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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사회] 생사를 뛰어넘는 세기의 순애보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7-04 14: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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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시한부의 기록, 어쩌면 사랑의 회고록
여기, 영원한 이별을 앞둔 두 청춘 남녀가 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위태로운 하루하루 속에서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본지는 간만에 국내 박스오피스의 문을 두드린 애틋함의 대명사 ‘남은 인생 10년’을 관람하고 느낀 소소한 생각들을 나눠봤다.



● 평점

지성 : 2.5/5 따스한 사랑 이야기 속 숨겨진 잔잔한 심연의 향연. 괜스레 생각이 많아진다.

수민 : 2.5/5 초호화 캐스팅에 비해 낮은 활용도에 대한 아쉬움. 그러나 사랑의 단단함만큼은 한 치의 아쉬움 없이 그려냈다.

: 2/5 두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 하지만 지나친 신파를 견디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민제 : 2.5/5 뻔한 서사, 뻔한 눈물. 그 눈물마저도 마음에 드는 정석적인 일본 감성 영화였다.

 

● 한 줄 평

지성 : 인생에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기적이다.

수민 : 할 수만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아나타와 오겡끼데스까?

: 결코 길지 않았던 10년 시한부의 삶

민제 : 타인의 세상을 바꾼 10년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있다.


Q. 초호화 캐스팅으로 국내 박스오피스를 찾은 일본 영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할 만 한가?


지성 아무래도 일본 대표 배우 두 명이 합을 맞춘 영화라 이미 개봉 전부터 국내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잘 알려진 배우들을 작품에 투입함으로써 해외 개봉작에 대한 국내 관객의 장벽을 부순 건 개인적으로 굉장히 칭찬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두 분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고요.


수민 OST를 담당한 밴드 ‘RADWIMPS’도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리기로 유명하죠. 현재는 개봉 직후라 아직 음반계까지 큰 반응이 오고 있지는 않지만, 워낙 범국가적 음반 강자니, 영화 말미에 쭉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 기울여보면 영화에 대한 여운을 길게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저 또한 영화의 흥행 여부에 있어 배우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두 주연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죠. 다만, 영화의 기초가 되는 건 어쨌거나 스토리 라인임이 분명한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서사보다는 초호화 캐스팅에 더 의존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Q. 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지성 스키장에서 이별을 고하고 집에 돌아온 마츠리(고마츠 나나 분)가 엄마의 어깨에 기대 펑펑 울며 살고 싶다는 진심을 실토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죽음은 몇 번을 겪어도 절대 덤덤해질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애써 괜찮은 척 해봐도 정말 내 편인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면 실속 없이 무너지고 말잖아요? 그 모습이 참 안쓰럽기도 애처롭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민 두 주인공의 서사는 상영시간 내내 애쓰지 않아도 시야에 잘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전 좀 다른 형태의 사랑에 집중해서 관람했습니다. 자신들이 더 많이 슬퍼하면 마츠리가 견딜 수 없게 될까 봐 눈물을 속으로 삼키는 부모님의 사랑이 보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카즈(사카구치 켄타로 분)가 마츠리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드러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 터져 나온 고백 앞에 망설이고 갈등하는 마츠리의 모습이 여실 없이 드러나는 부분도 매우 좋았습니다.


민제 마츠리가 끝내 카즈를 떠날 때 바닥에 주저앉아 좌절하는 카즈의 모습이 너무 강렬했던 것 같아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살아가던 카즈를 드넓은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 일으켜 세운 마츠리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이 극에 달해서 마음이 아렸죠.


Q. 삶과 죽음을 가까이서 목격하거나 직접 겪어본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성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할 생일, 졸업식 등 여러 기념일 때 반드시 누군가의 부고가 들려오곤 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삶과 죽음을 보고 자라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크게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죠. 그런데도 죽음이 닥쳐오면 현실감각이 사라지고 여전히 세상을 원망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마츠리가 자신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일 때, 뒤돌아서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목 도하고 눈물 흘렸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수민 삶과 죽음이 비단 허구의 연출 요소만은 아닌 것 같아요. 마츠리의 상태가 위독해졌을 때조차도 마츠리는 카즈가 오기만을 기다렸잖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직장암 4기 판정을 선고받으신 지 1년도 채 안 돼서 돌아가셨어요. 그때 학교 강의가 끝나고 할아버지를 뵈러 가서 할아버지 손을 잡자마자 호흡이 가빠지시면서 응급실로 이송되셨거든요. 때로는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도 수민이 말에 동감하는 게 저희 할머니도 제 수능 다음 날 쓰러지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어요. 가끔 그때 할머니가 절 기다리고 계셨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요. 아무리 예견된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정작 그 순간이 닥쳐오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민제 맞아요, 아무리 미워하고 일생 내내 나를 힘들게 했던 원망의 대상일지라도 누군가의 죽음은 큰 아픔을 남기죠.


Q. 나에게 남은 인생이 10년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지성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보낼 것 같아요.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겠죠. 중간에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특별한 일도 다 체험해 볼 거예요.


수민 앞으로 딱 10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니 잘 상상되진 않지만, 저는 하루하루 일기를 써둘래요. 아니면 편지라도 좋을 것 같아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영상을 남겨두는 것도 좋겠죠.


제일 건강한 시기에 일을 해서 돈을 벌어둔 다음,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면 다 이뤄보고 싶어요. 저는 유럽 여행도 떠나보고 싶고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해보고 싶기도 하거든요.


민제 저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교류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후회되는 일, 미안했던 일 다 털어버리고 사랑만 남기고 떠나고 싶네요. 버킷리스트에 있는 ‘번지 점프해 보기’도 빼놓지 않고 해보려고요.


Q. <남은 인생 10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성 평소 자극적인 포인트 없이 전체적으로 잔잔한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죽음을 소재하고 있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만약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민 구도적으로 시선이 어긋난 부분이 있어 조금 아쉬웠고 장르가 장르다 보니 이전 일본 작품들과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주인공의 행복한 순간이 빨리 감기 마냥 스쳐 지나갔던 게 아쉬웠습니다. 되려 한 장면을 조금 더 깊게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남아요. 또, 끝으로 갈수록 신파적 요소가 너무 강했고 캠코더로 촬영된 장면은 너무 심하게 흔들려서 보기에 어지럽기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민제 소재가 너무 뻔하고 서사 전개가 너무 흔했기 때문에 감상할 때 점차 흥미가 떨어졌어요. 감성적인 영화의 내용이 다 비슷비슷하다지만 정말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니 기대에 비해 조금 실망하기도 했죠.


Q. 시사회를 마치며, 사랑했던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지성 환한 미소가 예뻤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비록 살면서 어렵고 힘든 상황도 많았겠지만, 그럴 때조차도 밝고 잘 웃는 그런 사람이요.


수민 전 원래 꿈이 개그우먼일 정도로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끝까지 그런 재밌는, 내 삶에 있어 서 참 좋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네요.


제가 그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했던 그 이미지로 각인됐으면 해요. 그 사람의 시선으로 본 제가 아닌 나의 온전한 진심이 닿기를 바랍니다.


민제 좋아하는 게 많았던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그래야 제가 좋아하는 걸 볼 때마다 절 떠올려 줄 테니까요.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홍지성 기자 Ι wltjd0423@kyonggi.ac.kr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김민제 수습기자 Ι k.minj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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