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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사회] 괜찮겠어? 우리는 포기를 모르는 홈리스 축구팀인데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05-08 20: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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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전 1승 10패의 기록에도 꿈은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이런 장르의 이병헌 감독 작품은 없었다. 이것은 스포츠 영화인가 휴머니즘 영화인가. 문화팀은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 영화 '드림'을 관람하고 따끈따끈한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 평점

지성 2/5 이병헌식 코미디가 날 웃기지 못한 건 처음이었다. 휴머니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수민 : 2/5 그저 이 영화의 취지가 좋았다. 이 시대에 보기 드문 힐링 콘텐츠.

선우 : 1.5/5 이병헌, 그는 왜 신파에 도전했나. 약간의 감동 약간의 웃음. 그렇지만 이병헌의 온전한 매력을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작품.

민제 2.5/5 아쉬운 요소가 있긴 했지만, 열심히 뛰는 장면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감동이 매력적이다. 영화관을 나서면 모두가 성장해 있을 것만 같은 희망찬 한 편의 드라마 같다.

 

● 한 줄 평

지성 : 모두에게 날개는 있습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수민 : 겁 없는 홈리스들, 인생의 후반전에서 새 출발의 휘슬을 불다

선우 : 아무래도 이병헌은 멜로가 체질

민제 : 울타리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가슴이 다시금 뜨거워지기를


Q. 슬램덩크리바운드에 이은 스포츠 콘텐츠 열풍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수민 스포츠 콘텐츠는 스포츠가 가진 카타르시스와 성장 서사를 극대화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나 영상은 순간의 여운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 슬로우 모션을 걸거나 편집하거나 해서 관객을 사로잡죠. 또 실제 경기 관람보다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콘텐츠를 즐기는 관람객층이 많다는 점 역시 흥행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선우 스포츠 콘텐츠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스포츠에서는 현실이 더 극적인 경우도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창작물이 힘을 얻기가 힘든 장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스포츠 장르가 유행하고 있음이 참 아이러니하고 신기하기도 하네요.

민제 스포츠 콘텐츠를 볼 때면 확실히 특정 스포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영화 ‘드림’ 속에서도 2010년대 축구 팬들이 구매하던 유니폼과 당시 축구 스타의 이름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드림’ 역시 2010년대 축구팀의 광팬인 독자라면 분명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극 중 가장 마음이 갔던 캐릭터는 누구인가?

지성 저는 보통 주인공에게 눈길이 자주 가는 관객 중 한 명이라 분명 홍대(박서준 분)에게 눈길이 가장 많이 갈 줄 알았는데 되려 소민(아이유 분)한테 꽂혀서 관람했어요. 소민은 엄청나게 현실적이고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본인이 벼랑 끝에 몰리게 되면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어요. 정말 현실 직장인을 그대로 모셔다 놓은 느낌이더라고요.

수민 저는 감초 같은 조연에 마음을 쉽게 빼앗겨요. 이번에는 사무국장(허준석 분)에게 큐피드의 화살이 꽂혔죠. 소민도 홍대도 참 이중적이고 각자의 목적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그러나 사무국장님만은 홈리스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아껴주고 그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죠. 이런 어른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 같아요. 때 묻지 않은 따스한 마음이 절 감동시켰던 거 아닐까 싶네요.

선우 저는 아무래도 주인공 홍대가 제일 인상 깊었어요. 예체능의 세계는 참으로 혹독하죠. 밤새 노력해도 타고난 사람을 이긴다는 일이 쉽지 않은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운동하고 남들의 배를 노력하는 홍대의 모습이 크게 와닿았어요.

민제 저도 비슷한 이유로 홍대가 끌렸어요. 재능의 한계에 부딪히는 주인공 클리셰가 뻔하면서도 인상 깊었죠.


 영화 ‘드림’은 축구를 통해 노숙인, 시설 거주자와 같은 취약계층의 자립 의지 증진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시작된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렇게 이병헌 감독은 추운 터널 속에 홀로 잠들어 있던 이들을 햇볕 내리쬐는 잔디 축구장으로 불러내 사회의 따스함을 선사한다.




