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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나를 위협하는 ‘에이, 설마’라는 안일한 생각
  • 정가은 기자
  • 등록 2023-09-14 21:29:14
  • 수정 2023-09-15 01: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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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만 7,044건. 지난달 기준 올해 국내 화재 발생 건수다. 하루에도 어딘가에서 몇십 건씩 사건·사고가 일어나지만 기자가 그 사고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참혹했던 당시 상황의 사진을 봐도 기자와 상관없는 남 일이라고 여겼다. 이런 안일함은 화재 경보를 쉽사리 오작동이라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만연하게 깔린 안전불감증은 순식간에 위협적인 흉기로 변해 돌아왔다.

 

 지난 7월 28일 오후 8시경,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 등 시설 이용객들의 대피가 이어졌다. 그날 현장에는 기자도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롯데월드를 방문해 들떴던 기자는 저녁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가 저물어가는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한참을 서 있던 와중, 오후 8시 10분경부터 여러 차례 사이렌이 울렸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 직원이 뛰어 들어와 화재가 발생했다는 외침에 그제야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광장 근처까지 나왔을 무렵에는 대피가 상당히 진행돼 마지막 남은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가까웠던 출구는 사람이 몰려 혼잡했고 빠른 탈출을 위해 달려간 다른 출구는 연기로 가득했다. 당시 기자는 혼란에 빠져 연기를 막을 생각도,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안전 수칙도 떠오르지 않아 무작정 달렸다.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건물 바깥까지 나오고서야 진정할 수 있었던 기자는 그동안 얼마나 안일하게 안전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몸소 알게 됐다.

 

 이후 사건을 계기로 기자에게 생긴 습관이 있다. 바로 영화관, 쇼핑몰 가는 곳마다 비상구를 확인하는 습관이다. 또한 이전에는 어디 있는지 몰랐던 소화기와 소화전 같은 안전용품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사고를 겪기 전까지는 사고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단 사실이 멀게만 느꼈지만, 맞닥뜨린 후에야 비로소 안전에 대한 평소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음을 경시하면 안된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순간만이라도 안전 수칙을 되새겨보자. ‘에이, 설마’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사고를 맞닥뜨린 순간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글·사진 정가은 기자 Ι 202210059@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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