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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내가 선 이곳이 종착점이 되지 않도록
  • 박상준 수습기자
  • 등록 2023-10-17 22: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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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햇살과 차가운 바람이 만나 살짝 뜬 옷 사이에는 따뜻한 공기가 머무르는데, 이 상태로 등굣길 버스를 탄다면 등줄기에 땀이 맺혀 저절로 겉옷을 벗게 된다. △반팔을 입고 외투를 벗은 사람들 △교복 입은 학생들 △단순히 후드티를 입은 사람들 등 큰 일교차 탓인지 주변의 옷차림도 가지각색이다. 이런 모습은 자연스레 여러 색이 눌려 있는 무지개떡을 연상케 한다. 2학기가 된 지금, 이렇게 서로에게 몸을 맡긴 채 실려 가는 것은 이미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으레 그렇듯 부동자세로 1시간 남짓한 길을 가다 보면 이러저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한 질문만이 머리에 맴돌았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대입이라는 목표가 사라지고 취업이라는 더 큰 목표는 아직 희미할 시기인 대학교 1학년. ‘대학교 가서 놀아’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대학교는 놀 것 천지인 곳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돈 주고 살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겪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흥미도 오래 가진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등굣길 △주말마다 나가는 아르바이트 △이따금 친구들과 가지는 술자리는 이미 일상으로 스며든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이젠 그저 좁았던 쳇바퀴가 더 커진 듯한 느낌만 받을 뿐이다. 기자는 이런 무료한 일상을 반복하며 방학을 맞이했고 평소 해오던 고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개월이라는 긴 시간은 고민의 해답을 찾아보기 충분했다. 기자가 내린 답은 바로 목표를 가져 인생의 지표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버스는 종점에서 모든 사람을 내려 주지만 그곳이 목적지일지 아니면 단지 다른 곳으로 향하기 위한 경유지일지는 제각기 다르다. 이는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 목표가 종착점이 될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경유지가 될지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더 이상의 목표가 없다면 다른 사람의 삶을 쫓거나 어떠한 목적지도 없이 방황하며 인생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마치 대입이라는 목표를 이룬 것에 그쳐 다음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어느새 종점에 다다르고,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로 향하는 길목 위에 섰다.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다시금 시작된 엔진 소리에 반사적으로 버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지막 시선이 머무른 곳에는 내일이란 새로운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버스가 있었다.


글·사진 박상준 수습기자 |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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