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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책에, 책에 의한, 책을 위한 국내 최대 독서 축제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9-14 21: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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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언택트 시대, 책을 통해 컨택트를 꿈꾸다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이 오르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곧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다. 살벌한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 불어올 때야말로 마음의 양식 가득한 교양인으로 거듭나기 제격일 것이다. 이에 본지는 독서의 달 9월의 전주를 알리는 독서대전에서 애서가들을 만나봤다.

10주년 맞이한 독서대전의 발자취를 따라서


 지난 2일, 기자는 독서의 달 9월을 맞아 전국 최대 독서 문화축제 ‘2023 대한민국 독서대전 고양’에 찾아가 봤다. 독서의 달은 1994년 제정된 도서관 및 독서 진흥법 제48조 및 동법 시행령 제36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독서의 달 창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인천 △강릉 △제주 등 산간 지역을 불문하고 매년 다른 지역을 선정하고 독서대전을 개최해 왔다. 올해 독서대전은 본행사 개최지인 고양을 시작으로 인천과 부산에서 두 차례 더 진행되며 다음 달 전주에서도 한 차례 더 개최될 예정이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봤어


 이번 2023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읽는 사이에: 변화하는 나, 성장하는 우리’라는 슬로건으로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 더 나아가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고자 하는 포부를 드러냈다. 책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고양은 이른 아침부터 애서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4050 책의 해 부스는 이벤트로 책을 나눠주고 있었고 사이사이에서 지역 예술인 파견 지원 부스,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홍보 부스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약 150개의 △출판사 △서점 △독립출판 등이 책을 판매하며 독립서점 상생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빼곡히 줄지은 부스들을 지나면 고양꽃전시관 ‘꽃,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디지털북페어 △북토크 △기획전시가 한창이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은희경 소설가와 김나영 문학평론가가 ‘신도시와 뉴욕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독자들과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강연장 벽면에 전시된 책의 도시 장기 프로젝트 ‘책꽂이 교환 프로젝트’가 눈에 띄었다. 이 프로젝트는 두 시민이 익명으로 책을 추천하고 추천 이유를 비롯한 본인의 일상 안부를 주고받는 기획으로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편지 내용을 공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옆에 추천 도서를 함께 비치해 책에 대한 흥미를 부추겼다. 무엇보다도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겠다는 독서대전의 취지가 고스란히 녹아든 전시라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한장 두장 그리고 비로소 성장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이, 청소년 도서 관련 부스의 비중이 굉장히 높았다는 점이다. 2023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오후 3시부터 한울광장에서는 어린이 낭독극 ‘우리의 목소리가 만나’가 진행됐는데 수많은 관객 앞에서 또렷하고 청명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는 짧은 소설은 많은 이들의 가슴 속 깊은 울림을 줬다. 그뿐만 아니라, 광장의 우편에서는 책 <어린이라는 세계>의 저자 김소영 작가와 여러 어린이가 함께 컬러링 활동을 하며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해 가는 퍼포먼스형 전시도 진행됐다.


 한 어린이 도서 부스 관계자는 “책 읽는 어린이는 차치하고 그냥 어린이 자체를 보기 드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어린이 도서를 만드는 일에 회의나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독서대전에서 어린이 독자들을 직접 만나니 어린이 도서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기자는 현장에서 대한민국 교양인의 미래를 봤다. 책을 찬찬히 살펴 가며 읽는 어린이들의 눈빛은 총명하기 그지없었고 책장을 넘기는 그들의 손길과 웃음은 투박하고도 담백했다.



 이처럼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거이 독서하는 자의 시선과 생각은 아름답기 마련이다. 기자 역시 한 해에 80권에 육박하는 도서를 읽고 기록하는 독자지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독서보다는 정보 습득,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의무감에 사로잡혀 숙제 같은 독서를 해오지 않았나 반추하게 됐다. 기자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앞으로 열릴 서울도서관의 책 읽는 서울 광장, 경기중앙교육도서관의 작가와의 만남 등 지역 내 도서관과 서점이 준비 중인 ‘펼쳐보자. 꿈도, 책도’ 행사에 반드시 참석해 보길 바란다. 당장 두꺼운 책을 집어 들지 않아도 괜찮다. 삶의 복잡한 문제로 벗어나 잠시 활자 속 세상으로 뛰어들어 보자. 비로소 들뜬 여행자의 마음으로 온전히 독서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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