Q.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울타리에 대해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지성 영화 ‘드림’에서 그런 대사가 나와요. “누구나 살면서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지 않을거란 보장이 있냐” 저는 이 대사에서 홈리스의 이야기가 마냥 남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우리 누구나 홈리스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사회적 울타리는 특정 계층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경각심이 들었어요.

수민 노숙인이라고 하면 거리에 누워있고 지저분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시설이나 쪽방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거리를 생활공간으로 쓰는 분들은 전체 홈리스 비중의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게 다 사회적 울타리가 미리 마련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5%를 구제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여전히 홈리스에 대한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게 우리의 현실이죠.

선우 이병헌 감독도 드림을 촬영하기 전 자료 조사를 하면서 홈리스 월드컵을 취재하다 보니 홈리스 분들의 서사가 비슷함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저 역시도 영화를 보며 느꼈고요. 사실 영화 ‘드림’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콘텐츠에서 몰락을 표현할 때 쓰이는 서사가 보증을 잘못 서거나, IMF로 경제 위기를 맞거나 하는 설명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쩌면 전부 사고 같은 일이잖아요. 어쩌다, 우연히 당한 불행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들의 고됨이 억울하게도 느껴져요. 그럼에도 이런 서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추세를 봐서는 2023년도 콘텐츠 소비자들이 여전히 이런 삶의 문제에 공감하고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씁쓸함이 밀려오네요.

민제 실제로 빅이슈 잡지가 유명한 모델과 연예인이 재능 기부 형식 차원에서 촬영하고 이를 판매하고 남는 수익으로 홈리스들에게 임대주택과 필요한 생활자금을 지원해준다고 해요. 이런 선한 목적에서 구축된 사회적 울타리가 사회적으로 조명을 많이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 같아서 안심돼요.

 

Q. 코믹의 대가 이병헌 감독그의 개그는 이번에도 먹혔을까?

지성 이병헌 감독식 개그가 체질인 저는 대부분 이병헌 감독 작품을 빵빵 터지면서 관람한 기억이 있어요. 그러나 이번 작품은 초반에 몰아치는 이병헌식 개그가 안 먹혔던 것 같아요. 초반에 힘을 많이 뺀 대신, 그 힘을 후반부에 많이 실은 것 같았지만 정통 코믹이 아니라 아쉬움이 남네요.

수민 중간중간에 이병헌식 B급 감성이 묻어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극한직업’을 생각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지만 ‘멜로가 체질’을 재밌게 봤던 관객이라면 분명 재밌게 볼 거라고 생각해요. 은은한 코믹과 휴머니즘 포인트가 사람을 아주 울리고 웃기는 게 저는 곱씹을 수록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 평하고 싶어요.

선우 앞에서 호평을 해주셨으니 저는 보다 마음 편히 솔직한 후기를 남길 수 있겠네요. 사실 이병헌 감독의 시그니처는 코믹이죠. 저는 코믹을 기대했지만 막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감동적이지도 않았고 사회적인 문제가 부각되는 영화도 아니었어요. 정말 딱 휴머니즘 감동 영화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스포츠적 요소를 기대하고 ‘드림’을 예매한 독자라면 그 기대 접으라고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축구라는 매개 없이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인간적 서사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민제 저는 이병헌 감독 인터뷰를 조금 더 찾아봤었는데요. 영화 ‘드림’ 시나리오가 나왔을 당시 투자 거절을 많이 당해서 제작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요. 감독 본인은 이에 소외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개그적 요소를 많이 걷어냈고 누구나 보기 편안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거든요. 그런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에 양면성이 있다는 걸 이병헌 감독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작품이 그렇듯 장단점이 다 있는 거죠.

 

 지난달 26일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은 현재도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리 상영중에 있으며 축구공 모양의 영화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메가박스에서 스페셜 굿즈 패키지를 판매하며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영화들의 성적이 저조한 상황 속에서 부디 ‘드림’이 홈리스 6명뿐만 아니라 모든 국내 영화인들의 꿈을 등에 업고 훨훨 날아가기를 작게나마 소망해 본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psw@kyonggi.ac.kr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홍지성 기자 Ι wltjd0423@kyonggi.ac.kr

김민제 수습기자 Ι k.minj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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