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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방송국의 선한 취지 속 숨겨진 불쾌한 의도, 이대로 괜찮을까?
  • 김현비 기자
  • 등록 2022-09-26 00: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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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극적 소재만 추구하는 최근 방송의 문제
최근‘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 시즌2’방영이 시작된 가운데, 점점 자극성 높은 내용의 부부생활이 TV에 송출되고 있다. 본지는 요즘 방송이 자극적 소재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알고도 외면했던 고딩엄빠의 현실 


 MBN 예능 프로그램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이하 고딩엄빠)가 지난 6월 7일 방송을 시작했다. 고딩엄빠는 10대에 △결혼 △출산 △육아를 경험하게 된 청소년 부모의 일상을 관찰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리얼 예능이다. 시즌1 연출을 맡았던 남성현 PD는 10대 엄마, 아빠라는 주제를 통해 10대의 성에 대한 내용을 다뤄 10대의 성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딩엄빠는 폭력 문제와 더불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시즌2에 접어들면서 더욱 더 자극적인 사연 선택이 집중되고 있다. 


자극적 소재로 훼손되는 방송의 선기능 


 고딩엄빠가 음지에 있던 청소년 임신 문제를 대두시켜 미성년자가 부모가 됐을 때 어떤 상황이 생기는지 반면교사 삼으라는 의도라고 해도, 예능으로 분류되는 고딩엄빠의 소재 선정은 갈수록 자극적이다. 즉, 10대의 성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는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 임신과 출산을 미화하고 부추기는 건 아닌지,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건 아닌지 프로그램의 본질에 대해 검열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달 16일에 방송된 11회에서 ‘중딩엄마’로 소개된 A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임신해 아이를 출산했고, 이후 아들과 두 딸을 낳아 총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또한 남편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거나 욕설을 내뱉는 등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장면까지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TV조 선 ‘우리 이혼했어요2’도 부부 싸움을 빈번히 담아낸다.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난 △폭언 △폭력은 고스란히 콘텐츠로 포장된다. 본 프로그램들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며, 전국 기준 5~7%대를 넘나들고 있다.


 이처럼 고딩엄빠는 화제를 모을 사연으로 자극성만 좇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대의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우겠다고 시작했지만 오히려 10대 부모를 응원하던 시청자들까지 등 돌리게 했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도 프로그램 취지와 기획 의도를 따지거나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글까지 나오고 있으며, 공식 계정 유튜브 영상 댓글에도 비난 댓글이 쏟아 지고 있다. 


시청자를 위한 ‘고딩엄빠’ 


 몇몇 네티즌들은 이런 프로그램이 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을 조장하고 미화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 인식을 심어주니까 보여주면 안 되기보단, 방송을 통한 간접적 경험으로 청소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현실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하는 것 △육아는 혼자의 의지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등의 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굳이 어렵고 무겁게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시청자에게 선한 영향을 전달하는 게 진정한 방송의 선기능이 아닐까.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 내용만 추구하는 요즘 프로그램들의 적절한 방향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고딩엄빠’를 비롯한 프로그램들은 전국에 송출돼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의 선기능을 활용해 시청률을 좇는 자극적 소재보단, 정신적으로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현실을 알아차리게 하는 교육적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현비 기자 Ι rlagusql8015@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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