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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획]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22학번의 외침, 피눈물 나는 학생들
  • 김봄이 기자
  • 등록 2023-07-04 14: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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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개발경영으로의 학사 구조 개편, 새로운 방향 논의 중
본지 1087호(2023.05.02. 발행) 08면 심층보도에서 작년에 진행된 관광개발경영학과로의 학사 구조 개편을 다뤘다. 이에 관광학부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 현 구조 개편을 바로잡기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본지는 해당 TF팀의 진행 상황과 지난 23일 개최된 공청회를 자세히 알아봤으며 불편을 겪고 있는 22학번과 23학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도약을 위한 TF그 행적을 쫓다

 

 지난달 관광개발경영학과(이하 관광개발경영) 뿐만 아닌 관광학부에 닥친 학사 구조 개편의 부당함을 알리는 공론화가 이뤄졌다. 이에 해당 학사 구조 개편을 다시 바라보기 위한 TF팀이 꾸려졌다. 해당 TF팀은 △관광경영 △관광개발 △관광문화콘텐츠 △호텔경영 △외식조리전공의 교수들과 각과 회장단으로 구성돼 현재까지 지난 3일과 11일 각 과의 교수와 회장단들 사이 두 차례의 회의가 이뤄졌다. 이들은 교육부와 본교가 제시한 개혁 방향과 관광학부가 원하는 바를 고려한 절충안을 찾아가고 있다.

 

 이에 지난 23일 본교 서울캠퍼스 블랙홀에서 TF팀의 회의 내용을 공유하고 재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해당 공청회에는 학생회를 포함한 약 100명의 재학생이 참여해 교수와 학생회 각각이 제시한 두 가지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TF팀 회장단은 “앞으로도 항상 학생들을 위해,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두고 일하겠다”고 전했다.

 

최후의 학번이 된 22학번

 

Q. 해당 개편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듣고 싶다.

 

양재희(관광개발·2)  솔직히 재작년부터 기존 학과들을 관광학부로 통합시켜 전공 선택의 기회를 준 건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지만, 관광개발경영으로 통합이 되는 해당 개편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교 서울캠퍼스가 몇십 년간 관광개발학과(이하 관광개발)와 관광경영학과(이하 관광경영) 두 전공을 독립적으로 키워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에 맞는 교육과정까지 다 짜여있는데 기존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갑자기 학과 개편을 한다는 말이 통보식으로 다가와 당황스러웠다. 이에 ‘과연 이 대학이 학생들을 위한 곳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두 전공은 엄연히 다른 분야고, 학문적으로도 차이가 있는데 통합을 진행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익명(관광경영·2)  작년 2학기 본교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통합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해당 개편에 있어서 학과와 학생들이 반대하며 학사 개편으로 발생할 문제를 제기했다. 차안과 수정안을 내세우며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를 정확한 명목 없이 배제하고 통합을 추진한 것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적절한 체계로 진행되지 않은 학과 통합에 있어 반대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Q. 통합으로 생긴 불편이 있다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양재희(관광개발·2)  학생들이 과에 대한 소속감이나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다. 실제로 1학년 후배들이 관광개발과 관광경영 중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봤고, 관광개발경영임에도 벌써부터 관광경영보다 관광개발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하는 등 선호도의 차이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듯 학과 통합이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통합된 학과 내에서 학습하고 싶어 하는 분야가 확연히 다를 수도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정확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해당 전공의 마지막 학번인 점에서 윗 선배들이 있지만, 확실한 과 후배는 없어 학과와의 연결고리가 끊긴 느낌마저 든다. 동시에 더 이상 관광개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허함도 느껴진다. 가끔 학과 소개 홈페이지를 볼 때가 있는데, 기존 관광개발 소개가 있던 창이 관광개발경영으로 바뀐 걸 볼 때마다 씁쓸하다.

 

익명(관광경영·2)  통합이 진행되면서 학번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특히 휴학 시 변화된 커리큘럼을 파악하며 수업을 신청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통합 후 줄어드는 전공수업으로 인해 해당 학과 수업의 체계가 과연 남아있을지에 대한 걱정 또한 존재한다. 통합 이후 따로 학생들에게 개편된 학과 체제에 관한 정보나 이수 체계에 대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해당 수업을 들어야 하는 재학생들이 통합으로 발생한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거듭된 학과 체계의 변경으로 인해 학과에 대한 전통과 자부심에 많은 의구심이 드는 것이 현실이며 학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학교생활이나 학과 수업 등 조언을 해줄 수 없는 점에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통합된 학과 체계로 첫 시도를 맞이하는 후배들의 혼란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실임에도 정보를 전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학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Q. 2025학년도 학사 구조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하는지 궁금하다.

