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현장속으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커져가는 기쁨
  • 김민제 기자
  • 등록 2023-10-16 14:44:56
기사수정
  • 종이 잡지의 낭만이 담긴 공간
△종이 잡지 △종이 책 △종이 신문과 같은 아날로그 감성이 외면받는 삭막한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 잡지를 읽기 위한 발걸음은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종이 위에 아로새긴 필자들의 글을 온전히 읽어내고자 하는 독자들이 모인 ‘종이잡지클럽’을 직접 방문해 봤다.
   

다시금 종이 잡지를 주목해야 할 때


 수년 전부터 인터넷과 각종 전자기기의 발달로 종이 매체가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하지만 최근 무분별한 SNS 사용에 따른 전 국민의 문해력 저하, 가짜뉴스의 등장과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겪으며 이에 대한 방편으로 활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작년 9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호텔과 네이버의 거래 플랫폼인 크림이 종이 잡지 ‘툴즈’의 제작사 ‘브랭크코퍼레이션’에 약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며 대중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처럼 거대 IT 기업들은 일찌감치 패스트(fast) 매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전망했으며 디지털 콘텐츠가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을 불러온다는 결론에 달했다. 해외의 많은 사업체도 사내 종이 매거진을 신설하는 추세에 합류했고 국내에서도 ‘오감으로 읽는 경험’을 하고자 종이 매체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득 찬 종이 잡지와 함께해봐!


 이런 흐름 속에서 종이잡지클럽은 빠르게 독자들의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종이잡지클럽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국내 유일의 잡지 전문 공 간으로 각각 서울 합정과 제주도에 위치해 있다. 특히 이곳의 회원권은 △일간 △계절 △반기로 나뉘어 있어 일회성으로 공간을 체험해 보기도, 자주 들러 종이 잡지를 즐기기에도 좋다. 종이잡지클럽의 김민성 대표는 서점에서 일하며 기존 서점이 가지는 한계를 느낀 후 국내에 없는 분야를 콘텐츠·비즈니스적으로 다루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고 지난 2018년, 야심 찬 첫발을 내디뎠다.



 입구로 들어선 순간 △맛과 요리 △라이프 스타일 △인문과 철학 등의 섹션으로 가지런히 정리된 종이 잡지들이 기자를 반겼다. 덕분에 기자는 관심사에 딱 맞는 잡지를 금세 찾아 읽을 수 있 었다. 아담한 공간의 안쪽에 있는 ‘이달의 잡지’ 코너와 ‘새로 들어왔습니다!’ 코너를 통해 각자의 수준과 목적에 따라 쉽게 잡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곳에 배치된 잡지의 상당수가 독립잡지였다는 점이다.



 독립잡지는 기존의 상업잡지와 달리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보다 자유롭고 새로운 콘텐츠의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위와 같은 목적성에 걸맞게 대개의 독립잡지는 독자들의 후원과 잡지 판매 수입에 기반한 소량의 출판만을 진행하고 있어 시중에서 보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와 주제를 가진 다채로운 잡지의 향연은 기자에게 이유 모를 설렘을 선사했다. 작디작은 공간을 가득 메운 독립잡지들의 강렬한 메시지성에 이끌려 기자는 철학 잡지 ‘뉴필로소퍼’와 소실되는 것들의 이야기를 담은 ‘바톤’을 구매하며 독립잡지계의 영원한 안녕을 빌었다.


다채로운 콘텐츠, 증가하는 즐거움


 사실 오래전부터 잡지계는 수많은 상업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계속해서 줄어드는 수요로 인해 많은 전문지가 폐간됐고 이에 독자들은 씁쓸함을 삼켜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종이 잡지가 종이 책과 함께 소멸할 거라는 예측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김민성 대표는 종이 잡지만의 차별화된 매력에 집중했다. 그는 종이 잡지만이 주는 촉각적 경험과 강한 메시지성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현재 종이잡지의 경쟁력이라고 여겼다. 또한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 종이 잡지 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상업적 가치의 유무만 논하는 것은 다소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 설명했다. 더 나아가 김민성 대표는 “종이잡지클럽이 잡지라는 매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해당 매체를 추억하고 기리는 추모관이 아니라 오래도록 많은 사람이 색다른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끔 돕는 실용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모든 것이 기계로 대체되는 21세기,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다운 창의성이 필요한 이 시점에 종이 잡지 속에 파묻혀 드넓은 세상을 탐험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를 구속하고 있는 디지털 화면 너머 자유롭게 활자 속을 유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글·사진 김민제 기자 Ι k.minje@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