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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가] 모두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대학가, 일장춘몽일까
  • 김봄이 기자
  • 등록 2022-10-04 15: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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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의견 반영되지 않는 총장 선출과 학교의 중대사
모든 대학이 겪는 공통의 숙제, 총장 선출에서 비교원들의 표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전반적인 학교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도 여럿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김민정 집행위원장, 그리고 한국체육대학교 제44대 with:u 총학생회 송석 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현재 많은 대학의 문제인 총장 투표 반영비율과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학교마다 다른 총장 선출법


 총장을 뽑는 방식은 크게 △직선제 △간선제 △임명제 세 개로 나뉜다. 국립대학교의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라 직선제를 시행하게 돼 있다. 직선제는 등록한 후보자 중 △교원 △직원 △학생 모든 구성원이 선거를 진행하고 정해진 투표 반영비율에 따라 표를 환산해 최다득표자가 총장 당선인이 되는 방식이다. 간선제는 본교가 실시하고 있는 방법으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꾸려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총추위 구성 인원은 대학마다 다르며 총추위에서 총장 후보 3~5인을 뽑아 법인이 그중에서 선출한다. 임명제는 말 그대로 법인이 총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대다수의 사립대학교에서는 간선제나 임명제로 총장을 선출한다. 사립대학교에서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는 약 10곳 정도로 소수이므로, 민주적인 총장 선출을 위해 직선제로 총장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장직선제를 향한 전대넷의 발자취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총장직선제 및 학생 자치를 위해 달려왔다. 지난 2018년에는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 발족 및 행진을 진행했으며 2019년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와 투표 반영비율을 법으로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2020년에는 교육부 인사들과의 면담을 진행했고 이외에도 다양한 활 동을 통해 교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학가를 바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에서 겪고 있는 투표 반영비율 문제는 어떤 것일까?


학생 500표=교수 1표?


 작년 9월 총장선거와 관련된 교육공무원법 제24조의 일부가 개정됐다.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에서 ‘해당 대학 교원, 직원 및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으로 내용이 바뀌며 작지만 큰 변화가 도래된 것이다. 법이 개정된 후 올해 총장선거를 앞둔 여러 학교에선 투표 반영비율 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는 다음 달 제8대 총장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총장선거 시행 세칙에 따르면 총장을 뽑는 선거에서 학생 투표 반영비율은 5%로 0.002표에 불과하다. 이는 교원 83.3%, 직원 11.7%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로 교수는 총장선거에서 1인 1표를 행사하지만, 학생의 표는 약 0.002표로 환산되는 것이 다. 즉, 학생 500표가 교수 1표와 동일하다는 뜻이다. 


33.3%, 당연한 민주주의의 실현


 한체대는 법 개정에 따라 지난 7월부터 투표 비율에 대한 논의를 지속했다. 정부는 3주체의 합의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본부는 교원 위주로 구성된 임시 회의체인 ‘총추위 규정개정TF’를 만들었다. 11명의 구성원 중 교원이 7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학생은 단 1명에 불과했다. 회의의 개회요건과 의결요건 또한 ‘과반수 출석에 따른 개회와 과반수 찬성에 따른 의결’로 학생과 직원이 없어도 회의가 열릴 수 있었고, 학생과 직원 모두가 반대해도 교수의 찬성으로 의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총추위 규정에 따르면 “교무회(보직교수)위원은 총추위에 들어올 수 없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총추위 규정개정TF에 교무처장(보직교수, 교무회 위원)이 위원으로 배속돼 있었다. 교무회 위원은 현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이기 때문에 다음 총장선거 진행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참여할 수 없게 돼 있으나 이를 어기고 총추위를 구성한 것이다.


 한체대 총학생회 송석 회장은 의결방식을 3주체 합의에 따른 만장일치로 바꿔야 함을 피력했고, 결국 회의체는 이대로 진행하되 모두가 찬성하는 만장일치 의결요건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후 회의에서 △교원 70% △직원 20% △학생 10%를 주장하는 교원 측과 △교원 △직원 △학생의 투표 비율을 각각 33.3%로 하자는 직원과 학생 측의 안이 대립했다. 그러나 교원 위주로 구성된 회의에서는 학생과 직원의 의견을 등한시했고 합의된 안을 도출해내지 못하자 이를 대학 내 최고 의결기구인 대학평의원회로 넘기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대학평의원회에서 합의를 진행하게 돼 지난달 6일 제3차 회의가 개최됐다. 그러나 이 역시 합의안을 내지 못했고 상위법에 ‘합의’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법인 대학 규정 과반수 의결로 통과시키고자 했다. 끝내 절반 이상이 교원으로 이뤄진 회의장에서 과반수로 △교원 70% △직원 20% △학생 10%의 투표 비율이 가결됐다. 


