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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혐오자, 당신은 사실 ‘깨시민’이 아니다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3-10-17 22:52:04
  • 수정 2023-10-18 16: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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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쪽 다 추해서 어느 쪽도 편들고 싶지 않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의 한숨 섞인 한마디였다. 내년 총선도 6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금의 정치권에 더 이상 투표할 의지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다. 최근의 정치 뉴스를 바라보는 대중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팽배해진 시선이다. 


 지난 4일 한국리서치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은 25%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 위원회의 각종 여론조사를 확인해도 해당 비율은 약 30% 내외로 나타났고 이는 양당의 지지율과도 비슷한 수치다. 윤 정부 이후 최근 양당은 대화와 소통 없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여당의 ‘이재명 쳐내기’와 야당의 ‘이재명 지키기’에 매몰된 현재의 모습은 모든 사안에 ‘윤석열’과 ‘이재명’의 언급만을 반복하며 충돌하고 있다. 


 혐오는 대중정치에 있어 지지자를 모을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매체를 통하게 되면 이내 사회의 통제를 벗어난다.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3 한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53%의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언론인 △정치평론가 △유튜버 등은 이러한 유튜브를 정치계 뒤편의 정치계로 여겨, 거친 표현과 노골적인 정파성을 드러내곤 한다. 유튜브에서는 이러한 특정 정당의 손을 드는 것이 ‘장사’로써 비싸게 먹히고 있다. 기존 언론 매체에 비해 자유롭다는 유튜브만의 장점이 양극화를 야기한 것이다. 


 영화, 드라마 등 몇몇 컨텐츠들도 한 몫 보탰다. 국내 정치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 사이에는 끝내 “정치판이 더럽다” 정도의 메시지만을 지닌 경우도 많다. “현실이 더하다”는 말 이외에는 나올 수 있는 리액션이 전무하다. 정치계의 현실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양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더러워서 피한다’는 식으로 침만 뱉으면 ‘깨시민’인 것일까. 


 더러운 정치판.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이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대중정치 악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혐오를 부추기는 창작물 △혐오를 장사의 일환으로 이용하려는 대중매체와 각종 언론 △투표를 포기하고 무관심한 채 휩쓸리는 대중 등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없다. 눈을 돌리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개개인의 노력이 가장 우선일 것이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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