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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사드로 인한 한한령, 경보 울린 대학가
  • 편집국
  • 등록 2017-05-10 09:53:49
  • 수정 2017-05-10 09: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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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측과 학생 모두 현명하게 대처할 때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이하 사드) 배치로 발생한 중국의 한한령, 즉 ‘한류를 제한하는 명령’이 거세지고 있다.
이 여파로 중국인들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가전 △의류제품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며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입 고 있다.
한한령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인 유학생 유치 및 한국 유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고지 있다.
본지는 현 상황에서 한한령 여파가 대학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학교측과 학생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사드(THAAD), 한류 제한 명령을 부르다

 
 한한령으로 인한 대학가 피해를 알아보기 전에 사드의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 사드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다. 즉, 대기권 중상층의 높은 고도에서 날아오는 적군의 미사일을 본국의 미사일이 요격해 파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다. 기존의 한국 미사일 방어체계는 저고도 방어에 한정된 무기였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고고도 미사일 실험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자 국방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했다. 이때 적군의 미사일을 포착하고 자사드의 레이더가 작동하는데, 바로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자신들이 “레이더로 감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드 배치에 크게 반발했다. 현재 중국이 미국과 경쟁 구도에 있는 상황이기에 사드를 주한미군이 설치한다는 점도 중국정부의 반발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의 진짜 목적은 중국 감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사드 배치를 그대로 강행했고, 결국 한·중간 국제관계가 틀어지게 됐다. 이후 중국정부는 사드 배치 보복의 일환으로 한한령을 선포했다.

 

 한한령의 여파는 곧바로 한국 경제를 크게 흔들었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자국 주요 여행사에 한국여행 관련 업무 중단을 지시하며 한국 관광사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중국 민간 기업도 한한령에 일조하고 있는데, 중국 유명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의 경우 한국 기업 코너를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한한령 여파가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본교 중국인 유학생 A군은 “롯데 백화점 명동 본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중국인 고객의 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고 전했다.

 

한한령으로 틀어진 한·중 대학 간 교류

 

 지난달 27일 발표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은 12만 3000여 명이다(올해 2월 기준). 그중 중국인 유학생은 6만 9000여 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인 유학생의 수가 상당한 만큼 일부 대학은 한한령 여파로 중국 학생 관련 사업이 악영향을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대학교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화체험 단기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대비 30%의 인원만 참여했다. 본교도 중국 소재 대학과의 교류에 차질을 빚었다. 대외협력처 국제교류팀 권혁수 팀원은 “작년까
지만 해도 공동행사에 관해 적극적으로 논의했지만 현재 논의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한·중 대학 간 교류 차질과 달리 중국인 유학생 유치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권 팀원 또한 “유학 자체가 본인의 굳은 결심과 더불어 1년 이상의 어학공부를 요구
한다”며 “국가 간 국제관계가 악화됐다고 해서 유학을 포기하는 극단적 선택은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권팀원은 “중국에서 유학생활 중인 본교 학생이 거리에서 일어난
반한 시위를 보고 많이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즉, 권 팀원의 말처럼 한한령으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감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교류팀, “본교에는 한한령 여파 미미해”

 

 현재 본교에는 외국인 유학생 560여 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그중 중국인 유학생은 420여 명으로 약 75%나 된다(학부생 기준). 지난 학기 중국-대만으로 간 본교 교환학생도 전체 교환학생 144명 중 44명으로 약 30%를 차지한다. 국제교류팀은 이러한 외국인 유학생 및 본교 교환학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있다. 우선 외국인 학생 집단 상담을 진행해 학교 생활적응을 돕고 있으며,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주관하는 ‘튜터링 학습그룹’에 외국인학생 그룹을 개설해 학습법 증진에 힘쓰고 있다. 또한 본교 교환학생을 위한 유학생 학생회를 조직 및 지원해 적극적인현지 학교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권 팀원은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재학생만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교류팀은 한한령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했을까. 본교 국제교류팀은 한·중 국제관계가 심각했던 한한령 초기에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통해 ‘중국인들을 자극할 수 있는 유의행동지침’을 알렸다. 또한 현지 분위기와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해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한한령 여파가 본교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는 것이 국제교류팀 입장이다. 권 팀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한 시위에서 국력 과시 목적이 뚜렷이 나타나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며 “현재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데 크게 지장은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만약을 대비해 “이후 상황이 심각해져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언제든 본국으로 복귀시키는 조치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한령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유학생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체감하는 한한령 여파는 학교 측의 예상보다 컸다. 중국인 유학생 A군은 “본교에 재학 후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으나, 한한령 여파로 대학원 입학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며 걱정을 표했다. 본교 중국인 유학생 B양 또한 “친구의 부모님이 한국인의 보복을 걱정해 한국 유학중인 친구를 중국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했다”며 “결국 그 친구는 내년에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한한령은 중국인 유학생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교 한국인 학생들 또한 본 사안을 마냥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김현웅(경제·2) 군은 “사드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서 서로 간 혐오 감정으로까지 번진 상태라 충분히 학생들에게 영향이 있을 것이다”며 “국가적 대처도 중요하지만 학교 측에서 우선적으로 임시방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승찬(미디어영상·2) 군도 “이화여자대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한한령 이후로 학교에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며 본 사안이 대학가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전했다.

 

 이러한 냉소적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는 중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가지며 학생들의 유학 생활을 독려했다.이와 더불어 학생들도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금보다 한한령의 정도가 컸던 지난해 12월, 중국 남개대학교 교환학생으로 간 계명대학교 학생들은 중국 학생들과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진행했다. 본 행사를 통해 한·중 학생들은 서로간의 격려와 응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덧붙이는 글

유학생들은 그들의 미래를 위해 큰 결심을 하고 타지로 향했다. 하지만 국가 간 정치이해관계로 이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가 줄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심정에 대한 학교의 세심한 관리와 더불어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 스스로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유학생들이 마음 편히 학업에 열중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글〮그림 황재영 기자│sd9656@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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