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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삶과 죽음, 그 너머 7일간의 여정
  • 서지수 기자
  • 등록 2022-10-22 13: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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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일’의 저자 위화(余华)는 모옌, 옌롄커와 함께 현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3대 거장이다.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출생해 문화대혁명(1966~1976)으로 인해 문학작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 상황 속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위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치과의사로 일하다 1983년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가랑비 속의 외침(1993) △인생(1993) △허삼관 매혈기(1996) △형제(2005)를 이어 지난 2013년 네 번째 장편소설 제7일을 발표했다. 그는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을 몸소 겪으며 그의 소설을 통해 중국 의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제7일은 주인공 ‘양페이’가 죽은 뒤, 7일간 이승과 저승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며 사후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제1일은 양페이가 빈의관(화장터)에 가는 것으로 시작해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찾는다. 제2일은 양페이의 전 부인 ‘리칭’과의 결혼생활을 회상한다. 제3일은 양페이의 아버지 ‘양진뱌오’가 양페이를 기찻길에서 주워서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키웠으며 아버지가 떠난 이후 고향마을에서 일어났던 의문의 사건들이 밝혀진다. 제4일은 과거 양페이가 살았던 셋집의 옆방 ‘류메이’ 커플과 ‘리씨’와 ‘장강’의 이야기가 나오며 죽었어도 매장되지 못한 이들의 장소인 방공호에 도착한다. 제5일부터는 방공호에서 묘지를 마련하지 못해 안식의 땅으로 가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 류메이의 장례를 치러주며 빈의관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제7일은 창세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 책의 표지를 넘기면 창세기의 구절을 만나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엿샛날까지 하시던 일을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이렛날에는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 하지만, 제7일의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은 묘지를 구하지 못해 안식의 땅으로 가지 못한다. 


 주인공 양페이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화재로 사망하고, △전 부인 리칭 △아버지 양진뱌오 △고향 아주머니 △셋집 이웃 △저승에서 만난 이들과 죽기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떠난 줄 알았던 아버지를 찾게 되는 것으로 끝난다. 제5일부터 저승에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안식의 땅으로 가지 못하고 해골이 돼 방공호에 남은 사람들과 함께하는데,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부분에서 영화 ‘코코’가 연상되기도 했다. 비록 방공호에 남은 사람들은 가난해서 묘지를 마련하지 못했지만, 리씨와 장강처럼 이승에서는 복수의 대상이 저승에서는 둘도 없 는 친구가 돼 가는 장면을 보며 그들만의 안식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 빈부격차에 따라 화장터 대기번호를 받는 장면, 얼마나 더 좋은 수의나 묘지를 했는지 비교하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죽어서까지 빈부가 존재한다고 느껴 소름끼쳤다. 반면 동시에 가난해도 행복했던 고향 마을에서의 양페이, 저승에서 만난 방공호 사람들을 보며 사람 간의 정을 느끼기도 했다. 소설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 이후의 7일과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으로 빠져보길 바란다. 


서지수 기자 Ι seojisu01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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