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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청소년 모텔로 전락한 룸카페, 단속 강화만이 살길인가
  • 박상준 수습기자
  • 등록 2023-10-17 23: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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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작스러운 단속 강화에 자영업자들 피해 잇따라…
최근 룸카페가 청소년 모텔이라고 불리는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를 개정하며 변종 룸카페 등 청소년 유해업소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로지 단속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에 불만이 잇따르기 시작하며 무리한 탁상행정이라는 논의가 일었다. 이에 본지는 단속 강화만이 해당 문제를 근절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 한다.

청소년 모텔로 전락한 룸카페


 룸카페는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젊은 층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침대뿐만 아니라 욕실까지 설치해 놓은 변종 룸카페가 등장하며 ‘청소년 모텔’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지고 있다. 독립된 방에서 각종 문화 시설을 즐길 수 있는 일반적인 룸카페와는 달리 숙박업소의 형태를 띤 변종 룸카페가 성행하며 청소년 일탈의 온상지가 됐다는 지적이다. 음주, 흡연 등과 같은 여러 문제가 제기되지만 변종 룸카페의 대다수가 숙박업이 아닌 자유업 또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를 해 불법인 청소년의 혼숙이 가능해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작년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룸카페가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중 13.8%로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는 업종에 관계 없이 △밀폐된 공간 △침구류 비치 △신체접촉 또는 성행위가 이뤄질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알바생들은 실제로 이용객 대부분이 청소년이며 근무 중 피임 기구를 치우는 것도 다반사라고 전했다.


칼 빼든 여성가족부, 룸카페 단속 나서


 지난 3월 15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룸카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 개정을 행정 예고하고 세세한 규정들을 추가한 개정안을 5월 2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룸카페는 밀폐된 방의 벽면이나 출입구에 일정 부분 투명창을 설치해 개방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잠금장치 설치 △출입구를 커튼이나 블라인드 등으로 가리는 것 △침대 및 침구류 구비가 금지된다. 개정된 고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소는 시설 형태나 내부 설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여가부 이기순 차관은 “개정된 고시 기준에 따라 개방성을 확보한 룸카페에 대해서는 단속 부담을 줄이고, 청소년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단속 강화로 그치지는 말아야


 정부가 여름방학 기간인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18일까지 5주간 전국 번화가의 청소년 유해시설을 점검한 결과 1,800여 건의 청소년 보호법 위반 사례가 적발되며 유해 업소가 버젓이 널려 있는 현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단속에 들어가자 업주들은 하루아침에 여가부가 제시한 기준을 맞출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준에 맞췄음에도 영업에 어려움을 보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일부 룸카페를 가지고 전체를 ‘청소년 모텔’이라고 과장해 일반 손님들도 발걸음을 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가부의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려하지 않고 단속에만 초점을 맞춘 단편적인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안전한 성 문화 정착을 위해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청소년들의 성인식 개선과 청소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공간을 더욱 늘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명지대 권일남(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성과 관련한 학생들의 생각은 앞서가는데 우리 교육은 전통적인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성적 욕구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인식 전환과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개인 공간을 중요시하는 현 세태에 맞춰 이름을 날리던 룸카페는 각종 숙박업소의 특징을 갖춘 ‘변종 룸카페’의 등장으로 청소년 모텔이라며 규탄받고 있다. 이에 여가부가 고시 개정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쓸 것이라 밝혔지만 단순히 마구잡이식 규제로 돌려막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천천히 바꿔야 할 때다.


박상준 수습기자 |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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