학생 투표 반영비율을 확대해주십시오


 이에 지난달 8일 한체대 정문 앞에서 독단적인 총장선거 투표 비율 지정에 대응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학생 합의 없는 투표 비율 결정 철회하라 △학생과 동수 협의체 구성하여 합의하라 △대학 본부는 대학 민주화를 위해 학생 투표 비율 확대하라 등 세 가지 구호를 내세우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본 기자회견에는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 박수빈 회장 △전국교육대학생연합 10기 의장 겸 서울교육대학교 제36대 총학생회 이혜진 회장 △한체대 총장간담회TF 방지혜 참여위원 △전대넷 김민주 연대사업국장으로 총 4명이 현 사태에 대해 발언했다. 이는 30분간 진행됐으며 한체대 총학생회 주최의 첫 공동행동이었다. 한체대 총학생회는 앞으로도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총장선거와 관련된 총추위가 이뤄졌다. 


그렇다면 총장이 중요한 이유는?


 총장선거를 앞둔 한체대에서 투표 비율 확보를 위해 힘쓰는 이유는 바로 총장직이 가지는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현재 한체대 안용규 총장은 작년 한체대 로고를 원복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출했으나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총 2억 5천만 원을 들여 그대로 진행한 것이다. 또한 한체대 캠퍼스 이전에 관한 뉴스 기사가 올라오며 학생들에게는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캠퍼스 이전이 기정사실이 됐다. 앞선 상황에 학교 측에선 별다른 공지도 없이 내부 회의를 진행했다. 결국 회의에서 캠퍼스 이전 무산이 결정됐으나 정작 회의 자리에 학생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학과 명칭을 재학생들의 동의 없이 바꾸는 등 학교의 중대사를 정하는 일에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내부에서 결정하는 세태가 계속됐다. 한체대 외에도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대사를 결정하는 것은 대다수의 학교에서 만연한 문제다. 실제로 수강 신청이 어그러지거나 기숙사 선발에서 문제가 생겨도 피해를 보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한체대와 같이 총장 투표 반영비율 책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학교는 더 없을까? 


계속되는 노력에도 겨우 22%가 최선


 충북대는 지난 7월부터 투표 반영비율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교수회는 기존 제시안인 교원 82%, 비교원 18%에서 3%를 낮춘 교원 79%, 비교원 21%를 내세웠다. 이에 직원회와 총학생회 측에서는 반영비율이 너무 낮다며 거부했고 결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로 회의가 마무리됐다.


 한국교통대 또한 총장선거 투표 비율을 둘러싼 논란을 지속 중이다. 지난 6월 14일에 퇴임한 박준훈 전 총장을 이을 새 총장을 선출하는 데 투표 비율이 합의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장 후보 중 두 명을 선출하는 1차 투표에 교원 70%, 비교원 30%를, 2차 투표에서는 교원 66%, 비교원 34%의 비율을 제안했으나 이는 교원과 비교원 절반 이상에게 반대표를 받았다. 교원 측에서는 교원 측이 최소 7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며 반대했고 비교원 측에서는 개정 교육공무원법의 정신을 따를 것을 강조했다. 이외에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지는 투표 반영비율은 10%대에 불과하며 몇 년간 학생 투표 비율 상승을 위해 농성한 상지대학교도 22% 정도의 비율만을 투표에 반영하고 있다.


 한체대 총학생회 송석 회장에 따르면, 회의장에서 본 결과 교원 측에서 높은 투표 비율을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학생 또한 총장의 영향력을 받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나 학교에 있는 시간이 4년에 불과하다”며 교원 측에서 높은 투표 비율을 가져야 함을 주장하기도 했고, 법 개정 이후 총장선거를 시행한 학교들이 산정한 투표 비율 평균 에 맞추고자 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학생 의견 반영되는 대학, 만들 수 있을까?


 전대넷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함을 주장했다. 지난 5월 9일 국민의 힘 조경태 의원은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현재 임명제로 명시돼 있는 법률을 임명제가 아닌 간선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대학 본부에서의 빗발치는 반발과 전화로 이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학내에서 교수들 의 입지가 훨씬 크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 법적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건 직선제로 이뤄져야 하며 3주체의 비율이 동등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총장 선출 문제뿐만 아니라 요즘 화두가 되는 등록금 인상 문제도 이와 같다. 학내의 모든 결정에 학생들이 영향을 미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학생의 무관심이 문제가 아닌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당당하게 제기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체대 총학생회 송석 회장은 “민주적인 총장 선출은 우리 대학 사회에서 개선해야 할 큰 문제 중 하나로, 아직도 총장선거를 진행하는 데 학생이 투표권조차 가지지 못하는 대학들이 존재한다. 총장은 대학을 대표하는 자리기에 모든 구성원의 손으로 뽑히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라며 “대학 본부는 기존의 보수적인 가치관을 내려놓고, 구성원 간의 원만한 합의와 조율을 통해 총장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 내 문제해결의 불씨는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대부분 큰 벽에 가로막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히기 십상이다”라며 학생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학내 문제에 우리부터 관심을 가져 직접 참여함으로써 주체적인 자신을 발견하고, 변화하는 대학을 끌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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