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최순실 국정농단과 파수견으로서 언론의 역할
  • 편집국
  • 등록 2017-05-08 12:26:45
  • 수정 2017-05-08 12:38:47
기사수정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 통령이 결국 탄핵되었다. 이날 헌법재판소 재판관 8 명 전원의 찬성으로 박근 혜 탄핵안이 인용됨으로 써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 통령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3일 야 3당 및 무소속 국회의원 6인을 포함한 171명의 국 회의원들에 의해 탄핵안이 발의된 지 약 3개월의 일이 다. 이제 국민들은 향후 2개월안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은 언론이 이뤄낸 새로운 역사다. 지난 2016년 7월 TV조선에 서 청와대가 미르재단 기금모집에 청와대의 개입의혹 을 보도한 이후, 9월 한겨레신문의 최순실 개입 보도, 또 10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존재 보도를 통해 최순실 의 국정농단 실체가 조금씩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언론으로서 권력의 비리, 권력 주변의 비리를 탐사 하여 보도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이 러한 파수견(watchdog)의 역할은 바로 언론의 존재이 유, 언론자유를 보장할 근거가 된다. 그동안 언론보도 의 특징을 살펴보면, 국내 언론은 좌·우, 진보와 보수라 는 정파적 편향성을 극복하고 권력 비리를 보도하는데 단합된 힘을 보여줬다. 과거 언론은 정치적 논란이슈와 관련, 좌·우로 분리되어 홍위병처럼 특정정당의 논리를 반복, 재생산해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정치 편향적 보도는 사라 졌다. 진보언론이 하나의 사실을 보도하면 보수언론이 이를 확인하여 기사를 키우고, 보수언론이 다른 사실을 보도하면 진보언론이 받는 긴밀한 협력모습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언론보도의 또 다른 특징은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다. 이번 사건은 신문과 방송 등 전통 적 뉴스매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특히 네티즌 수사대로 불리는 시민들은 전통적 매체의 기자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사실을 찾아내기도 했다. 실제로 김 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청문회를 비롯, 여러 차례 최순실을 모른다고 부인했으나 한 네티즌의 제보 를 통해 2007년 7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최순실과의 관계를 묻는 검증 청문회에서 김 전 실장 이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언론이 파수견의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언론 은 또한 선정적인 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마 비시키는 역기능도 보였다. 미디어를 통한 융단폭격 (carpet bombing)이라고 할 만큼 밤낮없이 관련보도 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도 마친 사실 인양 과도하게 포장하기도 했다. 언론은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등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날선 비 판을 하였지만 삼성과 SK, 롯데 등 경제권력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동정하는 한계를 보이기 도 했다.

 

 이번 사건보도는 언론의 취재윤리를 되돌아 보게 한 장면들도 있었다. jtbc측이 밝힌 연설문 담긴 태블릿 PC 입수경위의 석연치 않음과 jtbc 기자가 정유라 소재지를 덴마크 경찰에 신고한 것등은 기자들의 취재 윤리 측면에서 많은 논란 을 일으켰다. 또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과 이 번 사건의 고발자로 알려진 고영태 전 K스포츠 이사와의 잦은 만남 등은 언론이 관찰자를 넘어 서 행위자로 관여한 것은 아닌 지 궁금증을 자 아내기도 했다.

 

 파수견으로 언론보도는 크게 3가지를 갖 춰야 한다고 언론학자들은 말한다. 즉, 객관 성(objectivity), 사실성(factuality), 비판의식 (criticism) 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들 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은 물론 권력 내부의 반성과 합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비판 의식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언론의 최순실 보 도는 매우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살아있는 권 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는 한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다만 그 보도과정에서 사실 성과 객관성에서 얼마나 충실했는지 조금 반성 했으면 한다. 더욱이 지난 2014년 11월 십상시 (十常侍)농단에 대한 세계일보 첫 보도가 있었 을 때 다른 언론들이 가세하여 제대로 파헤쳤다 면 하는 안타까움도 크다. 그 때 언론이 힘을 모 았다면 지금처럼 대통령이 탄핵되는 파국을, 탄 핵찬성(촛불)과 탄핵반대(태극기)의 극한대립과 국론의 분열을 미연에 막았을 것이다.

 


홍성철교수

미디어영상학과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