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현장 속으로] 봄 사랑 벚꽃 말고 꽃대궐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04-13 14:44:51
기사수정
  • 울긋불긋 꽃으로 가득찬 창덕궁과 덕수궁
다시 돌아온 봄을 몸소 느끼기에 제격인 장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꽃대궐. 이는 궁에서 꽃구경을 하며 역사에 대해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꽃의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본지는 꽃대궐에 대해 알아봤다.


돌아온 봄바람이 휘날리는 거리

 마스크를 벗고 맞이하는 봄의 귀환에 중단됐던 봄꽃축제가 약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특히 그중에서도 제주시 전농로 왕벚꽃 축제와 경남 창원시 진해해군항제는 멈췄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불같은 국민들의 성원에 부흥하듯 문화재청은 향긋한 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경복궁 아미산의 계단식 화단인 화계 △창경궁 옥천교 어구 일대의 살구나무△덕혜옹주묘 일대를 명소를 소개해 우리 마음에 봄바람을 일렁이게 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지난달 23일 경복궁 일대의 앵두나무와 매화나무 등을 시작으로 이번 달 초에 봄꽃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며 올 봄, 서울 도심의 궁궐이 붐빌 것이라 예측했다. 

 


봄을 담고 있는 창덕궁

 1405년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어진 창덕궁은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랫동안 임금이 거처했던 궁궐이라 다양한 형태의 옛 건축물 양식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붉게 물든 홍매화가 있어 꽃대궐 구경의 흥미를 더한다. 올해 창덕궁의 홍매화는 3월의 추위의 여파로 작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게 만개했으며, 현재 성정각과 자시문 앞과 후원 입구 승화루 앞에서 볼 수 있다.

 창덕궁 특별해설 프로그램 ‘봄을 품은 낙선재’와 함께한다면 더욱 풍요롭게 꽃대궐을 둘러볼 수 있다. 중학생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본 프로그램은 창덕궁관리소 웹사이트를 통해 회당 선착순 20명까지 예약할 수 있으며 무료로 진행된다. 낙선재는 창덕궁 동남쪽에 위치해 △진달래 △개나리 △매화가 꽃을 피워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나아가 이곳은 헌종과 경빈 김 씨의 사랑이 깃든 장소이자 고종황제의 막내딸 덕혜옹주 등 대한제국 마

지막 황실 가족이 1989년까지 머물렀던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좌우 대칭의 평면 형식을 추구했던 조선시대 궁궐의 침전과 달리 낙선재는 단청을 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다. 세 채 집터에 만들어진 후원은 건축과 한 몸을 이룬 듯 어우러져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건물과 후원 사이 공간에는 계단식으로 석축을 쌓아 화초를 가꿔 건물 속 열린 창과 문을 통해 화계를 감상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화계에는 △이스라지 △모란 △병아리꽃나무 등 꽃이 피고 있다. △낙선재 후원 화계에는 상량정이 △석복헌 후원 화계에는 한정당이 △수강재 후원 화계에는 취원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정자들 인근에서 내려다보이는 낙선재 일원 전경은 △진달래 △개나리 △매화 등 봄꽃이 가득하다. 이에 더해 500년이 넘은 옥천교에는 △매실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가 있어서 다양한 과일 나무의 꽃을 볼 수 있다. 궁궐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경춘전에는 △생강나무 △진달래 △개나리가 있고 국장이 있을 때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자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문정전에서는 △희화나무 △옥매 △앵두나무가 있다.



또 하나의 봄을 품고 있는 덕수궁

 덕수궁은 본래 왕가의 별궁으로 이용됐으며, 당시 명례궁으로 불렸다. 임진왜란 직후 정궁 역할을 하게 된 명례궁을 광해군 집권 당시 또 한 번의 승격을 하게 되며 경운궁이 됐다. 이후, 대한제국 시기 황궁으로 사용되다 1907년 고종 퇴위와 순종의 즉위가 이뤄지며 현재까지 덕수궁으로 불리고 있다. 사실 덕수궁은 인조반정 이후 오랫동안 버림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훗날 아관파천으로 고종이 거처하게 돼 구한말 역사의 중심지로 올라섰다. 그렇기에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진의 접견 등 중요한 공식 의식을 치르던 △중화전 1919년 고종이 승하한 △함녕전 대한제국 초기 정전으로 사용됐다가 후에 집무실인 편전으로 활용된 △즉조당과 같이 대한제국 시기의 역사를 담고 있는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덕수궁 입구를 지나면 꽃잎이 흩날린다. 이는 고종의 침전이자 승하한 함녕전 앞에 자리하고 있으며 궁과 꽃의 조화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더불어 살구꽃을 볼 수 있는 석어당은 덕수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중층 목조 전각이다. 1904년에 불타 없어졌던 것을 1905년에 다시 지었다. 한국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독특한 외관을 가진 정관헌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개나리와 철쭉이 만개해 알록달록한 색감이 가득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올해 궁궐과 조선왕릉 봄꽃은 평년보다 3~11일 먼저 필 것으로 전망한다”며 “궁궐과 조선왕릉의 봄꽃은 3월 중순을 시작으로 4월에 절정으로 이루고 5월 말까지 핀다”고 설명했다. 꽃이 지기 전에 꽃대궐에 방문해 예쁜 사진 한 장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선홍빛 옷을 입은 창덕궁

