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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이제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어, 문화와 기술의 만남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2-10-04 15: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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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기술로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다
예로부터 문화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불리곤 했다. 그래서인지 문화기술은 더 낯설고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이에 본지는 친근한 일상 속 문화기술부터 앞으로의 전망까지 차근차근 탐구해봤다.

문화기술이란?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이하 CT)이란 좁게는 문화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을, 넓게는 △문화예술 △인문사회 △과학기술이 융합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유·무형적 기술을 통칭한다. 쉽게 말해, 문화기술은 △영화 △공연 △전시에 걸친 문화예술 전반에 활용되는 과학기술인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은 이를 기술 개발 중심의 '실용적 접근'과 이론 및 기술로 모델링하는 '이론적 접근' 외에도 기술 개발에 문화를 접목한 '공학적 접근', 기술의 도덕성에 대해 재고하는 '인문·사회학적 접근'의 네 방향으로 설명한다. 이처럼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된 CT의 특성상 진출할 수 있는 산업 분야 역시 다양한데 이에는 △소프트웨어 및 통신산업 △예술산업 △의료복지산업 등이 있다.


온몸으로 보고 듣고 즐기는 문화기술


 대중들에게 익숙한 CT 중 하나는 바로 3D 영상 애니메이션 기술이다.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CT는 주된 역할을 수행했다. 복원에 사용된 3D 레이저 스캔은 레이저가 물체에 부딪히면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한 기술로 고층 건물 진단과 터널 공사에도 자주 쓰인다. 레이저 스캔으로 건물을 촬영하면 컴퓨터에서 3D 설계 도면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복원이 이뤄진다. 숭례문 복원 이후, CT는 전국적으로 각광받으며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자격루 △경주 안압지 △고려청자와 같은 중요 문화재들도 무사히 복원했다.


3D 레이저 스캔을 이용한 숭례문 복원

 현대에 와서는 △증강현실의 AR △가상현실의 VR △혼합현실의 MR을 포괄하는 XR(확장 현실)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XR은 주로 공연예술산업에 이용되곤 하는데 최근 독일의 서커스 '론칼리'가 이러한 XR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코끼리나 말에게 가해지는 학대가 빈번한 서커스 업계에서 '론칼리'는 홀로그램으로 동물을 대체해 동물권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혁신적인 행보를 이어 나갔다. 특히, 론칼리의 사례는 CT를 통해 인문·사회학적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서커스 '론칼리'의 홀로그램 동물 퍼포먼스

 CT의 도입은 영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기도 했다. 초기 CG는 1960년대 미국 보잉의 연구원 윌리엄 패터가 비행기 조종실을 묘사하고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해 제작됐다. 하지만 1968년에 들어오면서 해당 기술은 영상 분야와 접목하게 됐고,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래픽 기술의 형태를 띄게 된 것이다. 2001년에 제작된 최초의 CG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시작으로 CG는 현재 수많은 스튜디오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초의 CG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세계는 지금 CT 열풍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이러한 CT를 △생명공학 기술(BT: Bio Technology, 이하 BT) △나노 기술(NT: Nano Technology) △환경공학 기술(ET: Environment Technology) △항공우주 기술(ST: Space Technology)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 이하 IT)의 다섯 기술과 함께 미래 유망 신기술(6T)로 선정해 국가 전략 분야로 집중 육성을 결정했다. 2005년 대전 과학기술원에서는 CT 대학원을 별도로 설립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융합한 복합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이라고 하면 대부분 BT나 IT를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사실상 CT는 현재 21세기 미래 문화 리더로 거론될 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CT 시장 역시 덩달아 성장하고 있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추세다.


이수민 기자 ㅣ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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