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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조] 다함께 차차차, 차세대가 차를 즐기는 법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9-14 21: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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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차 한 잔이 고독의 계절에 특효약이 되길
최근 차 업계의 성장 추세가 심상치 않다. 당장 편의점에서도 향긋한 과일 차부터 구수한 곡물차까지 매진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커피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차 시장의 성장은 트렌드 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이에 본지는 다도 문화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변모 과정을 낱낱이 따라가 봤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한국의 차 문화


 한국 차 문화의 역사는 삼국시대 말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 차 문화는 통일신라시대 일부 승려와 화랑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당대 승려나 화랑 사이에서 차 문화가 성행했던 이유는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의 효능이 이들의 수행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가 융성한 고려시대는 그야말로 차 문화의 부흥기였다. 고려 왕족은 다방이라는 관부를 신설해 궁중의 차를 관리할 것을 명했고 귀족들은 송나라 상인으로부터 차를 구입하거나 좋은 다구를 꾸미는 데 열중했다. 또한 승려 사회는 사원 내에서 궁중에 바칠 차를 재배할 수 있도록 ‘다촌’을 꾸렸고 더불어 차 끓이기를 겨루는 ‘명선’이라는 풍속을 행한 기록도 있다.


 이처럼 차를 마시는 풍속은 우리 문화 곳곳에 영향을 줬다. 차를 마시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다실이나 정원이 생겨났고 다구의 탄생은 고려시대 공예 발달에 크게 기여해 이는 훗날 고려청자 제작 기술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 한국의 차를 만드는 기술과 문화는 국가무형문화재 공동체 종목에 ‘제다’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후대 차 전문가들의 길잡이가 돼주고 있다.


차세대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차 문화


 다소 고리타분한 문화로 인식되던 한국의 차 문화는 팬데믹을 지나며 그 효능이 재조명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차마카세’가 그 대표적인 예다. 차마카세란 셰프가 엄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특선 코스를 일컫는 ‘오마카세’와 차의 합성어로 다양한 종류의 찻잎으로 제작된 음료를 그에 걸맞은 다과와 함께 즐기는 라이징 트렌드다.


 그뿐만 아니라 다회와 같이 차를 마시며 노는 모임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다회에서는 전문가를 초빙해 차를 우리는 방법, 올바른 다구 사용법 등을 안내받아 각자 차를 즐기고 차담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다례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동서양을 막론한 차 문화를 차용 한 카페들이 무수히 많아졌고 현재는 2030세대 밀집 지역인 연남, 뚝섬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야 너두 다도 취미 가질 수 있어


 기자는 최신 차 문화를 보다 가까이서 만나보고자 본교 서울캠퍼스 인근 연남동에 위치한 한 다도 카페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차분한 기타 소리와 향긋한 찻잎 향이 가득했고 차 종류로는 △백차 △우롱 차 △홍차 △보이숙차가 준비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기자는 백차 종류로 푸젠성 지방에서 추출돼 농밀한 꿀 향과 청량감이 일품인 ‘수미’를 맛봤다.


 찻잎이 식탁에 놓이는 순간부터 차를 우리는 것은 마시는 사람의 몫이 된다. 먼저 주전자 모양의 ‘다관’에 찻잎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넣은 후 물은 다관의 2/3를 채울 만큼 부어 30초가량의 기다림을 가지면 차 가 알맞게 우러난다. 이때 찻잎이 딸려 나오지 않게 차 거름망을 받치고 왼손으로 다관 뚜껑을 살짝 잡아주면 실수 없이 차를 따를 수 있다. 또한 처음 우린 차는 본연의 단 맛이 잘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잔에 한 번 부어 차의 향만 입히고 버리는 것이 좋다.


 기자는 차를 마시며 사장님이 다도 카페를 열게 된 연유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한 사장님은 우연히 찻집 풍경을 촬영하게 되면서 난생처음 찻집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한다. 더불어 사장님은 “흔히 차는 나이 든 사람만 마신다는 편견이 있는데 차의 매력을 재해석해 색다르게 어필하면 젊은 소비자들도 차 문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며 다도 트렌드의 무궁한 발전을 전망하기도 했다.



 시끌벅적한 도심 속 카페가 질릴 때면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음을 가라앉히던 선조들처럼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아 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차의 온기가 현대인의 응어리진 마음을 눈 녹듯이 녹여주리라.


글·사진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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