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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컴퓨터, 인터넷, 메타버스 그리고 chat GPT
  • 편집국
  • 등록 2023-09-14 20:57:50
  • 수정 2023-09-14 2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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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현(산업디자인전공) 교수


 이제는 일상의 흔한 용어가 된 ‘디지털(digital)’에서 ‘디지트(digit)’는 숫자와 손가락, 발가락을 의미한다. 여러 문명에서 오래전부터 공통되게 십진수를 사용했던 이유는 사람의 손가락이 10개이기 때문인데, 농업혁명으로 늘어난 잉여생산을 손가락만으로는 셀 수 없었기에 수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점점 더 어려워지는 수학을 누구나 쉽게 활용하기 위해 디지털이 탄생한다. 1642년 프랑스 수학자 파스칼이 만든 최초의 계산기에서 시작한 디지털은 1946년 1초에 5천번 사칙연산을 수행하는 최초의 범용 컴퓨터 ‘에니악(ENIAC)’으로 진화한다. 숫자 계산을 목적으로 태어난 디지털이 컴퓨터로 성장한 결과는 어쩌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컴퓨터(computer)’라는 단어는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 ‘com(함께)’과 ‘putare(계산하다)’를 합성한 라틴어 ‘computare’를 어원으로 한다. 1969년, 계산결과를 원거리의 다른 컴퓨터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화 송수신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인터넷 ‘아파넷(ARPANET)’이 개발되었다. 5G 무선연결 세대들은 믿지 않겠지만, 초기의 인터넷인 ‘PC통신’은 접속할 때마다 “찌르르”하고 신호음이 들리는 모뎀에 전화선을 꼽아서 사용했었다. 

 

 아무튼, 이제 디지털은 텍스트에서 이미지, 음향, 동영상으로 표현기술을 고도화하였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로 일상을 대체하거나 중첩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인터넷에 온라인 플랫폼 기술이 결합하게 되었고 제작비용이 부담되는 3D 콘텐츠를 공유하는 가상현실 플랫폼이 생겨났다. 그리고 여기에 현실복제와 증강현실, 일상화된 로그인 환경이 연계하여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다. 팬데믹 정체기에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른 단어가 바로 이 메타버스였다. 그리고 2022년 12월 혁신적인 인공지능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전에도 상용화된 인공지능이 있었지만, 새롭게 문맥을 생성하는 chat GPT의 등장으로 디지털은 스마트폰 이후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셈을 잘하기 위해 시작된 디지털은 일상을 복제 및 재생하는 컴퓨터가 되었고 초연결 인터넷의 메타버스에서 지식이 가득한 두뇌와 매끄러운 문맥을 전하는 입을 탑재한 인간의 모습으로 향후 형상화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자유의지를 가진 실체로 모니터 밖에 존재하길 원할 수도 있다.

 

 자 ~ 그럼 이렇게 똑똑하고 말 잘하는 디지털 도우미를 둔 인간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디지털의 발전방향은 분명하게 아날로그를 향하고 있으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을 현실과 융합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이 눈앞에 있다. 모니터 안에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니터 밖의 실체에 있기에 디지털 기술이 인간을 위해 벌어준 시간으로 우리는 더 많은 장소를 찾아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것을 느끼며 더 많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시간을 들여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깨달음은 지혜라는 이름으로 체화되는데, 인공지능이 일반화되는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역량은 지식보다는 지혜에 있음이 분명하다. 깨달음이 없는 지식은 폴더에 갇힌 데이터에 불과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지혜롭고 지혜로운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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