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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방구석 콘텐츠 기획자의 시대가 온다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2-09-26 00: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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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의 선택이 결말을 뒤흔드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작가님 이 드라마 결말 좀 다시 써주세요!"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끝까지 관람하고 나면 마음 한편에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찝찝함이 남아있을 때가 있다. 이에 본지는 막힌 속 시원하게 뚫어줄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란?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상호 간(Inter)'과 '활동적인(Active)'의 합성어로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사용자의 반응을 수용하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상호 활동적 콘텐츠 △반응형 콘텐츠 △쌍방향 콘텐츠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포브스 선정 '2022년 마케팅에 영향을 줄 15가지 트렌드'에 선정되며 현재 콘텐츠 시장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1953년 미국 방송사 CBS에서 출시한 '윙키 딩크 앤드 유'로 시작됐다. 이는 TV에 플라스틱 종이를 덮은 뒤 극 중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특수 제작된 펜으로 그림을 그려 이들을 구해주는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당시 수많은 어린이 시청자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 수 있다는 신선한 매력에 열광하며 높은 참여율을 선보였고 매체가 지닌 상호작용성을 입증하며 후대 인터랙티브 콘텐츠 개발에 좋은 선례가 됐다.


삶 곳곳에 녹아든 인터랙티브 콘텐츠


 오늘날 인터랙티브 시스템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에 차용되고 있다. 미용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관객의 실시간 투표 결과에 따라 범인으로 지목당한 용의자가 달라진다. '쉬어매드니스'의 쌍방향 진행 시스템은 관객의 몰입도와 참여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렸고 그 덕에 2006년 국내 초연부터 현재까지 16년의 시간이 흘러도 연극계의 스테디셀러 타이틀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소니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어드벤처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역시 인터랙티브 콘텐츠 기반의 게임이다.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3명의 안드로이드를 주인공으로 삼은 다중 시점으로 전개되며 △평화와 폭력 △여론 △소프트웨어 불안정 등의 여러 게이지를 충족시켜야 하는 복합적 호감도 시스템을 취하고 있어 인터랙티브 게임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본 대학생 김 군은 "여태껏 수많은 멀티엔딩 게임을 접해봤지만 그 중에서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가장 정교하게 제작된 게임이라고 느꼈고, 복잡한 인물 사이의 관계와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어려운 선택지들이 오히려 게임의 즐거움을 더해줬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계 역시 인터랙티브 콘텐츠 열풍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지난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아오르비(AORB)'는 A 또는 B를 선택하라는 의미를 담은 선택 희비극으로 유튜브의 '추천 영상' 기능을 활용해 인터랙티브를 구현했다. '아오르비'는 한 편당 1분 30초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며 총 5번의 분기점을 거쳐 엔딩으로 나아간다.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된 영화 '아오르비'는 시청자에게 선택의 재미를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댓글 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시청자와 시청자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화제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는 감독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전적인 영화 체계에서 크게 벗어났음에도 여전히 관객들에게 재미와 울림을 선사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주며 영화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한계와 미래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SNS, 라이브 방송과 같은 양방향 미디어에 익숙한 MZ세대들의 흥미를 끌어내며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더 나아가, Mediafly에서 지난 2월 발표한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탄생으로 지난 2년간 시청률은 94%가 증가했고 시청자의 참여도는 52.6%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적극적인 참여를 불러일으켜 현대인의 미디어 생활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거액의 제작비와 오랜 촬영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대량 생산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또한, 시청자의 선택에 따른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 각각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 이에 실망을 표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콘텐츠 제작의 한계를 열어주고, 보다 활성화된 미디어 문화생활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현재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지닌 문제점 보완에 조금만 더 힘을 쓴다면 틀림없이 매우 전망 있는 분야로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수민 기자 ㅣ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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