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현장 속으로] 전시와 공연을 한 번에, 디뮤지엄 서울숲
  • 김화연 기자
  • 등록 2022-09-26 00:50:19
  • 수정 2022-09-26 02:14:36
기사수정
  • 당신의 감정을 다시 따뜻하게 할 공간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살고 있지만, 결코 문화생활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도 우리의 시청각을 낭만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그 곳, 디뮤지엄에 대해 알아봤다.

영감을 디자인하는 복합문화예술센터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은 도심 속의 푸르른 생기를 느낄 수 있는 쉼터로 서울 여행 코스 중 하나로 자주 추천되고 있다.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 코스에 디뮤지엄을 꼭 추가해보길 바란다. 서울숲역과 지하통로로 직접 연결돼 있는 디뮤지엄은 지난 2015년 12월 한남동에 개관해작년 서울숲으로 이전했다.

 

 이곳에서는 전시뿐만 아니라 청년은 물론,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현재는 전시 <어쨌든, 사랑 : Romantic Days>와 콘서트 <선셋 라이브>가 절찬리에 준비돼 있다.

 

순정만화와의 추억되새기거나 새로이 만들어 나가거나

 전시 <어쨌든, 사랑 : Romantic Days>은 디뮤지엄 이전 후 첫 전시로, 지난 3월 16일 시작해 다음달 30일(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전시는 한국을 설렘에 빠지게 한 순정 만화 거장 7인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사랑을 새롭게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이다.

 

 순정 만화와의 추억이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2층의 전시장에는 프롤로그 ‘로맨틱 북스’ 공간이 준비돼 있어 90년대를 사로잡은 전시 속 순정만화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장 만화가들 이외에도 16명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총 7개의 섹션에 300여 점의 작품이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안에서 되살아나 우리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티켓의 가격은 △성인 1만 8,000원 △청소년 9,000원 △유아 및 어린이 6,000원이다. 디뮤지엄 홈페이지에서 신규 가입하면 첫 전시 티켓 50% 할인 쿠폰 1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전시 티켓을 한 번 구매하면 전시가 끝날 때까지 얼마든지 재관람 할 수 있다.

 

기자 주관 100% 하이라이트 섹션


 프롤로그와 섹션 1, 2를 지나면 이빈 작가가 10대들의 방황과 내면의 고뇌를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낸 화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지미와 혜정의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파격적인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홍콩 누아르 영화의 무드를 연상시키는 섹션 3은 만화가 이빈이 『안녕?! 자두야!!』를 그린 본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반전매력을 선보인다.

 

 뒤이어 △뜨겁게 사랑하는 청춘들의 사적이고 은밀한 순간들을 가감없이 기록한 채드 무어(Chad Moore) △끝없는 자유와 사랑을 모험했던 순간들을 포착한 테오 고슬린(Theo Gosselin)과 그의 연인 모드 샬라드(Maud Chalard) △설렘, 사랑, 욕망, 황홀, 배신, 고통, 희망, 그리움 등이 뒤섞여 남은 사랑의 잔상을 담은 막달레나 워싱카(Magdalena Wosinska) 와 사라 맥스웰(Sarah Maxwell)의 작품들이 열렬히 사랑했던 광란의 열기로 관객들을 이끈다.

 

 섹션 3을 모두 관람하고 3층으로 올라가 남은 섹션을 관람하면 섹션 7이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섹션 7의 공간은 연극적인 미장센에 내면의 감정을 담는 델피 카르모나(Delfi Carmona)와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로 표현한 루카스 와이어보스키(Lukasz Wierzbowski)의 작품이 세 개의 모놀로그 형식으로 나뉘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과 짧은 글이 모여 서툴렀던 사랑의 추억이 끝나고 혼자가 된 것에 적응하며 결국 그 인연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까지에 이르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데, 사진을 감상하며 글귀를 읽으면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듯이 전시에 빠져들 수 있다. 마치 내가 이별을 겪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마지막 공간으로 가면 만화가 신일숙의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주인공 레 마누의 당당한 뒷모습이 지금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전시를 모두 관람한 후, 퇴장을 위해 1층으로 돌아가면 뮤지엄샵이 기다리고 있다. 뮤지엄샵에 방문하면 ‘어쨌든, 문고’에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문구용품이 구비돼 있고 이외에도 포스터나 액자 등등 매우 다양한 기념품들이 준비돼 있다. 어쨌든, 남는 건 굿즈이니 전시를 오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면 소소한 기념품을 구매해 보는 것도 좋다.

 

태양은 지고 있지만우리의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토요일 저녁에 전시를 관람한다면, 3만 원의 추가요금을 내고 <어쨌든, 사랑 : Romantic Days>의 여운을 이어 <선셋 라이브>를 관람할 수 있다. <선셋 라이브>는 매번 다른 특색을 지닌 인디 뮤지션을 초청해 공연한다. 지금까지 7번의 공연이 진행됐고, 오는 24일(토)에는 R&B와 발라드 장르를 다루며, 최근에는 록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는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지닌 가수 결(KYUL)이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숲 인근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를 한 잔 한 뒤, 주변을 산책하다 전시를 관람하면 노을이 지는 오후 7시에 진행되는 <선셋 라이브>를 끝으로 환상적인 밤을 보낼 수 있다. 물론 전시를 관람해야만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일에는 가수 정우가 이번 달의 첫 공연을 장식했는데, 꽤나 많은 팬들이 찾아와 공연장이 북적였다. 공연장에서 만난 두 팬은 공연만을 위해 천안에서 오후 2시 15분 버스를 타고 2시간가량 걸려 서울숲 근처를 둘러보다 공연을 관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8시가 지나고, 막차 시간으로 앵콜 공연이 막 시작되기 전에 분주하게 핸드폰을 보며 대중교통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택시를 타기로 하고 앵콜 공연은 모두 관람했지만, 공연 이후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아티스트와의 인사는 하지 못한 채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일부의 독자는 인디가수에게 이정도의 열정을 쏟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도, 3만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하는 것조차도 아까워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을 한 번 보고 나면 그러한 생각들은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공연은 넓지 않은 공간에 꽤나 많은 팬들이 가수의 코앞에 옹기종기 모인 채 서서 듣는 스탠딩 방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팬들은 가수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도 느낄 수 있으며, 가수는 노래 한두 곡마다 마이크 없이도 관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공연장에 있는 모두와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어떤 공연과 비교하더라도 인디 가수의 공연만큼 높은 현장감을 느낄 순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로맨스를 잠시 잊었거나 꿈꾸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두근거림으로 물들이고 싶은가? 7시의 뜨거운 노을이 8시의 서늘한 어둠으로 바뀔 때까지 음악을 즐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고민하지 말고 당장 디뮤지엄으로 떠나라,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다.

 

글·사진 김화연 기자 Ι khy7303@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