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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벼운’ 책임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 편집국
  • 등록 2017-05-08 13:43:51
  • 수정 2017-05-08 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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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들어서면서 어느 덧 발밑에는 봄기운이 퍼진 반면 나라에는 아직 서늘한 국정농단의 냉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 대통령은 진실 규명의 자리를 회피했고,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촛불은 꺼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인용됐지만 계속되는 수사와 60일 이내의 재선거에 국민들은 눈을 떼선 안된다. 이런 장기전 속에서 기자들은 쉬지 않는 발걸음으로 대중들을 위한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해내고자 힘쓰고 있다. 나라를 위한 그들의 책임감이 한 번 더 상기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어떤 기자들은 여행지를 돌아보거나 전통요리를 맛보고 있다. 현 나라의 정세에 이들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굳이 지금과 같은 시기가 아니더라도 왜인지 정치기사를 다루는 기자들보다 문화기사를 다루는 기자들의 책임이 더 가볍게 느껴진다. 실제로 나는 한때 이와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본 바는 달랐다. 모든 기사에 기자들의 사명감은 동등하게 담겨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언론인으로서 가져야하는 책임감과 태도가 무엇인지 명확한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처음 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생각해봤다. 당시 단순히 내게 도움을 주는 사소한 정보들을 받을 수 있어 느꼈던 고마움이 그 시작이었다. 이처럼 모든 기사는 누군가에게 읽히고 영향을 준다. 물론 기사 내용에 따라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바는 분명히 다르다. 다만 수많은 기사 중 하나로 인해 즐거운 여행을 보내고 전통요리의 새로운 매력에 빠지는 게 과연 불필요한 일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런 아주 작은 부분에서 독자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하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기자가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학생기자로서 대학신문이라는 작다면 작은 기관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 기성신문이 해내는 일보다는 확연히 작은 기삿거리를 다룬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학생기자의 어깨는 결코 가벼울 수 없고 가벼워서도 안 된다. 정확성과 신속성을 갖추고 읽는 이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우리에게 부여한 중요한 임무다. 누구나 대중매체 사용이 가능하게 된 오늘날, 언론인이라는 이름에는 독자 모두의 무게를 견뎌내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찾던 해답을 알게 되자 그 무게는 더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부담감에 짓눌려 버리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를 견뎌내고 점차 발전하는 언론인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의무다.

 

안나리 기자│artanl@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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