 

양재희(관광개발·2)  기존 관광학부 체제로 다시 바꾸거나, 관광문화콘텐츠학과처럼 관광개발, 관광경영으로 나뉘었으면 좋겠다. 또는 현재 호텔외식경영학부는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고 들었는데, 이처럼 차라리 관광개발경영학부로 바꾸고 2학년 때 확실한 전공을 선택하는 방향도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건 관광개발과 관광경영의 분리라고 생각한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명품 대학이든, 관광을 대표하는 명품 대학이든 학생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 이 학교가 과연 명품 대학일지 의문이 든다.

 

익명(관광경영·2)  만약 통합추진이 지속된다면 막연한 학부 체제가 아닌 학과 간 적절한 커리큘럼의 반영을 토대로 통합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문적인 전공 과정 이수를 위한 학과 간의 명확한 구별이 필요하다. 또한 본교에서 학생들에게 학과 체계의 변경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재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끌 수 있는 대학이 필요하며 학과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학사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곳이기에 학생들이 제약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학생들은 변화하는 학과 체계에 있어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본부 측에서는 재학생 및 신입생들을 위한 최선책을 고려하며 학생들의 편의와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애써주길 바란다.

 

최초의 학번이 된 23학번

 

Q. 통합이 진행된 후 첫 입학생으로서 겪는 불편 사항이 있는지 듣고 싶다.

 

원소희(관광개발경영·1)  고등학생 때부터 관광을 배우면서 관광상품개발을 주로 해왔다. 그러던 중 관광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우고 싶어 지역개발, 마케팅 등 타 분야와 연계가 강한 관광개발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해 입학하게 됐다. 현재 통합이 진행됐지만, 개강총회나 동아리 등 학과 활동에서 학생회는 여전히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관광개발과 관광경영 학생들은 같은 과, 같은 학번이지만 둘로 나뉘게 돼 사실상 접점이 적다. 통합이 진행된 후 커리큘럼이 바뀌었고 선후배 사이의 유대감이 줄었다. 서로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어졌다.

 

변지민(관광개발경영·1)  학생회가 둘로 나뉘어있는 게 가장 먼저 생각난다. 과는 하나인데 학생회가 두 개라는 것 자체로도 혼란스러운데, 관광경영 학생회는 1학년을 뽑지 않고 관광개발 학생회는 1학년을 뽑았다. 이것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때문에 관광경영을 희망하나 학생회가 하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관광개발 학생회에 속해 있는 학생도 더러 있다. 또한 관광개발 과방에 들어갈 때마다 ‘경영 학생이 여길 오나?’라는 장난을 듣곤 했다. “이제 우린 하나야”라고 전하는 선배들의 목소리는 어색함이 묻어나온다. 관광개발경영으로 합쳐지면서 양쪽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렇게 물과 기름인 두 집단 사이에서 어디를 선택해도 겉돌 수밖에 없다. 거의 유일한 장점마저 그 의미가 퇴색된 이상론이다. 행사마다 관광개발로 참여할 사람과 관광경영으로 참여할 사람을 나누며 한쪽에 몰릴 경우 모두가 희망하는 과로 참여할 수 없다는 불편이 있다.

 

Q. 2025학년도 학사 구조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하는지 묻고 싶다.

 

원소희(관광개발경영·1)  관광개발만의 장점이 있고, 관광경영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관광개발은 관광경영보다 관광에 대해서 더 자세히 배운다는 점, 관광경영에는 교직이수 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관광개발경영은 교직이수 제도가 사라지고 기존 관광개발과 관광경영에서 진행되던 강의를 모두 들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통합되기 이전 학과와 똑같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이미 관광개발경영으로 통합된 이상 잦은 변경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한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관광개발경영 학생들이 겪는 불편이 최대한 완화됐으면 좋겠다. 또한 군 복무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을 때 그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에 어려운 점이 적길 바란다.

 

변지민(관광개발경영·1)  관광경영과 관광개발이 절대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25학년도부터 분리된다면 지금 겪고 있는 불편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생각이지만 지금의 체제에서는 관광개발과 관광경영을 모두 공부하고 싶은 학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한 학우만이 있을 뿐이다. 부디 재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관광개발경영을 관광개발과 관광경영으로 분리하기를 희망한다. 23학번과 24학번은 불편과 혼란을 감수해야겠지만 본인과 같은 불편을 겪는 후배가 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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