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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르시시스트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법
  • 정민 기자
  • 등록 2022-09-26 00: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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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모르는 새 누군가에게 조종당했던 경험이 있는가. 스릴러 장르로 유명한 정유정 작가의 소설 <완전한 행복>은 제목처럼 주위 모두를 제멋대로 조종하며 완전한 행복을 꿈꾸던 한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되는 사건은 지난 2019년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이다. 그렇기에 전반적인 줄거리는 사건의 흐름과 유사하다. 주인공 신유나를 중심으로 그녀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의심과 불신의 과정을 그려내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중 유나는 나르시시스트로 묘사된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나르시시즘을 ‘나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 그에 집착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병리적 의미로 나르시시즘은 인격장애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들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가리기 위해 거짓으로 자아를 부풀린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매력적인 모습으로 포장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유나의 전남편 서준영과 현남편 차은호가 그녀에게 끌린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나에게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그것은 때로 외적인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죄책감이나 동정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힘에 이끌려 한 발짝 다가간 그들은 어느샌가 그녀의 손아귀에 놓여 말 한마디에도 꼼짝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다. 유나에게는 △그녀의 남편들 △딸 서지유 △부모님 △언니 신재인 모두가 가스라이팅의 대상이었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어. 

- 은호와의 대화 속 유나의 말 中 


 책을 읽는 내내 기자에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유나가 원하던 완전한 행복이란 과연 가능한 것인가? 그녀는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 같다. 행복이 뺄셈이라고 정의한 그녀는 실제로 불행의 요소를 빼는 것에 강박을 느꼈고 그 해답으로 전남편 준영과 양아들 차노아를 없앴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행동은 기자에게 답을 내려줬다. 적어도 유나의 논리대로라면 완전한 행복은 없다. 모두가 완전히 행복한 세상은 진실한 행복보다 집단 광기에 가깝지 않을까.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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