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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축제의 온점이 아닌 오점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10-18 0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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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생과 공정이 보장된 안전한 대한민국 축제가 되기를
지난 7일,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2023’은 ‘다채로운 색깔로 내일의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밝은 미래’라는 주제로 잊지 못할 가을밤의 추억을 선사했다. 즐거움도 잠시, 많은 인파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는 현장에 심각한 폐해를 남겼다. 이에 본지는 불꽃축제 속으로 들어가 축제의 그림자, 그 현장을 담았다. 또한 본교 김창수(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즐거운 축제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에 대해 논의해 봤다.

유난히 웃음 가득했던 축제가 남긴 무질서



 시민의 웃음꽃을 피워낸 ‘서울세계불꽃축제 2022’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최돼 약 100만 명의 시민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작년과 같이 올해도 마포대교에서 한강철교까지 불꽃 연출 구간이 확장됐다. 불꽃축제의 주최인 한화를 비롯해 경찰은 이번 축제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질서유지와 안전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한화는 전년 대비 16% 증원한 3,4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며 서울시도 전년 대비 26% 늘어난 3,2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해 시민 안전에 힘썼다. 지난 이태원 참사 이후 최대 규모 축제기에 수많은 인력을 투입했지만 시민들은 인솔 지시 사항에 응하지 않았다. 더불어, 통행로에서 흡연을 하거나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며 질서 없는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번 축제는 교통 혼잡 및 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한화와 경찰의 요청으로 축제 당일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여의동로는 전면 통제됐으며 서울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오후 4시부터 9시 한강대교를 지나는 14개 노선도 우회했다. 대신 행사가 끝난 뒤에 많은 인파가 신속히 행사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여의도환승센터 △여의도역 △여의나루역을 경유하는 26개 버스노선을 집중 배차했다. 그러나 불꽃축제가 마무리되자 시민들은 집에 가기 급급했고 도로의 신호를 무시하고 걸어가거나 버스 정류장이 아닌 차도에서 기다리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이 계속됐다.


축제의 막이 내린 곳엔 나뒹구는 쓰레기만 



 축제의 열기가 가신 여의도 일대에 남겨진 건 쓰레기뿐이었다. 작년 서울불꽃축제 현장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무려 50t에 육박해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이어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축제에서 수거된 쓰레기양은 70t으로 되려 증가했다.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쓰레기봉투를 제공해 쓰레기 수거를 독려하는 ‘클린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공원은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바닥에는 시민들이 버리고 간 은박 돗자리 수십 개와 간이용 책상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돗자리 주변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맥주 캔 △소주병 △치킨 뼈 등이 나뒹굴었다. 나아가 마포대교와 같은 통행로에도 쓰레기는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어 귀가하는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줬다. 축제가 한창이던 때마저 불꽃 발사 잔해물이 비처럼 내리며 시민들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종이재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잘게 잘린 잔해물은 공원의 위생뿐만 아니라 시민 안전에도 큰 위해를 끼쳤다.

 

축제를 빌미로 비싸진 가격



 특히, 이번 서울불꽃축제는 개최 전부터 바가지요금 논란이 일어 화제가 됐다. 이를 의식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86개 문화관광축제를 대상으로 바가지요금을 줄이기 위해 △지역 △관광재단 △축제조직위원회 등 각 축제 주관기관들을 중심으로 착한가격 캠페인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번 서울불꽃축제 2023과 같은 대규모 축제에서 이러한 대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여의도 초고층 빌딩 파크원에 있는 5성급 호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1박에 최소 65만 원, 최대 600만 원으로 판매됐고 마포의 한 호텔은 불꽃놀이 뷰를 빙자해 100만 원 안팎의 패키지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장의 상인들도 터무니없는 가격에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 빼곡히 들어선 포장마차들은 하나같이 가격을 기재해놓지 않았고 편의점에서 2,000원에 판매하는 과자를 현장에서는 4,000원에 판매하는 등 축제를 빌미로 고물가 상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축제는 소통과 화합의 장, 김창수(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의 인터뷰


Q. 무질서함과 무단 투기된 쓰레기는 지역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축제로 나아갈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다. 


 요즘은 각 지자체나 문화체육부의 평가 모니터링 항목으로 ESG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측은 푸드 트럭을 운영할 시, 쓰레기에 대한 분리수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놓거나 다회용기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뒤부터 쓰레기로 인한 축제 환경오염 및 훼손과 같은 문제들이 점차 개선되는 사례가 나타나며 현장에서의 실효성이 입증되고 있다. 앞으로 시민 의식과 축제조직위원회의 체계를 지속해서 관리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Q. 1년에 단 한 번 개최되는 축제기에 바가지요금 논란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지역 소규모 축제와 달리 부산 광안리 불꽃축제나 여의도 불꽃축제 같은 경우에는 숙박이나 식당의 고물가 상행위가 심각하다. 대규모 축제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입점하는 상인들 역시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급증하지만 판매 수량은 한정돼있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미 행정당국에서도 대규모 축제의 물품 판매가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상태기 때문에 상인들의 자율적인 의식에 맡기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그나마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은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 지자체의 관리 조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더불어 관련 상인 및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적정 물가를 찾으려는 사회적 담론의 장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Q. 물가 상승 외 바가지요금 사태를 발생하게 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대부분의 축제는 축제 컨설팅의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축제를 계획한다. 축제가 열리면 음식 부스를 비롯한 다양한 부스에 외식 중앙협회 혹은 지역 상권 상인이 들어가 축제의 의의를 확실히 나타내줘야 한다. 그러나 중간에서 브로커들이 야시장 상인에게 축제 자리를 재임대하는 형식으로 부스가 입점돼 물품의 가격과 질 모두 하락하게 됐다. 축제조직위원회나 행정기관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통제하거나 관리 감독할 수 없는 체계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들을 중간에서 막아낼 운영 체계가 바로잡히지 않는 이상 높은 퀄리티의 축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Q. 축제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시민들의 만족도 하락과 연관이 있는지,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적정 수용력을 넘긴 축제는 이미 높은 만족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무조건 많은 사람이 방문해야 성공한 축제라고 보는 시선을 바로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적정 인원이 방문하고 해당 수요에 맞는 공급이 진행된 축제 즉, 축제를 방문한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축제가 진행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불꽃축제는 적정 수용력을 넘어 통제 불가능한 범위까지 옮겨갔기 때문에 만족도 하락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제도적 혹은 재정적 지원 확립에 힘써야 한다. 더불어 주최 측은 축제 운영의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그들이 각자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축제 역량 교육, 전문가 양성을 활성화해야 한다. 시민의 경우, 축제의 주인 의식을 갖춰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속되는 문제인 무단 투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줘야한다. 끝으로, 상인은 음식의 질을 높이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등 축제를 홍보의 장으로 이용해야하며 축제 이후에도 추가적인 수익을 볼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최와 상인은 발생한 수익금의 일부를 축제의 기부금으로 내놓는다거나 지역의 노인, 청소년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부하는 등의 사회 환원도 함께 이뤄진다면 더 나은 축제로 발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사진 홍지성 기자lwltjd0423@kyonggi.ac.kr

사진 이수민 기자Ι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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