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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삶의 제1원칙, 삶 속에 온전히 몸을 내 던질 것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4-14 18: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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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을 달성한 화제작, ‘더 웨일’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후 272kg이라는 초고도비만의 몸으로 괴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담고 있다.


 주인공 찰리는 △낮은 자존감 △우울감 △걷잡을 수 없는 폭식으로 인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삶을 살아간다. 게다가 대학에서 온라인으로 글쓰기 강의를 진행할 때면 카메라를 가려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 려 한다. 간호사 친구 리즈가 거동이 어려운 자신을 도와줄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찰리는 스스로의 존재 자체에 큰 수치심을 느끼는 인물로 표현된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 는 순간은 필자불명의 모비딕 에세이를 읽을 때뿐이다. 모비딕은 익히 알고 있듯 고래를 잡고자 하는부의 이야기를 담은 멜빌의 소설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더 웨일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부의 삶의 원동력이 고래에서 나오듯 찰리가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끝으로 치닫을수록 그가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더 웨일을 감상할 때 주목해야 할 연출 포인트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바로 화면 비율이 다. 일반 영화들과는 달리 더 웨일은 정사각형 형태의 화면 구성을 택해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줘 찰리의 아픔과 좌절에 온전히 공감하도록 이끈다. 또한, 실감 나는 분장 역시 감정의 동요에 일조한다. 작은 화면 속에 꽉 차는 클로즈업을 통해 보이는 울먹이는 그의 표정은 관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자가 더 웨일을 감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끝없는 비수와 본인을 향한 그 모든 혐오를 감내하고자 했던 찰리의 태도였다. 기자 역시 3~4년 전 우울증을 앓았고 그 여파로 섭식장애를 겪기도 했었기에 누구보다도 찰리의 심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누가 이런 날 자기 삶에 끼워 넣고 싶겠어”

『더 웨일』 中


 꼭 특별한 좌절의 경험이 없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자존감이 낮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본 적이 있을 것 이다. 그러나 터널은 반드시 지나가기 마련이다. 난 안 될 거야. 솔직해질 수 없을 거야. 스스로를 괴롭 히고 학대하던 찰리가 영화의 말미에 기구의 도움 없이 몸을 일으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장면은 우리 에게 일깨움을 준다. 어떤 어려움이든 우리는 충분히 이겨낼 힘이 있는 강인한 사람들이라고.


 어쩌면 우리는 각자 삶의 어부가 돼 ‘진정한 나’라는 고래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닐까. 깊은 바다 속으로 영영 가라앉을 것만 같을 때 더 웨일을 틀어넣고 마음껏 울어보자. 당신이 흘린 수많은 눈물 이 모여 망망대해가 되는 그날 비로소 배를 띄워 각자만의 고래를 찾아 떠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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