창덕궁의 입구는 꽃구경을 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의 들뜬 발걸음으로 끊이질 않는다. 기자는 입장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관람객은 주민등록증 혹은 운전면허증만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고 세종대왕과 같이 역사적 인물을 코스프레한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빠르게 입장 절차를 밟고 궁 입구를 넘어선 순간 펼쳐진 풍경이 아름다워 여전히 아른거린다. 숙정문을 지나면 음료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홍보관이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그 안에는 창덕궁을 작게 만들어놓은 목조품부터 창덕궁 관련 굿즈가 여럿 전시돼 있다. 낙선재 앞에는 벚꽃과 개나리가 함께 있어서 울긋불긋 예쁜 풍경이 놓여있다. 더불어 성정각 일원에 다가가면 붉게 물든 홍매화가 궁을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홍매화뿐만 아니라 벚꽃나무가 크게 자리 잡고 있어 꽃구경을 온 시민에게는 아주 좋은 풍경을 안겨줬다. 뿐만 아니라 개나리와 매화나무가 곳곳에 있어 궁궐의 분위기와 소소하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덕수궁에 살구꽃 한 스푼

 현재 덕수궁의 입구인 대한문은 공사 중이기에 매표소를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다. 이는 대한문 좌측에 존재하며 창덕궁과 같이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관람객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덕수궁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광명문을 지날 때 산벚꽃을 볼 수 있으며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꽃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석조전 앞에 와있었다. 이는 1897년 대한제국 선포 후 건립해서 그런지 하나의 궁 안에 두 세대가 공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 외관을 구경하다가 앞에 있는 작은 호수와 큰 벚꽃나무를 발견했다. 하얀 건물 앞에 하얀 벚꽃이 있으니 잠시만 바라봐도 예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옆에는 2층짜리 목조 건물 석어전이 있다. 다른 궁과 달리 소소한 매력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무늬 없이 담백하게 자리하고 있다. 앞에는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어 위에서 언급했듯 석어전 2층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살구꽃이 보이는 위치에 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석어전 옆에는 화려한 무늬를 갖고 있는 정관헌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석어전의 살구꽃과 달리 알록달록한 개나리와 철쭉으로 상반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나의 입구를 통해 들어왔지만 덕수궁은 다양한 시대의 색깔을 품고 있었으며 화려한 궁들 사이에 아무런 무늬 없이 있는 석어전과 앞에 있는 살구꽃은 덕수궁을 떠난 뒤에도 아른거렸다.

 

꽃대궐에서 만난 사람들

Q. 꽃구경을 하기 위해 궁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재희(30) 한복을 입고 꽃과 사진을 찍으면 예쁠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궁을 찾았습니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함께 가면 훨씬 좋고 시간이 된다면 경복궁도 방문하려고 합니다.

Hiba Faik(20) 한국만이 갖고 있는 특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예쁜 꽃을 함께 볼 수 있어 궁을 방문했습니다.

Q. 한복을 입으신 이유가 있나요?

안여경(30)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한복을 입고 궁에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복을 입는 게 취미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Jessica Xie(23)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 입었습니다.

Q. 꽃대궐 속 좋았던 장소 하나만 말씀해주세요.

이재희(30) 낙선재입니다. 다른 장소와 달리 수수한 느낌이 있어 한복을 입고 가면 사진이 잘 나와서 좋았습니다.

Tslmuun Bumerdene(23) 낙선재 앞 쪽이 매우 예쁩니다. 비밀 정원 같은 느낌이 들며 여러 꽃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지난 1일부터 경복궁 경회루의 특별 관람, 5일부터 경복궁 야간관람 등 행사가 봄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경복궁 야간관람 같은 경우에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년 매진이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행사이니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번 봄은 이전의 봄과 달리 색다르게 궁에서 꽃구경을 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홍지성 기자Ιwltjd0423@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