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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자는] 제2의 나를 찾아 그림그리기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2-12-28 15: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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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란 스스로 그려온 삶
학창시절 미술 수업을 좋아했던 학생들의 일상.
본지는 신문편집국 박선우(문예창작·2) 기자의 오랜 취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요즘 기자는


 경기대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신문편집국에서 대학팀장으로 활동 중인 문예창작학과 21학번 박선우입니다. 아비투스(Habitus)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시한 이론으로, 개인의 취향은 △배경 △환경 △가치관 △분위기 △종교 △사상 △권력 및 계층 등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개념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세대간 내려온 경험과 문화가 축적된 것이라 쉽게 바꾸거나 극복하기 어렵다는 개념이기에 ‘문화계급’이라는, 다소 무섭기도 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자는 이를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무언가에 밤새도록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에게는 ‘그림’이라는 오랜 취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비투스의 개념처럼, 그림이라는 취미에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곤 하셨던 어머니 △칭찬을 아끼지 않던 선생님과 입시생 누나들 △함께 만화를 그리던 친구들 등, 기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향이 묻어있습니다.

 


새로운 도화지에 재미붙인 일상


 항상 스케치북을 고집하던 기자는 지난 2020년, 스무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선물해주신 태블릿을 시작으로 그림의 새로운 재미를 찾았습니다. 정물, 특히 과일을 즐겨 그리곤 했던 기자는 물감과는 영 친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항상 연필을 사용한 흑백의 과일을 탄생시켜 왔는데,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오더라도 과일의 강력한 개성 중 하나인 색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던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니터에 그리는 그림은 △원하는 색을 쉽게 찾아 사용하고 △끊임없이 수정을 거칠 수 있으며 △더 빠르게 완성된 결과물이 나오는 등 지난 기자의 오랜 고집을 금새 꺾을 만한 근사한 장점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침대에 누워 편하게 그릴 수 있다는 점이 기자를 매료시켰죠. 물론 밀리의 서재가 있더라도 서점에 방문하듯, 스케치북의 매력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요.

 


나를 소개하는 취미는 그림이 주는 기쁨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가장 큰 즐거움은 성취감입니다. 처음에는 흰 캔버스였던 모니터 위에 상상했던 모습이 완성됐을 때, 작품이 기자 손에서 탄생했다는 기쁨의 크기는 처음 크레파스를 잡았던 어린 시절부터 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 기자는 이토록 그림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취미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 끝에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떠올렸고, 결국 취미나 취향은 개개인이 살아온 시간과 주변 사람들이 준 영향의 집합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 △누구와 함께했는지 △얼마나 즐기는지 등이 쌓여서 세워지는 탑과 같아서, 한 사람을 설명하는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취향이 묻어난 클래식 음악 △친구들과 내기하며 즐겨먹던 매운 음식 △남들보다 발사이즈가 커지면서 관심을 갖게 된 스니커즈 등 기자라는 한 사람을 소개하는 모든 것이 취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때문에 기자에게 그림이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배경이자 또 다른 자신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계신 것 같나요? 좋아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 자기 주변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세요. 평소 어떤 음악을 즐겨 들으시나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가요? 종교가 있으신가요?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비투스의 어원은 ‘습관’을 뜻하는 habit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취미는 습관이 돼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아닐까요.


글·그림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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