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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년원, 당신은 이 세 글자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민제 수습기자
  • 등록 2023-05-08 20: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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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원 속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는 그들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소년원에서 나온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인생의 절반을 국어교사로 살아온 저자는 소년원에서 1년 동안 주에 한번, 두 시간씩 아이들을 지도한 이야기를 사계절로 나눠 기록했다. 소년원에서의 수업을 제안받은 저자는 두려운 마음을 안고 소년원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따뜻하지만 가끔은 슬프고 종종 유쾌하기도 한 이 기록 속에서 저자는 늘 소년들에게 ‘환대’ 받는 경험을 안겨 준다. 수업 시간마다 소년들이 오기 전 간식을 미리 준비하고, 휴일에는 면회를 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 수업 시간에 함께 읽은 소설의 작가들을 초대해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기도 한다. 1년 동안 이어진 이 수업에서 저자 또한 소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작가는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수업이 1년 동안 진행되며 어려움에 부딪힌 순간들을 서술했다. 부정적인 자세로 욕설을 내뱉고, 나눠준 편지지를 구기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소년도 있었다. 이에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올 때마다 여전한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자의 마음이 미지근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말로, 편지로 감사를 전하고 수업 중에 생긴 일로 기분이 상했을까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또 다른 소년들의 마음 덕분이었다. 꼭 은혜를 갚고 싶다고 편견 없이 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서툴게 진심을 전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저자에게 큰 울림을 줬다.


“우리는 소년에게 책을 주지만 소년이 손에 받은 것은 자신을 돌보며 사는 마음 아닐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마음 아닐까.”
『소년을 읽다』 中


 저자는 소년원의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영혼을 가진 하나의 존재로 우리 곁에 서게 되는, 죗값을 치르고 난 그 너머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사회와 어른들은 소년원을 벗어난 소년들이 더 이상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투명 인간처럼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좋은 삶’을 경험하고 그것을 욕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실 기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청소년 범죄 사건들을 접하며 촉법소년들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순간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이 책은 기자로 하여금 ‘어쩌면 너무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했다. 소년원은 교정기관이며 이를 벗어난 이들은 사회에서, 우리의 곁에서 이웃이 돼 살아가야 한다. 재판을 받기 전과 후의 삶이 다르다고 말하는 소년들에게 우리는 ‘좋은 삶’을 영위할 기회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하진 않을까.


김민제 수습기자 Ι k.minj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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