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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20여 년간의 시간을 넘어 정식 스포츠로 우뚝 서다
  • 김민제 기자
  • 등록 2023-10-16 14: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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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스포츠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며
지난달 23일부터 약 2주간 진행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처음으로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해당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7개의 e스포츠 종목 중 대표팀을 파견한 세부 종목 4개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가져오며 빛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에 본지는 e스포츠의 발전과 인식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한국으로부터 시작된 e스포츠


 한국은 세계 최초로 ‘프로게이머’와 ‘게임 리그’의 개념을 확립했다. 당구장, 만화방에 모여서 놀던 과거의 젊은이들이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1990년대 후반,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를 출시하며 혁명적인 변화를 이룩했다. 이는 많은 이용자를 끌어냈고 더불어 지역 내의 실력자를 가르기 위해 열리던 오프라인 대회가 방송에 생중계되기 시작하며 e스포츠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다. 투니버스와 MBC 게임에서 개시한 개인 리그를 시작으로 여러 기업의 투자, 팀 대항 리그의 출범을 거쳐 e스포츠 리그 역시 점차 형태를 갖췄다. 이후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출시됨과 동시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경기 관람 문화도 함께 확립되며 국내 e스포츠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e스포츠는 크게 미국과 중국을 주축으로 발전해 왔다. 미국에서는 e스포츠라는 개념이 확립되기 전부터 이미 학내 대회부터 전국 대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e스포츠 대회가 열렸고 이후 인터넷과 개인 컴퓨터의 보급으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더불어 미국 대학의 대다수가 e스포츠를 교육 프로그램 및 스포츠로 인정하며 e스포츠 산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콘솔 게임이 청소년의 육체적·정신적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2000년부터 지난 2015년까지 콘솔 게임 기기 판매를 금지하며 PC 기반 게임이 크게 자리 잡았다. 중국은 한국과 동일하게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가 큰 인기를 끌며 거대한 자본의 투입과 함께 거침 없는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e스포츠를 향한 논쟁


 시대에 발맞춰 몸집을 키운 e스포츠의 스포츠 인정 여부는 여전히 세간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은 게임의 사유성을 근거로 든다. 보통의 스포츠는 국제적인 규격과 룰을 갖고 있어 종목 흥행 여부에 따라 특정 기업이 이득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e스포츠의 경우 사기업이 제작 및 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로 흥행은 곧 해당 기업의 이익으로 직결된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가 흥행한다면 게임의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 가 이익을 얻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 대항전을 통한 마케팅 수익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예상됨을 고려했을 때 이런 부분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더 나아가 이들은 국가별로 서비스되 는 게임이 다르다는 점 역시 공정성에 반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화권 및 일부 지역에서만 플레이되고 있는 ‘왕자영요’, ‘몽삼국2’가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몽삼국2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에 해당 게임이 출시되지 않아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고 예선 포함 단 7개의 국가만이 참여하며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개최될 국제 대회에서 e스포츠가 채택된다면 세부종목 선정에 있어 제재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발전에 비해 여전히 낮은인식


 그렇다면 e스포츠를 향한 대중들의 인식은 어떨까? 지난 2021년 12월 27일, 한국 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 준회원 가입 승인을 받았다. 지난 7월 24일 승인 심사를 통과해 단체 인정 자격을 부여받았으며 국내 팀들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 스타플레이어의 배출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e스포츠에도 적용되며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좋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상황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타 스포츠에 비해 열악한 학원 시스템이 유망주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인식 개선 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한민국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 이상혁 선수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기를 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다”라며 e스포츠를 향한 낮은 인식에 목소리를 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 항저우 아시안게임 에선 공식 종목으로 발돋움하며 엄연한 스포츠로 인정된 e스포츠지만 대중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 처리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 정부의 공약이었던 ‘e스포츠 지역연고제’ 즉, 특정 구단이 한 도시에 기반을 두고 구단과 지역이 공생하는 제도의 적극적인 시행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시대에 발맞춘 스포츠의 의미를 재구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e스포츠인 만큼 더 넓어진 스포츠의 범주를 통해 올림픽 종목 채택까지 도달하길 바란다.


김민제 기자 Ι k.minj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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