니다.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1일까지 14일간 법제처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사업자 부담 완화 방안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에서 일반인 4,434명 중 80.8%인 3,583명이 억울한 사업자의 책임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주류를 구매하는 미성년자에게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2.1%를 차지했다. 이처럼 상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상인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현행법 개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상인만 피해 보는 현행 제도 개선돼야

 

 국회에서도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인지해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작년 9월 5일에는 미성년자의 신분증 위·변조 행위에 대해 △사회봉사 △상담 △교육 등의 처분을 내리는 개정안이, 지난 7월 14일 상인의 면책권을 확대하는 개정안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성인과 동석하거나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한 경우에도 “미성년자 주류 판매를 사소한 부주의로 보기 어렵고 속였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영업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려 부분 개정이 아닌 명확한 기준 마련 등 관련 법제의 전반적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제정됐다. 그런 법령이 악용돼 상인들이 피해를 보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임현욱 수습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